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행랑 솔새김남식
가을이 깊어가는 늦은 오후
작은 가방에 물 하나와 군것질을 담아
무작정 길을 나서
조용한 산사가 있는 계곡 길을 걸어본다
하염없이 흐르는 물결이 구름을 따라가고
속절없이 흩날리는 바람에
갈대가 춤을 추면
나뭇잎들도 하나 둘 떨구어 버린다
걷다 보면 이름 모를 들꽃과 인연을 맺고
세상 욕심을 떨쳐 버린다
어느덧 해가 서산에 걸터앉으면
처마 끝에 매달린 범종이
바람에 가녀린 소리를 내고 있다
물 흐르듯 지나온 세월
아쉬움은 왜 이리도 많은 건지
어쩌지도 못 할 바에는 지금의 현실에
그냥 충실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