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르고 싶었던 순간 솔새김남식
물방울이 아직 뚝뚝 떨어지는데
머리를 말려야 하는 것도 미루고
너무도 깊숙이 묻혀있던 내 기억들이
단 한 번의 충격으로
조각조각 터져 나오게 하였다.
학교 옆 돌담을 돌면 그 옆에
책을 대여해 주는 책방이 있었다.
내 기억으로는 주인인 듯한 아저씨가
서점을 지키고 있었는데 매일 드나들었다.
책을 읽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던 나는 매일 책 한권씩 읽었다.
박계형 소설은 전부 읽었으며
짜릿한 감각에 쾌감 같은 것을 주는
그 소설에 푹 빠져 있었다.
그가 쓴 소설과 더불어 사춘기를 맞이하였고
항상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곤 하였다.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
초원의 빛, 동심초. 애수
추억을 열게 만든 그 시절의 이야기들이
지금은 모두 그리움으로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