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 책방/좋은명시 2012.06.15
그 사람을 사랑한 이유 그 사람을 사랑한 이유 이생진 여기서는 실명이 좋겠다. 그녀가 사랑한 남자는 白石이고 백석이 사랑했던 여자는 金英韓 이라고 한데 백석은 그녀를 子夜라고 불렀지. 이들이 만난 것은 20대 초 백석은 시 쓰는 영어 선생이었고 자야는 춤 추고 노래하는 기생이었다 그들은 3년 동안 죽자.. 책방/좋은명시 2012.06.03
정님이 누나 정님이 누나 이시영 용산역전 늦은 밤거리 내 팔을 끌다 화들짝 손을 놓고 사라진 여인 운동회 때마다 동네 대항 릴레이에서 늘 일등을 하여 밥솥을 타던 정님이 누나가 아닐는지 몰라 이마의 흉터를 가린 긴머리, 날랜발 학교도 못 다녔으면서 운동회 때만되면 나보다 더 좋아라 좋아라 .. 책방/좋은명시 2012.04.29
홀로 서기 홀로 서기 서정윤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 책방/좋은명시 2011.10.31
남편 - 문정희 남편 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 책방/좋은명시 2011.10.07
그대를 기다리는 일 기다리지 않겠습니다 곽혜란 습관처럼 되어 온 그대를 기다리는 일이 언제부턴지 그대를 힘들게 하는 짐이 되고 말았네요 아주 아주 오랜 동안의 기다림이 때로는 힘에 겨웠지만 힘든 기억 보다는 행복한 기억이 더 많아서 그대와 나 사이의, 안 되는 이유와 내 편이 되어주지 않았던 세.. 책방/좋은명시 2011.06.17
고시조 모음 고시조 모음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산)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 만은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 양 사언- 한산 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하는 차에 어디선가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 이 순신- 이 몸이 죽.. 책방/좋은명시 2011.05.12
사람이 산다는 것이 사람이 산다는 것이 / 오광수 사람이 산다는 것이배를 타고 바다를 항해하는 것과 같아서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 날은집채같은 파도가 앞을 막기도 하여금방이라도 배를 삼킬듯하지만그래도 이 고비만 넘기면 되겠지하는 작은 소망이 있어 삽니다.우리네 사는 모습이 이렇게 비 오듯 슬픈 날이 있고바.. 책방/좋은명시 2011.05.07
늙어가는 아내에게 - 황지우 늙어가는 아내에게 - 황지우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아 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꼽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주고 싶게 유난.. 책방/좋은명시 2010.12.10
남편을 빼앗긴 밤 강은심 남편을 빼앗긴 밤 한 남자를 기다리는 사람은 두 여자였다 기다리는 시간도 누구 한사람 일분더 오래 기다림도 아닌 똑같은 시간이었고 밤 12시가 땡하며 들어서는 남자 그 남자를 맞는 두 여자는 서로 분주하였고 한 여자는 밥상을 차리고 다른 한여인은 얼굴 보기 무섭게 서둘러 이부자.. 책방/좋은명시 2010.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