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334

가로등

가로등 김남식 어둠이 짙어지면 드문드문 거리에 서 있는 가로등 그는 외눈박이다 어찌하여 한 눈을 잃고 서 있을까 원래부터 한 눈 이었는지 그것은 자세히 알 수가 없지만 간혹 두 눈이 달린 장애 가로등도 서 있다 밤길을 밝혀주는 가로등 개울을 건너가는 징검다리처럼 하나하나가 모여서 세상을 안전하게 만들어준다 야밤의 파수꾼 달빛이 있어도 그는 어김없이 출근 한다 그리고 날이 밝으면 소임을 다한 듯 조용히 눈을 감고 그 자리에 서 있다가 밤이 되면 다시 출근을 한다

습작/제2 詩冊 2022.07.05

목련꽃이 필 때면

목련꽃이 필 때면 솔새김남식 창문을 열면 이웃집 담장안으로 하얀 목련이 소담스럽게 피어 오른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우리가 제일 먼저 볼 수 있는 꽃이다 하얀 목련이 필 때면... 하는 노래가 있다 목련 꽃이 필 때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건 무엇을 뜻하는 걸까 그 사람이 그립다는 뜻이겠지 사랑해서 그립고 보고파서 그립고 그래서 봄비가 내리면 떠난 사람이 더욱 보고 싶어진다 목련 꽃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아직도 꽃이 있는가 하고 며칠 후 창밖을 내다보면 그렇게 예쁘게 화사하게 피어있던 꽃은 거무칙칙해지면서 바람이 불 때마다 하나둘씩 힘없이 떨어진다 그래서 꽃의 뒷모습은 개운치 않다 목련은 그렇게 빨리 왔다가 하룻밤 불타는 사랑도 엮지 못한 채 다른 꽃에 밀려서 떨어져 가는 게 아닐까한다 그래서 목련꽃은..

습작/作業노트 2022.03.12

별 리(別離)

별 리(別離) 글낭송 솔새김남식 당신은 제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신적이 없으십니다 그렇다고 미안함도 표하지 아니 하셨습니다 고마움을 표하지 못 하시는 그것이 좋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당신이 떠나 신다는 말에 붙잡을 힘이 없으외다 당신이 제게 자신이 없듯이 저도 당신께 확신을 드릴수가 없습니다 언제 부터인지 당신곁에 서면 자신이 있었는데 모든 것이 층만되어 새로움으로 가득 하였는데 이제 당신께 아무 것도 드릴께 없으외다 당신께서 제 자신감을 앗아 간 탓 이외다 딩신을 위했던 제 마음은 먼 옛부터 지녀온 침묵을 지지키며 깊이깊이 안으로 함묵하렵니다 그러나 후회 하지는 않으렵니다. 당신을 사랑했던 지난 날 당신을 지녀온 제 자신을 이제 당신을 위해서 기다림에 잔을 비워두렵니다 언젠가 다시오실 그날을 위해서 내리내..

습작/낭송시 2022.01.24

거짓말

거짓말 김 남 식 여보! 나~ 말이야 특별히 잘 해준 건 없지만 당신과 결혼한 거 그거 하나는 참 잘 한 것 같아 요즘엔 거짓말이 늘었다 일일이 고해성사는 못 하지만 마누라가 모르는 죄가 적지 않기에 속죄 한다고 지은 죄가 없어지겠냐마는 언젠가 늙으면 보자고 어금니를 갈았던 그때가 문득 생각 나 그래서 거짓말이 늘었다 여보! 나 말이야 당신이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 그때 당신을 선택 한 거 그거 하나는 정말 잘 한 것 같지 늘그막에 끼니라도 얻어 먹고 다들가는 고려장 신세라도 면하려면 꼬리를 내려야 한다 ​당신 없으면 이젠 못살것 같아 오늘 또 거짓말을 했다 이것이 약자에 생존법칙이다 지는 게 이기는 것 마누라 이겨서 돌아올 것이 없다

습작/제3 試冊 2021.10.01

대한민국의 경쟁력

대한민국의 경쟁력 솔새김남식 대한민국의 국토 면적은 좁고 인구는 많고 자원은 부족한 나라이다 외세의 침입을 수없이 받으면서도 무던히도 5천년의 역사를 지켜왔지만 애석하게도 일본에게 36년간의 지배를 받았다 그리고 어렵게 이루어진 해방의 즐거움도 맛 보기도 전 남북이 갈라져 3년이나 피 터지게 싸우다가 가난만 대물림 받았다 그래서 세계 최 빈민국으로 전략하여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나라가 반세기 만에 선진국이 되었으니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닌가? 다만 남과북이 아직도 이념전쟁을 하고 있다는 게 걸림돌이지만 통일이야 되면 좋고 안돼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니 그저 운명에 맡기고 억지로 하나가 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공연히 통일 한다고 남북이 전쟁을 하여 수백만명의 형제가 죽고 또 다시 가난이 이어진다면 우리에겐 ..

습작/作業노트 2021.09.18

삼복더위

삼복더위 솔새김남식 고온 다습한 날씨로 햇볕이 강렬하게 내리 쬐고 밤에는 심한 더위가 지속하는 열대야가 사람을 정말 못살게 하는 계절이다 선풍기를 틀고 ​팔자 늘어진 모습으로 쇼파에 누워 있어도 바람의 열기는 아라곳 않는다 이럴 때 한 줄기 소나기를 기다리거나 태풍이 오길 바라지만 항상 기대를 빗 나간다 ​ 해마다 여름이면 다가오던 수 많은 태풍도 어느해 부터인가 소멸되었다 여름이라 더운 게 당연한데 그 당연한 사실을 못 받아 들이고 그저 궁시렁 거리는 이 중생(衆生)에 욕을 천지신명은 바가지째 들어도 싸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때문도 그렇다 더위에도 아랑곳없이 TV에 코박는 하숙집아지매! 애들이 부르는 트롯트노래 화면에 몰입하여 더위도 잊은듯 보고 있는 모습이 도인처럼 신기해 보인다 ​ 소파에 누..

습작/제3 試冊 2021.07.23

바로 그 사람 당신

바로 그 사람 당신 솔새김남식 한참 일을 하다가 쉬려고 눈 감으면 문득 생각이 나는 사람 비라도 오는 날이면 혹시 비를 맞지는 않는지 눈이 오는 날은 철없이 돌아다니진 않는지 괜히 걱정이 되는 사람 그래서 그냥 나도 모를 게 절로 웃음 짓게 만드는 바로 그 사람이 당신이라면 오늘도 음 뭐 했어? 전화 기다릴까 봐 내가 먼저 했지 하며 전화를 해주는 고마운 사람 전화가 오지 않으면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이 되고 목소리가 가라앉으면 어디 아픈 건 아닌지 걱정이 되는 바로 그 사람이 당신이라면 그가 내게 한 사랑이 부족하다고 늘 미안해하며 언제나 밝은 웃음을 내게 선물하는 그 사람이 바로 당신이었으면 합니다

습작/제3 試冊 2020.10.04

마음시린 사랑

마음시린 사랑 솔새김남식 그대의 가슴 한 자락에 이슬로 남아 흐를 수 있는 마음 시린 그 한마디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대의 입술 하나에 눈물 흘리고 그대의 숨소리 하나에 마음이 시려온다 내 곁에 누가 없어서가 아니다 그냥 왠지 허하다 인생은 홀로 태어나 갈 때도 혼자서 간다 하늘 끝에 매달린 노을처럼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사랑이란 거 끝이 보이지 않는다 기다림으로 그리움으로 마음 시린 사랑을 갈망하며 애타는 마음 하나를 창공에 던져본다 .

습작/제3 試冊 2020.08.25

병원에 가라 한다

병원에 가라 한다 솔새김남식 오늘 아침에는 아프다고 하니까 마누라가 병원에 가라 한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듯 다 늙은 남편이 아프다니까 병원에 가라고 한다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보면 하루에 일상이 재미없고 늙어가니 세상이 다 싫다고 할 터인데 어디가 아픈지 물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병원에 가라한다 걱정 마시오 내가 당신에 친구가 되어 마음이 아프면 빨간 약도 발라주고 심심하지 않도록 유치원 아이들처럼 노래도 불러주고 재롱도 해줄께요 하면 눈물나게 고마울터인데 당신이 번 돈은 당신이 쓰고 내가 번 돈은 내가 쓸터이니 각자 서로 귀찮게 하지 말라고 한다 내가 아프다 하니까 걱정 보다는 껌딱지가 될까바 지금부터 걱정을 한다 .

습작/제3 試冊 2020.06.18

내 나이 육십하고도 칠십

내나이 육십하고도 칠십 김남식 내 나이 어느덧 육십을 넘어서니 무엇에 쫓기듯 하루가 바삐 지나간다 이제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모든걸 내려놓고 싶다 천하를 얻은듯 날고 뛸 때는 세상은 나를 위해 존재한다 했는데 막상 그 나이가 되고 보니 자연의 이치를 이제야 깨닫는 느낌이다 육십을 넘어 칠십으로 가는 나이 뭘 더 바라겠는가마는 돌아보면 후회이고 내다 보니 아쉬움 이래저래 세월이 야속할 뿐이다 그래도 마음은 아직 이팔 청춘 왜 그리움이 없게냐마는 나이가 많다하여 사랑도 모르겠는가 내 이야기를 들어 줄 친구를 만나고 싶다 가슴에 그리움을 담아내어 등을 툭툭 치며 위안이 되어 줄 사람 인생길 쓸쓸하지 않도록 술 한잔 부어줄 그런 친구를 만나고 싶다

습작/作業노트 2020.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