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치(brooch) 솔새김남식
모처럼 10도 이상의 영상으로 한껏 봄내음이 풍기는 주말 오후
참 오래만에 웬수와 함께 나들이를 하였다
그것도 한양에서 인천 부평까지 머나먼 길을 여가를 선용한 나들이가 아니고
집안의 혼사일로 부득히 나들이를 해야하는 일이였지만
그래도 우짜거나 웬수는 즐거운가 보다.
예식장에 가면 친지들을 만나게 되면 그넘에 술 때문에
부득히 대중 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아니 특별한 곳이 아니면 대중 교통이 편할 때도 있다
예식이 끝나고 술 한잔으로 식사도 마치고
더놀다 가라는 것을 서둘러서 일행들과 인사를하고 헤어젔다
그런데 귀가 길 부평역 사거리 버스 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리는데 우리 웬수께서 악세서리 가게에서 아이 쇼핑을 하고 있었다
견물생심이라고 필경 물건을 사게 될 것이고
옆에 붙어 있다간 괜히 금전적인 손실을 볼 것 같아서
멀찌감치 슬쩍 자리를 피해서 딴청을 하고 있었다
버스 가판대에 있는 신문을 바라 보고 있는데
웬수가 오더니 돈 만원만 돌란다.
웬수 사정권에 벗어나 있어도 도리가 없으니
어차피 주어야 될 것 같아서 과감하게 밝은 표정으로 웃으면서
지갑에서 일만원권 한 장을 대뜸 아김없이 건네 주었다.
어디에 쓸 것인가 묻지도 않았다
.
그리고 얼마 후 히죽히죽 웃으면서 무언가를 사갖고 나온다
그런데 웬수는 버스 안에서 방금 산 머리핀이 마음에 드는지 요리보고 조리보고
하는 폼이 웬수를 처음 만날 때의 수줍은 19살 처녀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천지 차이였다
속으로 웃으며 생각을 하니 참 가관이다
나일 먹어도 여잔 여자인가 아니 여자란 다 그런가요
내가 보니 플라스틱 쪼가리에 뺑끼칠해서 접착제로 붙여 놓은게
이쁜 것이라곤 별루인것 같은데도 웬수는 그렇게도 좋아 할수가 없다
"어이 잔 돈 안주나?"
"잔 돈은 무신 잔 돈? 돈이 모자라서 내 돈을 더 보탰는데…."
"뭐야? 얼마 짜린데?"
"정가가 이만원인데 깍아서 만 오천원 줬꾸만..."
참 별 일이다
아무리 후하게 값을 매긴다 하여도 내 눈에는 사오천원으로 족할 것 같은데 만오천원 이라 한다.
길에서 파는 그런 것 과는 전혀 다르다고 마누란 오히려 내게 핀찬을 늘어 놓는다
하도 의심스러워 머리핀 뒷면에 붙은 정가표를 보니
확실하게 이만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걸 믿어도 되는지
.
"이양반 몰라도 한참 모른다. 그래도 이건 싼거야 백화점에 가면 칠팔만원도 더하는 것도 있다고."
속으로 코 웃음을 치며 내 그 돈이면 내 한달 막깔리 값이다
이런걸 사고서 좋다고 하는 우리 웬수가 이상한 건지
내가 바보인지 그건 잘 모르겠고 웬수가 기분 좋다니 그만이다
서울에도 많고 많을터인데 오늘은 브러찌 하나 사려고 인천까지 왔다
아마 나와 같이 갔으니까 오랜만에 내게 바가지 씌울려고 관심을 보일려고
그렇게 수작을 부린게 틀림 없는데 좋게 좋다고
그냥 모른척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좀더 비싼 것으로 바가지 좀 더 씌우지 바보같이 고작
만 원짜리로 흡족을 하다니 내 주머니 사정을 익히 알고 있는 웬수가
이럴때는 정말 고맙다
예전 처녀때는 어떻게 웬수 마음을 살까하고 틈만 있으면 선물 공세
억수로 많이 했지만 지금은 남사스러워서 그런 게 내키지 않아 하지않는다
여자가 편해야 집안이 편하다고 하여간 평소에도 세세하게 관심 두어서
사랑받는 냄편이 되어야 겠다
그리고 며칠후 동네 버스 정류장 팬시점에 진열해 있는 브러지를 유리창 밖에서
유심히 바라 보았다.
그리고 들어가서 좀 근사한 것으로 서너개 샀다
여자 마음을 꽁짜로 살때 그 남자는 그래서 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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