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作業노트 89

가을행랑

가을행랑 솔새김남식가을이 깊어가는 늦은 오후 작은 가방에 물 하나와 군것질을 담아 무작정 길을 나서 조용한 산사가 있는 계곡 길을 걸어본다 하염없이 흐르는 물결이 구름을 따라가고 속절없이 흩날리는 바람에 갈대가 춤을 추면 나뭇잎들도 하나 둘 떨구어 버린다 걷다 보면 이름 모를 들꽃과 인연을 맺고 세상 욕심을 떨쳐 버린다 어느덧 해가 서산에 걸터앉으면 처마 끝에 매달린 범종이 바람에 가녀린 소리를 내고 있다 물 흐르듯 지나온 세월 아쉬움은 왜 이리도 많은 건지 어쩌지도 못 할 바에는 지금의 현실에 그냥 충실해야 하지 않을까

습작/作業노트 2009.09.04

꽃등

꽃등 김남식 꽃피는 봄이 되니 불을 켜지 않아도 좋겠다 은은한 꽃등이 어디에나 있으니 내 몸은 꽃잎에 덮여 꽃향기에 잠이 들 터이니까 꽃피는 봄이 되니 그리움은 이제 없겠다 밤이면 꽃들이 별처럼 흘러서 어느덧 창문을 넘나들며 별처럼 빛날 테니까 가슴을 적시오니까 어디에나 은은한 꽃불이 있으니 어느덧 창문을 넘나들며 가슴을 적시는데

습작/作業노트 2009.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