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마가리 - 오두막 * 출출이 -맷새 *조소곤이 - 속삭이듯 조용하게
이 시의 주인공 자야가 지주였던 길상사
백석(白石(시인))
1912∼1963. 시인. 본명은 기행(夔行)
평안북도 정주(定州) 출신. ‘白石(백석)’과 ‘白奭(백석)’이라는 아호(雅號)가 있었으나
작품에서는 거의 ‘白石’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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