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제1 詩冊

벚꽃이 지던 날

시인김남식 2018. 4. 24. 09:45

벚꽃이 지던 날
 솔새김남식

 
비바람에 벚꽃이 하염없이 지던 날
아쉬움의 허전한 가슴으로
그대를 배웅합니다.
황홀하다 못해 백설처럼 곱게 피어오른
아름다운 흰 백의 꽃이여


오랜 세월 지났음에도
내 보라고 이다지도 곱게 피었나
수줍은 꽃망울 터드리며
화사한 미소로 다가오더니
보드라운 연인의 입술처럼
황홀한 꽃잎 속으로 취하기도 전에


한 사나흘 쭈욱 그대를
바라보기도 전에
아니~
다시 보려고 뜰 앞에 나서기도 전에
어느덧 가지마다 하얀 꽃잎이
하염없이 떨어집니다.


그래더는 내 마음 주지 말아야 한다.
다부진 그 생각은 어디로 갔는지
화사한 미소로 다가와서
비벼대도 녹지 않는 언 가슴을
가지마다 흔들어 놓고
홀연히 떠나려 하다니 가슴이 아파옵니다


작별은 이미 예고된 것이라서
이제 더는 막을 수 없음에
그냥 쓸쓸하게 발길을 돌립니다
부디 잘 가시옵소서
정말 그대를 사랑했습니다


그대가 떠난 뒤
내 그리움이 벚꽃 가지마다
푸른 잎으로 하나둘씩 피어나고
따사한 유월의 햇살 속에서 뻔이
까맣게 영글어 갈 때쯤
그대 그리움이 멀어지려나
그대 생각이 잊히려나

시작노트 ;

아주 오래전 사랑했던 어떤 사람을 보내야 하는 그 느낌을 벚꽃에 비유하여 써봤습니다.

미국 뉴저지에서 돌아온 그녀는 짧은 인연을 뒤로 하고 1년뒤 미국으로 돌아갔지요

그리고 2년가량 이메일 주고 받다가 너무 지루해서 슬며시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배경 음악은 서문탁 노래  '그대 하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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