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제1 詩冊 109

지나간 세월이 그립거든

지나간 세월이 그립거든 솔새김남식 내 아버지 나이를 지날 때만 해도 멀게만 느껴진 인생 그러나 어느덧 내 할아버지 나이에 들어서고 보니 인생이 그리 멀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행여 지나간 세월이 그립거든 굽이친 먼 세월 다 접어 두고서 벼랑길 바위에 핀 에델바이스처럼 보도블록 틈 사이로 피어난 이름 모를 들꽃처럼 새롭게 다시 시작하시구려 이제껏 살아오며 짊어진 망태기가 있거든 미련 없이 벗어 놓고 어디론가 훨훨 유유자적 떠나고 싶은 생각 왜 없지 않았을까마는 갈 때는 다 빈손이라고 하잖는가 명예와 부와 권력에 너무 집착하지는 마시게 바람 같은 인생 하룻밤 다녀가는 삶이 아니던가 해지면 머문 곳이 내 집이라 어디 간들 풀칠을 못 하겠는가 부평초 같은 삶 늘 하루를 후회 없이 지내시게

습작/제1 詩冊 2018.12.22

안개

안개 솔새김남식 어디엔가 있을 듯하지만 뵈지 않는다 잡힐 듯 선뜻 손을 내 밀지만 허공 속으로 흩어지는 뿌연 운무들 그리움으로 남겨진 채 산다는 게 얼마나 쓸쓸한 일인가 사랑한다는 것 또한 얼마나 여려운 일인가 그대 마음이 내게서 떠나 있는데 가슴에 묻지 못 한다고 함게 하지 못 한다고 애련한들 무슨 소용 있으랴 가슴에 남아 있는 자국은 여전히 선명한데 뒤돌아봐도 보이는 건 희미한 영상뿐 밤새 내린 안개비는 한낮의 햇살 속으로 사라지는데 무엇이 가슴팍을 짓누르며 답답하게 엄습해온다

습작/제1 詩冊 2018.05.17

벚꽃이 지던 날

벚꽃이 지던 날 솔새김남식 비바람에 벚꽃이 하염없이 지던 날 아쉬움의 허전한 가슴으로 그대를 배웅합니다. 황홀하다 못해 백설처럼 곱게 피어오른 아름다운 흰 백의 꽃이여 오랜 세월 지났음에도 내 보라고 이다지도 곱게 피었나 수줍은 꽃망울 터드리며 화사한 미소로 다가오더니 보드라운 연인의 입술처럼 황홀한 꽃잎 속으로 취하기도 전에 한 사나흘 쭈욱 그대를 바라보기도 전에 아니~ 다시 보려고 뜰 앞에 나서기도 전에 어느덧 가지마다 하얀 꽃잎이 하염없이 떨어집니다. 그래더는 내 마음 주지 말아야 한다. 다부진 그 생각은 어디로 갔는지 화사한 미소로 다가와서 비벼대도 녹지 않는 언 가슴을 가지마다 흔들어 놓고 홀연히 떠나려 하다니 가슴이 아파옵니다 작별은 이미 예고된 것이라서 이제 더는 막을 수 없음에 그냥 쓸쓸하..

습작/제1 詩冊 2018.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