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있는 통기타 가수 서유석
70년대 초 대중 트로트에 식상한 젊은이들을 열광시켰던 통기타 가수의 리더 서유석. 턱받이를 댄 하모니카와 기타를 동시에 연주하는 등 남달리 개성이 강한 서유석에게는 얘깃거리도 많다. 학생시절 낙제를 두 번 하고 누나의 바이얼린을 슬쩍해 기타로 바꿔 노래에 미친 세월.. 봉원동 화장터로 향하는 장례 행렬이 신촌을 거쳐 창천동을 지날 때마다 동네 꼬마들은 신이 나서 따라 다녔다. 꼬마 서유석은 상여 맨 앞 상두꾼의 요령 흔드는 소리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잘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무언가 흥겹고 구성진 상두꾼의 소리, 딸랑거리는 종소리를 들으면 유치원생 서유석은 어깨춤이 저절로 났다.
45년생 해방둥이요, 5남매 중 넷째. 아버지는 잘 알려진 교육자 서정권씨, 어머니 역시 교육자인 이철경씨로 부모가 다 각 학교 교장을 역임한 철저한 교육자 집안이다. 집안이 엄격한 편이지만 워낙 장난꾸러기에 개구쟁이인 서유석의 기질을 꺾을 수는 없었는데, 꼬마 때 눈감고 다리 건너기 내기를 하다 생긴 코 밑 흉터는 지금도 선명하다. 또한 저녁이면 동네 골목에 자리를 펴고 장기를 두는 복덕방 영감들 앞에서 촛대를 입에 넣고 피리를 불어 동네에선 괴상한 꼬마로 알려졌었고, 한번은 형의 스케이트 앞뒤에 솜을 잔뜩 넣어 몰래 빙판에 나갔다가 웅덩이에 빠져 죽을 뻔하기도 했단다.
국민학교 때는 축구선수로 공부도 상위권에 들었으며, 장난은 심했어도 일류 학교인 서울중학교에 거뜬히 입학했다. 서울중학교에는 축구부가 없어서 핸드볼부에 들어가 선수로 명성을 날리기도 했다. 당시 공부가 하기 싫었던 것은 '하필 아버지가 그 학교 교장으로 계셔서'였다는데, 고2 때는 과연 그 학년 낙제생 30명 명단에 포함되고 말았다. 그렇게 일년을 쉰 다음 해엔 대한체육회에서 뽑은 한일 고교친선 핸드볼 경기에 우리 나라 대표로 뽑혔는데 아버지의 극력반대로 모든 것은 수포로 돌아갔고, 화가 난 서유석은 그 이후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않았다고 한다.
성균관대 경영학과 재학시절에도 핸드볼 선수였지만 서유석은 학교 선수합숙소에서 심심하면 통기타를 뜯으며 젊음을 노래했다. 우연히 친구끼리 여행을 갔다가 해인사 물소리와 함께 들은 친구의 클래식 기타 음률에 홀딱 반해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시절 서유석의 수중엔 기타를 살만한 돈이 없었고, 서울로 올라오자마자 작은누나에게 작은누나의 바이얼린을 팔아서 기타를 사면 어떠냐고 꼬시기 시작했다. '생각해보자'고 미루는 누나의 말을 듣고는 그 날로 그 바이얼린을 들고 집을 뛰쳐나오고 말았다. 그러나 기타 값을 알 리 없는 그는 몇 만원씩 하는 고급 바이얼린을 그만 1200원짜리 세고비아 기타와 바꾸고 말았다.
당시 서유석은 아르바이트로 학교앞 살롱 '카사노바'에서 기타를 퉁기고 있었다. 어느 날 살롱이 거의 파할 무렵 인기코미디언인 구봉서씨와 서영춘씨가 들어와 술잔을 기울이며 서유석에게 음악 한 곡을 청했다. 그의 기타 솜씨에 반한 구봉서씨가 '재주가 아까워 키워주고 싶다. 내일 다시 오겠다'고 말하고는 다음 날 바로 TBC 쇼쇼쇼 PD인 조용호씨와 함께 '카사노바'에 나타났는데, 이것이 서유석이 가요계에 데뷔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당시 트윈폴리오, 최영희와 함께 젊은 통기타 대열에 끼게 되었다.
그 후 서유석은 69년 여름에 취입한 '사랑의 테마'가 히트하면서, 통기타 가수로 확고한 위치를 굳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서유석은 번안곡 뿐만 아니라 창작에도 전념, '아름다운 사람'을 비롯한 많은 곡들을 발표했는데 이 중에 '아름다운 사람'은 시집 온 형수의 아름다움에 취해 떠오른 악상에 헤세의 시를 가사로 붙인 것이라고 한다. 서유석은 그 당시 YMCA 청개구리 노래모임에서 양희은양을 알게 되어 가깝게 지내는 사이가 되었는데, 이젠 그것도 흐지부지되었단다.
그러던 중 73년에 TBC 심야프로그램 '밤을 잊은 그대에게' DJ를 맡다가 생긴 일로 그는 지금까지 3년간 가요계를 떠나 여행, 양복점 경영, 살롱 경영 등 부업에만 열중했었다. 그러나 77년 2월부터 다시 가요활동을 재개하여 벌써 여러 음반을 내놓고 있으며, 지금은 성대 앞에서 살롱 '갈채마당'을 경영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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