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334

가을행랑

가을행랑 솔새김남식가을이 깊어가는 늦은 오후 작은 가방에 물 하나와 군것질을 담아 무작정 길을 나서 조용한 산사가 있는 계곡 길을 걸어본다 하염없이 흐르는 물결이 구름을 따라가고 속절없이 흩날리는 바람에 갈대가 춤을 추면 나뭇잎들도 하나 둘 떨구어 버린다 걷다 보면 이름 모를 들꽃과 인연을 맺고 세상 욕심을 떨쳐 버린다 어느덧 해가 서산에 걸터앉으면 처마 끝에 매달린 범종이 바람에 가녀린 소리를 내고 있다 물 흐르듯 지나온 세월 아쉬움은 왜 이리도 많은 건지 어쩌지도 못 할 바에는 지금의 현실에 그냥 충실해야 하지 않을까

습작/作業노트 2009.09.04

기우제

기우제 김남식 해마다 여름이 되면 농촌에는 비가 오지 않아서 가뭄 피해로 크게 걱정 한다기에 개미 수천마리를 동원하여 수로(水路)를 파서 한강 물을 끓어오려고 했더니 백년이 걸린다 하고 날새 조(行鳥)를 동원해서 낙동강 물을 입으로 물어다가 호수를 만들려 했더니 천년이 걸린다 하여 포기했다 이제는 할 수 없다 하늘이 구멍이 나서 비가 내리도록 용신(龍神)에게 머리 조아려 어쩔 수 없이 기우제를 지내야 한다

습작/제3 試冊 2009.08.03

사랑하는 그대가 있기에

사랑하는 그대가 있기에 솔새김남식 뽀얀 햇살이 따사롭게 느껴지는 계절 사랑하는 그대가 있어서 너무 행복 합니다. 담장 위로 빨간 장미 넝쿨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고 예쁜 야생화 피어 있는 들 길을 거닐며 뻐꾸기소리 들을 수 있는 것도 사랑하는 그대가 있어서 너무 행복 합니다. 산들바람 부는 하늘 위로 흰 구름이 노닐고 모를 낸 다랑논에 물이 가득 차면 귀가 아프도록 울어 댈 개구리의 합창 소리가 참 듣기 좋은 건 유월은 사랑하는 그대가 있기에 너무 행복 합니다

습작/낭송시 2009.06.09

꽃등

꽃등 김남식 꽃피는 봄이 되니 불을 켜지 않아도 좋겠다 은은한 꽃등이 어디에나 있으니 내 몸은 꽃잎에 덮여 꽃향기에 잠이 들 터이니까 꽃피는 봄이 되니 그리움은 이제 없겠다 밤이면 꽃들이 별처럼 흘러서 어느덧 창문을 넘나들며 별처럼 빛날 테니까 가슴을 적시오니까 어디에나 은은한 꽃불이 있으니 어느덧 창문을 넘나들며 가슴을 적시는데

습작/作業노트 2009.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