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제1 詩冊 109

가을을 좋아하는 여자

가을을 좋아하는 여자 솔새김남식 가을을 좋아하는 여자가 있습니다 그녀는 목이 기다란 코스모스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들녘 길가에 핀 들국화를 더 좋아합니다 유독 가을을 타는 그녀는 주말 오후가 되면 여행을 떠납니다 버스를 타고 낯선 시골에서 내려서 들길을 걸으며 너무 좋아서 마음껏 웃는 모습을 나는 보았습니다. 가을향에 취해서 들꽃잎을 따기도 하고 때론 벼포기와 풀섶 사이를 뛰어 다니며 메뚜기를 잡기도 합니다 그녀는 가을을 멀찌 감치에서 바라만 보는게 아니였습니다. 바쁘게 사느라 잊었던 가을 지난 세월을 보상이라도 하듯이 동심으로 돌아가 자신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 오는 길 읍내 시장터에서 고구마도 사고 된장에 넣을 고추도 사며 시장터에 주저앉아 뭐가 그렇게 좋은지 뭐가 그리 친한지 팔러 나온 할..

습작/제1 詩冊 2006.04.11

당신을 곁에 두고서

당신을 곁에 두고서 솔새김남식 당신을 곁에 두고 나서는 세상 모든 것이 멈추어 버렸습니다 왜냐면 당신의 빛 그 하나만으로 도 세상은 온통 밝음으로 채워져서 더 이상 내가 욕심 낼 다른 빛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주 가끔은 이쁘다는 말도 하고 애절하게 그립거나 사랑한다는 주문을 내게 걸기도 합니다. 당신은 내가 그것밖에 할수 없도록 당신의 사슬에 고리를 느슨하게 묶었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내게 모든 것을 주는 대신 당신 하나만 그리움도 그대 하나만 바람소리 조차도 당신의 목소리로 채워지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는 당신에게서 눈도 멀고 귀도 멀고 목소리까지도 당신의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당신을 곁에 두고서는 당신에게는 내가 당신의 뜰에 재잘거리는 그대의 참새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입니다.

습작/제1 詩冊 2005.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