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제1 詩冊

가을에 내가 할수 있는 일

시인김남식 2016. 9. 14. 14:18



  가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    솔새김남식

  이 가을에  . . .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붉게 물든 나뭇잎을 보며 외로워 하는 것 
  이 가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바람이 불면 부는데로 하염없이 걷는 것

  이 가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시린 가슴을 안고 더욱 더 아파 하는 것 
  이 가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낙엽이 떨어지면 낙엽을 주워 책갈피에

  끼워두는 것

  이 가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만날때 헤어짐이 두려워서 마음에 문을

  꼭꼭 닫는 것 
  이 가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게 슬프다
  외로우면 마음 껏 외로워해도 좋으리라 


  슬프면 마음 껏 울어도 좋으리라 
  고독하면 고독한 채로 

  곁에 아무도 없으면 없는데로 바람이 불면 바람을 맞으며 
  나무처럼 가슴속에 작은 나이테 하나씩 그으면서
  그렇게 살아도 좋으리라 
  단 한 사람만이

  나를 기억해 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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