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제1 詩冊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

시인김남식 2013. 12. 14. 13:47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    솔새김남식


물방울이 아직 뚝뚝 떨어지는데

머리를 말려야 하는 것도 미루고

너무도 깊숙이 묻혀있던 내 기억들이

단 한 번의 충격으로

조각조각 터져 나오게 하였다.

 

학교 옆 돌담을 돌면 그 옆에

책을 대여해 주는 책방이 있었다.

내 기억으로는 주인인 듯한 아저씨가

서점을 지키고 있었는데 매일 드나들었다.

 

책을 읽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던 나는 매일 책 한권씩 읽었다.

박계형 소설은 전부 읽었으며

짜릿한 감각에 쾌감 같은 것을 주는

그 소설에 푹 빠져 있었다.

 

그가 쓴 소설과 더불어 사춘기를 맞이하였고

항상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곤 하였다.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

초원의 빛, 동심초. 애수

추억을 열게 만든 그 시절의 이야기들이

지금은 모두 그리움으로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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