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334

만추

만추(晩秋) 솔새김남식 거리에 낙엽이 나부끼고 칸텔라 불빛이 바람에 꺼질 듯 휘청거릴때면 어묵 국물에 소주 한잔이 제격인 시절이 있었다. 특히 종로거리에 아주 많이 있었는데 언제인가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가을 색이 짙어지면 멋을 아는 사람들은 바바리코트를 입었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듯하지만 날씨가 쌀쌀해지면 멋쟁이들은 주저함이 없이 입고 다녔다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진 벤치에서 바바리코트 깃을 한껏 세우고 손에는 책을 들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멋풍스러운 모습이 모양이 나던 때가 바로 엊그제 였었다 지금은 낭만도 없고 멋도 없어진 삭막한 거리에서 제멋에 부는 나팔소리만 요란하다

습작/제2 詩冊 2016.12.08

가을서시

가을 서시 솔새김남식 가을이 무르익어 한 입 베어 물면 입속에 달콤한 단감처럼 어느덧 우리에게 먹을 것을 거두워 주는 계절이 왔다 코로나가 아무리 세상을 엎어 놓아도 만물의 들녘은 가을 햇볕을 받으며 만선으로 금빛 물결이 하늘하늘 출렁거리고 갈바람이 뭐라고 말을 했는지 밤 알이 툭툭 힘없이 떨어지는 소리가 땅을 뒤 흔든다 저물녘 계곡에서 돌돌거리며 흘러 내리는 물소리가 귓가에 들려 오면 가을로 성찬이 차려진 아내의 밥상이 궁금해진다

습작/제3 試冊 2016.10.31

그냥 니 생각이 난다.

그냥 니 생각이 난다 솔새김남식 하늘빛이 푸르거나 흐릴 때면 그냥 니 생각이 난다. 어떤 이유가 있어서도 아니고 꼭 꼬집어서 얼마만큼 인지는 모르지만 그냥 니 생각이 난다 꽃잎들이 훈훈한 햇살에 눈부시게 흩날릴 때도 그냥 니 생각이 난다 희뿌연 낯선 길을 걷다가 문득 길모퉁이를 돌아갈 때도 그냥 니 생각이 난다 내가 하늘만큼 널 그리워할 때 한 자락 뭉게구름만큼이나 날 담아내고 있을까? 오늘도 니 생각이 나는데 넌 어떨까 바람이 나뭇잎을 스쳐 갈 만큼 날 쓰다듬고나 있을지 니 생각이 자꾸만 나는데 넌 손톱만큼이나 내 생각할까

습작/제2 詩冊 2016.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