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書/단편소설

정말보고싶은 소녀_17

시인김남식 2012. 11. 10. 22:10

정말보고싶은소녀J_17            솔새김남식

  

그녀를 만나고 헤어진 다음날 아무렇지 않는듯 즐거운 마음으로 회사에 출근 했다

이제 누굴 미워하거나 싫어하지 않고 당당하게 일을 하려고 했으며 재희 신랑에게도

어떤 나쁜 감정이나 질투심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다.

현실을 부정 할 수는 없지만 이유없이 그를 미워할 필요가 없었다.

다만 내 곁에는 사랑하는 또 하나의 여자 아내가 집에 있는데도 마음 한쪽이 텅 비여있는 것은

지나온 세월을 아쉬워하며 욕심을 버리지 못한 탓이 아닐까 생각했다

사내들은 왜 그렇까 소유욕,승부욕

그렇게 세월은 나를 바보처럼 만들었고 그해 가을이 지나 겨울이 다 끝나도록 그녀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얼마의 세월이 흘러야 잊을수 있을까.

어느 날인가 사무실에 멍하니 있다가 문득 내가 그녀와 결혼해서 같이 살았다면 내가 행복했을까

그 생각을 하다가 그만 픽씩 웃었다

.

어느덧 해는 1999년 신년을 맞이 했다

새해들어서도 여전히 회사 생활에 충실했고 좋은게 좋다고 판단을 해서인지

재희 남편과 부딯치지 않으려 하였고 이유없이 미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여 다가 섰지만

그것이 녹녹하지 못 하였다

어떤 감정이나 질투심을 보이지 않기로 다짐을 했는데도 마음 한 구석에는

내가 갖고 놀던 장난감을 나쁜 친구에게 뺏았긴 것처럼 속이 상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이제와서 어쩔수가 없는 도리킬수 없는 일이었다

내 장난감이라면 싸워서라도 친구 것을 뺏앗던지 아니면 고장 나서 헌 것이 되었으니까 포기해야 한다

정말 보고싶은소녀를 오랫만에 만나 춘천으로 가던 날 예전과 달리 간혹 틈틈히 보이는

어두운 그림자가 마음에 걸렸다

잘 웃지 않던 얼굴과 가끔은 공허의 그녀 모습에서 한동안 마음속에서 떠나지가 않았다

내가 알 수 없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그것은 모르겠

그사람의 행복은 그 사람이 찾아야 하기에 내가 더이상 관여 할 사항이 아니라 느꼈다

세월은 나를 바보로 만들었고 그렇게 그해 겨울은 보냈고 이듬에 봄이 돌아왔다.


내가 보고싶다고 해도 만날 수가 없다.

아니 만나서는 아니된다

그러나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자꾸만 보고 싶은 생각이 가득했다.

사랑하는 아내가 있었도 마음 한쪽으로 뭔가 비여있는 것은 외로움을 타는게 아닐까 생각을 하며

주말 무렵에는 다른 취미로 마음을 달래기로 하였다

새해가 되자 회사에서 진급을 해서 그녀의 남편 박부장처럼 부장 직급을 받았다 

그리고 회사에서 해외 공장에 나갈 연수 사원을 모집하고 있었다

사내 게시판에 붙혀있는 벽보를 바라 보며 해외 나가면 모든 잊을수 있겠지하는 생각이 문득 떠 올랐다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신청 했더니 다행히 선발이 되었다.

당시 중국에서 총결리대우였다

가는 곳은 중국 텐진 공장으로 출국 날짜가 한달후인 4월초로 결정이 되여 있었다

주위에 있던 모든것을 보지도않고 듣지도 않고 그렇게 몇년을 외국에 나가 있으면 정리가 될것 같았다

정치에 복잡한 사람들이 한동안 외유를 하듯이 나도 그러면 다 지워질것 같았다

그래 사랑도 미움도 세월속에 그렇게 묻혀 가는 것 이기에 모두를 잊고 현실에 충실하며

내 삶도 열심히 살아야지 하며 바삐 출국 준비를 서둘렀다.


그런데 2년의 장기 근무라서 출국전에 한번은 그녀를 만나야 할 것 같았다.

지난번에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냉정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만 날수 없다는 현실에 불안하며 그리운 생각은 떠나질 않았다

그래서 몇번을 망서리다가 출국 며칠전에 용기를 내서 전화를 하였다

2년간 해외 연수 나간다는 이야기를 하고 출국하기 전 예전에 만났던 길동 찻집에서 만나고 싶다고 전했다

그녀는 이미 남편에게 해외근무 소식을 들었다고 하며 잘 다녀 오라는 말과 함께 거절하려는 눈치였다

당황한 나는 신경을 쓰게해서 정말 미안 하다고 공손히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 내가 돌아 올때 까지 건강히 잘 있으라는 말을 하고서 전화를 마무리 했다

그녀를 편안하게 해주는게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 했지만 나는 못내 서운한 감정이 감추지 못했다

그쪽 사정을 잘 알지도 모르면서 일방적인 만나주기를 추근대는 내 생각 내 욕심이

어쩌면 그녀를 갈등속으로 더 힘들게 몰아 가는게 아닌가 생각하며 속으로 정말 미안해 하였다

더 이상 그를 수렁속으로 몰아넣는 다는 것은 나쁜 일이기에 반성을  하였다

남자와 여자 그리고 여자와 남자가 다른위치에 있다는 것을 모르는 내가 아니었다

그냥 내 욕심이다 

바로 남에 것을 마치 내 것인양 하는 소유욕이다

더 이상 추근대지 않기로 하고 혼자서 출국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4월초 출국하는 날 와이프가 공항에서 배웅 하겠다는 것을 절대적으로 극구 사양했다

나혼자 가는게 아니고 회사직원 서너명이 같이 가니까 번거롭게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물론 사실은 재희가 혹시나 하는 생각에서 그랬던 것이다

김포공항에 도착하니 같이 갈 일행들은 벌써 와 있었다.

다른 사람은 가족들이 같이 나 와서 뭔가 챙기고 야단법석하고 있었지만 나는 개념치 않았다

당시만해도 해외여행이 통상적인 일이 아니었다 

조바심속에 시계를 바라보며 내 정신은 온통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었다

시계를 바라보며 초초한 시간은 자꾸 지나가 고 있다

드디어 텐진행 11시 20분 대한항공 비행기의 출국 준비가 시작 되었다.

아쉬운 미련에 눈을 돌리고 고개를 돌렸다

정말로 안 오는 게 아닐까 하고 자문자답하며 불안한 생각에 가슴은 막 뛰기 시작하였다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그녀를 그래도 찾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보고싶은소녀 J가 저쪽 외환은행 로비에서 서성 거리고 있었다

그녀를 보자마자 얼른 그쪽으로 한 걸음에 달려갔다

아 그런데 정말 웬지 모를 행복감이 잠시 전률을 타고 내려 오고 있었다

이게 사랑인가

다행히 나와 주니까 고맙고 반가움에 나도 모르게 아내와 작별을 하듯이 가볍게 포옹 하였다

보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장소를 급히 피했다

마음이 몹시 편해지고 따스함이 몰려온다.

마음이 뿌듯하다

그녀가 갑자기 선물을 불쑥 내민다

"고마워 나와줘서"

"안 나오려 했어요. 그런데 이쪽으로 끌려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나왔어요"

"그래. 미안해 나오라고해서. 재희가 나오니까 난 얼마나 좋은지 몰라"

"지난번 춘천 갔을때 정말 미안 했어요"

"뭐가"

"아녜요 좀더 오빠를 편안하게 해야 했는데........"

"걱정마 다 알고 있으니."

"잘 다녀 오세요 건강하구요"

그냥 고맙다는 애길 그녀에게 기분이 좋아서 몇번씩 나도 모르게 하고 있었다

"재희야. 중국출장 다녀 와서 딱 한번만 다시 만나는 거다"

"알았어요. 중국은 술이 독하다고 하는데 많이 마시진 마세요"

"보고 싶으면 어떻하지"

"얼릉 들어 가세요 다른 사람들이 찾겠어요"

"그래 가는거다. 잘 갔다 올께"

"잘 다녀오세요"

일행들과 같이 가야 하니까 출국 시간 때문에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지 못 했다

.

그녀와 악수를 하고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는 자리로 돌아 왔다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기분좋게 텐진가는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비행기 안에서 선물은 열어 보니 내 속옷과 양말 이었다.

선물을 몇번씩을 만저 보며 찡한 그녀의 사랑에 감동을 느꼈다

나중에 텐진에 도착해서 짐을 푸는데 쇼핑가방 속에 편지가 들어 있었다

편지를 읽고 한동안 멍하니 허공을 바라 보고 있었다

그리고 몇번식 여러번 읽는 습관이 중국에 있을때 하였다 


"아직은 봄이라고 하지만 조금은 차가운 새벽공기가 숨구멍을 탁 열어 놓는 청량제 같아요 

이제는 우리 서로가 서로를 잊는 妄意忘念의 공간 속에서 요즘은 왜

불현 듯 오빠가 자꾸 떠 오르는지 모르겠어요

어찌 되었던 오빠를 다시 만난 것 제겐 행운이었고 행복했어요

내가 나 아닌 줄 착각하게 만들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게 아마 인연이었나 잠시 생각하기도 했고

하지만 시간을 잊고 지내는 공간이니 더 아름다운 것 같아요

그날 오빠에게 할 말을 기어이 다하지 못하고 언저리만 맴돌다 돌아왔지요

처음 생각은 안 그랬는데......

이미 기차가 떠나가 버린 뒤 아쉬운 미련은 왜 이리도 많은지요

하지만 이제는 우리 망각의 강을 건너야 해요

기약없는 날을 무작정 기다리지 마세요

그래도 함께했던 젊은 날의 추억을 오래도록 가슴에 담고 내일을 살아 갈 수 있어서

저는 너무 감사해요

오빠! 해외연수 건강하게 무사히 잘 마치고 돌아오세요. 안녕 재희 "



중국이란 나라는 이때까지 만해도 목적 없이는 개인적으로 갈수 없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였다

공산국가에 여행갈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세상이 많이 좋아진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그것은 세계가 변하고 있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무렵에 중국과 수교해서 지금은 여행이 자유로워졌다

서울에서 2시간 거리의 중국은 국내 인건비 상승에 따라 한국 기업들의 새로운 투자 대상국으로 많이 진출하고 있었으며 

전자 부품을 생산하는 우리 회사도 텐진에 공장을 갖고 있었다

역사의 모든 문화의 전래는 중국에서 부터 우리에게 전해졌고 또한 갈등에 시작도 중국에서 부터 였다.

중국을 대국으로 섬겻던 과거 역사에서 그들에게 우리나라는 좋은 인상은 없었지만 지금은 동반자 관계이다

중국은 12억의 거대한 인구와 공산주의 체재로 국가 생활이 풍족하지 못하다

얼마전 우리가 일본 기술의 영입에 의지했던 것처럼 중국도 주변 국가의 기술 투자를 받아 들여

그들과 삶을 같이하고 있다.

비행기는 서해 바다를 지나 가는듯 하더니 어느 사이 텐진 공항에 내려 놓았다

 

텐진의 국제 공항 청사는 비좁고 초라하여 마치 우리나라의 중소도시의 버스 터미널 같았다 

달라진 사람들에 말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출국장에서 간단한 입국 검사를 마치고 나오니 회사 직원이 마중을 나왔다.

“고생이 많지요”

“어서 오세요”

인사를 하며 반갑게 악수를 청 한다

공항 대합실을 나오니 무수한 한문글자 간판을 바라 보니 지금 내가 중국 땅에 서 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했다

'아 이게 거대한 중국 이구나’ 하고 바라 보니 마음이 이상 하게 느꼈다.

그 옛날 역사책에서 보았고, 그리고 TV에서 보았던 거리 모습과 차량들이 무척 초라하게 보였다.

특히 누런 담요천으로 만든 긴코트(군대식)를 입은 사람들을 보니 좀 이상하게 느껴왔다 

회사로 가는 자동차에서 비치는 거리 풍경은 마치 60년대의 우리나라 옛날 시골의 면 소재지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탄 기아자동차 봉고차가 거리를 지날때 마다 뿌연 먼지가 자동차를 뒤 따라 오고있다

텐진시 서청개발특구에 자리잡은 회사는 새로 신축한 건물로 깨끗했다

텐진시는 중국에서 상하이, 뻬이징 다음으로 천만의 대도시이다

특히 텐진은 산이 없는 막막한 평원위에 자리 잡고 있었으며 땅이 넓어서 도로 사정은 비교적 잘 되어 있다

시내를 중심으로 하여 3개의 외곽 순환선이 있다고 회사에 도착하는 시간까지 꾸준히 설명을 한다

.

그리고 땅의 지표가 4m라 물은 거의 흐르지 않는다고 하며 이곳에 먼저 와있던 회사직원이 묻지도 않는데

이야기를 중국에 먼저 온 선배라고 자랑 삼아서 회사에 도착할 때까지 공항에서 부터 꾸준히 들려준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가 하나도 귀에 잘 들리지 않았다

왜냐면 조금전 헤어진 재희 생각 뿐이였다

공단지역에는 세찬 바람과 함께 큰 거리는 오가는 사람이 없어서 을씨년스러웠다.

공산국가의 특이한 빨간 벽돌집,

그리고 건물에는 한문 간판과 중국 오성기가 무심하게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봄이 되면 거센 황사바람 때문에 사람들이 양파망을 머리에 쓰고 다니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그냥 웬지 촌스런 측은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 이상세계 같았다

년 강수량도 500mm 정도로 매우 건조 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자동차가 지날때 마다 비포장도로나 아스팔트 길에서도 뽀안 먼지가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그렇게 해외 근무를 시작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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