필서/낭만찻집 83

가을이 언제 시작했을까

가을이 언제 시작했을까 김남식 저녁을 먹고 티브앞에 앉아 있다 뉴스에서 비춰진 화면에 내 눈이 정지된다 다들 어딜 가는지 고속도로가 자동차로 시장터 그렇게 떠날 곳이 있는 사람이라면 행복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화풀이하고 반찬없는 밥상을 내밀고 철없는 아내의 반항을 모른체 묵묵히 밥 한숟 뜨고 말없이 출근하는 신랑을 바라보니 그도 나도 참 안됐다고 생각했다 가을이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기억이 없다 지금 내겐 지난 여름 불볕더위와 비가 억수로 내렸다는 기억만 남아있다 이럴땐 친정이든 시집이든 시골이었으면 그저 얼마나 좋을까 빌어먹을 죄다 도시의 성냥갑에 붙어사니 갈 때가 없다

필서/낭만찻집 2016.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