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書/단편소설

정말보고싶은소녀J_11

시인김남식 2013. 2. 15. 20:50

정말보고싶은소녀J_11        


고등학교때 헤어진 뒤 그후 30년이 지난 1998년 4월초

그녀의 남편 동수와 함께 구미 삼성 전자에 크레임처리건 때문에 출장을 함께 가게 되었다.

그날도 일상처럼 즐거운 이야기를 하며 서울을 떠났다

승용차에서 시시콜콜한 살아가는 이야기 부터 시사정치 이야기등 분위기에 따라 이야기의 주제는 다양했다

청주에 국제공항도 생겼고 프라타스 가로수 진입로 터널 이야기로 자랑 삼아 이야기하면서  아무 생각없이

동수와 대화를 하며 차를 타고 내려 갔다

오늘은 작심하듯 이상하게 내 고향이야기를 진지하게 하고 있었다
그런데 3년전 우리 어머니가 돌아 가셨을 때 동수는 회사 직원들과 시골집에 조문을 다녀 갔던 일까지

기억하며 이야기를 하는데 이상하게 딱 한번 다녀간 우리 시골에 대해서 너무나도 자세히 잘 알고 있었다

동수가 내게 알고 싶어하는 어떤 진실을 모른체 그의 물음에 빨려들어 갔고 아무것도 모른체 바보가 되었다
내가 학교를 졸업한 초등학교 이름 그리고 교장 선생의 이름까지 모두 알고 있었다

그리고 평소와 다르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해서 오늘은 좀 의아했지만 아무 생각 없이 운전하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마을이 좀 크던데요"

"옛날엔 100여 호가 넘었는데 지금은 70호로 많이 작아졌죠."

"요즘은 도시로 사람들이 나가서 그러죠“

“네“

“고향엔 자주 가세요?”

“부모님이 안 계시니 좀 덜 가게 되더라고요.”

"저도 고향에 자주 안가게 되더라고요"

"요새는 세월이 하루가 다르게 변해서 그럽니다"

“참! 서곡초등학교 졸업했지요.”

“네?”

“안민국 선생님도 잘 알겠네요.”

“.........”

어떻게 된 일인지 내가 졸업했던 초등학교 이름까지 이미 알고 있었다.

서울에 사는 사람이 어떻게 그것을 알고 있는지 궁금했지만 미처 물어보지 못하였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짐짓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동수가 심문을 하듯이 이상하게 세세하게 시골이야기를 계속 물어 오고 있었다.

전혀 아무것도 모른 채 박동수의 물음에 빨려 들어갔다.

“안민국 교장선생님을 모르세요?”

“그분을 어떻게 알아요?”

안민국은 당시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의 교장선생님으로 정말보고싶은소녀J 아버지이다.

사전에 어떤 예고나 준비도 없이 뜻밖에 숨겨진 비밀이 백일하에 드러내는 것 같았다.

뭔가 그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 심문하듯 물어왔고 너무 어이가 없어서 어떤말도 할 수가 없었다.

검사가 마치 죄수를 다루듯이 미리 범죄 사실을 사전에 조사해서 자백을 받아내려는 느낌 같았다.

다시 동수가 말을 이어갔다

“우리 장인 이예요.”

“네!”

“초등학교는 몇년도에 졸업 했어요.”

"오래돼서 기억이"

"혹시 우리 와이프 안재희를 아는지요.“

"안재희!“

“네”

"우리 와이프와 같은 동네 살았다고 하던데"

설마 정말보고싶은소녀 J가 그 사람의 와이프인줄 정말 전혀 미처 몰랐다.

내 귀를 의심하며 다시 한 번 물었다.

“누가요”

“우리 와이프 안재희”

가슴이 떨리고 멍한 모습을 스스로 다스리지 못하고 어떻게 이것을 풀어야 현명할지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처음으로 그에게 황당한 말을 들어야 했지만 정말 이런 일이 정말 이런 인연도 또 있을까

수천명의 사람중에서 이런 우연도 아닌 인연도 아닌 필연이 있을까 잠시 혼란에 빠지게 하였다.

"어떻게 알았어요."

처음에 그의 말을 의심했고 그럴 리가 없는데 하면서도 순간적으로 뭔가 느낌이 다가 왔다

정신을 바짝 차렸다.

"김차장 어머님 돌아 가셨을 때 조문 갔다 와서 얘길 했더니 서곡리를 알고 있던데요."

"누가요“

“우리 와이프가”

나는 순간 아질한 느낌에 뭔가 퍼뜩 머리를 스치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대화를 생각해 보니 모든 것이 사실로 확인 되는 순간 대답 대신 동수에 얼굴을 바라보았다.

내 반응을 테스트 하는 것 같았다. 얼굴이 화끈거려서 순간 당황하였다.

그리고 운전대를 잡은 내손이 흔들리면서 삐익 하며 차가 고속도로에서 비틀 거리며 요동치고 있었다.

갑자기 위험한 사고의 순간 이었다. 지금까지의 대화를 생각해 보니 모든 게 사실로 확인 되는 순간

대답 대신 하마 트면 고속도로에서 자동차 대형 사고를 낼 뻔 했다.

'그렇게 찾아도 보이지 않던 가시나가 다른 사람도 아닌 동수의 마누라여, 시팔 ㅈㄱ ㄴ, 도대체 이럴수가 있나'

속으로 나도 모르게 소름치게 욕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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