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書/生活수필

아내의 생각

시인김남식 2008. 6. 26. 19:47

아내의 생각  솔새김남식


취업도 못하고 늘 눈치밥을 먹는 작은녀석이 통 밖을 나가지를 않고 있다.

아무대나 들어 가라고 해도 그럴 수 없다고 하며 버티며 빈둥거리고 있으니

속은 상하지만 내버려 둘수 밖에 없다.

시무룩해 있는 놈을 좀 위로해 줄 심산으로 같이 술 한잔 하기로 하였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며칠전 사다놓은 삽겹살이 아직도 놀고 있었다.

상하기 전에 어서 먹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밖을 잘 나가지 않고 방에 앉아서 컴을 하고 있는 녀석을 거실로 불러냈다.

그리고 거실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불판을 놓은뒤 삽겹살을 굽고 있었다

"세상은 네가 생각한 것 처럼 호락호락 하지 않다"

"그렇다고 아무데다 들어갈수 있나요 잘 찾아 봐야죠"

정말 오랫만에 삽겹살을 굽고 아들과 호젓하게 먹고 있으려니 술도 맛이 있었다

.

소주가 한두잔 들어가고 다시 고기 몇점을 더 굽고 있는데

얼마후 외출했던 아내가 돌어왔다.

'아니, 이 더위에 집안에서 불판이라니!'

자초지종도 알아보지도 않은채 무조건 버럭 냅따 화를 낸다.

그리고 아내는 불판을 냉큼 들어다 배란다로 내 놓고 서둘러 신문지를 이용해서

휘휘 내 저으며 연기와 냄새를 밖으로 몰아낸다.

나는 뒤에서 아무 말 없이 멀찌감치 선머슴처럼 바라 본다.

얼떨결에 분위기가 쌩쌩도는 배란다로 쫓겨난 부자 화가 났지만 세상은 여자가 움직이고

있다는 어느 선인에 말처럼 어쩔수 없기에 꾸욱 참아야 했다

.

'나원 참!... 여자들은 왜다 저 모양인지 모르겠다'

내 투정에 아들 녀석이 빈 잔에 술을 따르며 하는 말

'여자들은 저러지 않아요. 엄마니까 저러시지....'

우리 부자는 주거니 받거니 미움을 받아가며 소주 두병을 거뜬히 해 치웠다

정말 여자들은 저럴까 아니면 엄마니까 잔소리 하는 걸까

히스테리 때문인지 여자들은 나이가 들면 잔소리가 심하다는 말이 맞다 

어쩌면 여자들에 잔소리가 가정을 이끌어 가는 규율적인 사랑인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자랄때와는 전혀 다른 요즘 세상을 사는 젊은이들은 어떻게 슬기롭게 살아갈지 사뭇 걱정이었다.

우리 둘이는 술이 취한 채로 아들방에서 쿨쿨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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