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제2 詩冊

호박꽃

시인김남식 2009. 7. 14. 09:31

호박꽃  솔새김남식

 

흔히 여자는 여자인데 예쁘지 않다는 말로

호박꽃도 꽃이야 한다.

못생긴 여자를 가리켜 호박꽃 같다고 하는데

호박을 살펴보면 통통한 것 말고는

별로 못 생겼다는 생각이 안 든다.

하긴 꽃의 생명은 향기인데

호박꽃은 큰 것에 비해 향기가 없어

붙인 게 아닐까 생각되기도 하고

꽃을 자세히 보면 노란 빛깔이 참 진해서

곱고 예쁜 구석이 있다.


호박은 여러모로 유익을 주면서도

'못생긴' 대명사가 되었으니 변명의 기회를 준다면

정말 억울하다고 항변 할 것 같다.

많이 배고팠던 어린 시절 호박꽃을 따서

그 속에 담긴 꿀을 빼 먹던 생각도 나고

여름 장마철 집 앞 도랑에 물이 졸졸 흐르면

도랑물을 막아 물막이를 만들었고

호박 대롱을 잘라 물레방아를 돌렸다.

사실 호박보다 잎이 구수한 향토 맛이 나서

쌈으로 사용하면 더 맛 날 때가 있다.

호박을 엷게 썰어 계란튀김 가루를 입혀

후라이 팬에 부치면 맛있는 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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