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종소리
언제 부터인가 초인종 소리가 줄어 들었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
초인종을 누르면 아내가 문을 열어 주면서
웃으며 반갑게 맞아 주는게 보통이었다.
그래서 초인종 소리는 정겨운 소리였고 반가운 소리였다.
대부분 일반 주택에 살던 예전에는 초인종을
요비링이라 하여 일본식으로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는 요비링이라는 것 자체가 신기했고
없는 집들도 많았다.
그래서 아이들이 남의집 초인종 누르고 도망가는 장난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자기 집에 들어 가면서 초인종을 누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맞벌이 가정이 늘고 아이들이나 주부들의 바깥 활동이 많아지면서
가족 구성원 모두가 자기 열쇠를 돌려서 문을 열기 때문이다
핵가족으로 하나둘씩 살다보니 생긴 변화로
지금은 열쇠보다 더 편한 디지탈 도어록이다
주문한 상품을 애타게 기다리던 경우가 아니라면
예기치 못한 초인종 소리가 들렸을 때의 느낌은 귀찮음이다
외판원이거나 종교단체에서 나온 사람이거나
세상은 참 많이 변했기에 열쇠가 있는데도
굳이 현관까지 누군가를 불러내 문을 열게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내가 보낸 신호에 의해 잠겨 있던 문이 열리고
그 아늑한 공간 속에 받아 들여지는 느낌은
열쇠로 따는 기분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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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일부러 초인종을 눌러 보면 어떨까?
왜 열쇠를 안 챙기고 다니느냐고 타박하기 전에
안식처로 무사 귀환한 가족을 좀 더 요란하게 반겨주면 어떨까
그렇게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