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書/生活수필

종묘공원에서

시인김남식 2008. 9. 19. 20:40

종묘공원에서 쓸쓸한 인생길 김남식

 

며칠전 종묘 공원에 가는 일이 있었다
아니 가끔은 그곳을 스처 지나간다
날씨가 풀리는 봄이 되면 많은 노인들이 모이는 장소로서

인생의 무상함과 쓸쓸함을 모두 느끼게하는 장소이다

그 앞을 지날때면 다음 차례는 나도 저기에 앉아있겠지 생각한다
나와는 상관이 없는 노인들의 세상이라 하지만
음악을 크게 틀고 노래하고 춤추는 분들
삼삼오오 모여 진지하게 무언가에 대해 토론하고
혼자 외로이 앉아 계신분도 더러 계시고
많은 분들이 저마다 시간을 보내기 위해 모였으리라.

노점상에서 낱개 담배 파는 것을 보니
그 분들의 주머니 사정도 엿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더구나 돈이 있는 분과 없는 분이 이곳에 오면 확연히 들어난다
옷차림이 말끔한 정장 차림의 노신사도 있고
아주 보기 흉한 남루한 차림도 종종 볼 수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평상복 차림들의 노인들이다

막걸리와 오뎅 그리고 안주가 곁들인 니어카 행상
그 곳을 바라보면 마음이 찹찹해 질 때가 있다

돈 한푼없어서 다른 사람이 먹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 보다가
그냥 자리를 서운하게 뜨는 이가 있었고
또는 동냥 비숫하게 얻어 먹는 노인들도 있었다
지금에 노인들은 자기가 저축한 돈이 없거나
자식에게 용돈을 타지 못하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그럴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지하철을 공짜로 타고 이곳까지 왔으니
식사때가 되면 내 차례까지 식사가 돌아 올지도 모르는 줄을
끝이 안 보이도록 서있는 노인을 바라 보면
인생은 그렇게 덧없이 왔다가는 것을 새삼 느끼게한다

 


대부분 노인들은 무료한 시간을 기차에서라도 보내려고
저 멀리 수원 인천 의정부에서도 이곳까지 원정 온다고 한다
이곳에와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길 들을 수가 있다
술판 화투만 바둑 장기판등 자기들만에 놀이 문화를 즐기기도 하지만
인생에 의미를 아는 노인들은 연정이 싹트는 곳이기도 하다
요즘 젊은이들만 공공장소에서 애정 표현 하는 줄 알았더니
아마 이곳은 노인들의 낭만적인 장소인가 보다.
가끔은 재밋는 구경을 할 때도 있다
인생을 알기전 사랑이란 말....
그리움이란 말....
연민의 정이란 말은 젊은이들의 전유물인 줄 알았다


비가 오는 날은 종로3가 지하철역 안으로 족히 100여명의 노인들이 모여있다

쉰세대 에게는 감정이 메말라서 사랑이란거
아니 그 사랑이란 단어의 기억조차 하지 않는 말인줄 알았는데...
그 언제인가 백인이 인디언 지역을 습격하고 나서
그들의 두개 골을 실험했단다.
그들도 이성을 갖고 생각하는지를 알기 위해서
참 그것은 바보같은 어리섞은 일이였다
뇌성마비에게도 욕정이라는거 사랑이란 게 있다는
연구결과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낄 수가 있을까?

나이를 들어감에 저 가슴속 깊은 곳에서 부터
사랑이 울어 나온다는 것을 그리고 더 애틋하다는 것을
TV메스컴을 통해서 종종 그 사랑 이야기를 우리는 듣는다
인간은 자연으로 돌아 가기 까지 사랑과 그리움은
마음속에 언제나 살아있다는 것을...

그래서 이곳에서는 그들만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을 목격할 수도있다


나이가 팔십,구십이 되어도 그 옛날 사모했던 연인을
그리워 한다는 것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우리의 삶이 그리 화려하지는 않았어도
쓸쓸한 인생길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추억으로
기억 할 수 있는 한 사람 쯤은 하나라도
가슴에 꼭꼭 숨겨놓는 것도 행복을 알게하는 지름길이

인생은 늦었다고 생각할때 이른 것이다


스바루 이자연

'古書 > 生活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놀이문화 -  (0) 2009.08.22
짠지죽  (0) 2008.11.19
초평저수지 소두머니  (0) 2008.09.17
아내의 생각  (0) 2008.06.26
사업에 실패를 하고   (0) 2008.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