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 설수 없는사랑 戀愛小說 솔새김남식 1. 겨울여행 2월로 접어들자 날씨는 한층 누그러지고 있었지만 현우에겐 봄이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이제 다음 주면 삼월로 이어지기 때문에 따스한 햇살은 겨울 추위를 충분히 녹이고 있었다. 단 한 번의 마음 줌이 인연의 전부가 아니었기에 그 오랜 시간을 방황하고 있었다. 사랑을 사랑이라고 말 할 수는 없었지만 언제 부터 인지 가슴 가득히 혜진이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월의 시간은 그들을 자꾸 미로 속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흔히 말하는 서로 만나지 않았어야 할 사람 이였다. 마음이 조급해 질수록 현우에겐 그녀가 자꾸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꽁꽁 얼어붙은 혜진이 마음을 녹이기 위해 그동안 고민했고 무던히 애를 쓰고 그리했지만 그녀 마음은 언제나 제자리에 있었다. 현우에겐 그녀가 만족해야 할 어떤 조건도 아무 것도 없었다. 그녀에게 항상 무거운 짐만 가득 안겨 주게 되었고 그런 것들이 늘 미안한 마음에 주늑이 들어있었다. 요즈음은 왠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오늘도 천천히 튀근 길을 걸어 나오며 그녈 만나야 하는데 하며 버스 정류장으로 가고 있었다. 얼마를 걸었는지 버스 타는 것도 잊고 몇 정거장을 지나쳐 왔다. 정신이 온통 어디로 날아 간 것 같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차에서 내리고 다시 사람이 타면 떠나는 버스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정류장은 몹시 분주했다. 가판대 신문은 겨울 찬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찻집에도 많은 사람으로 가득했다 현우는 애써 그걸 부러워하지 않으려 하였다. 2월의 어둠이 사방으로 내리기 시작했고. 집으로 가는 버스 타기를 망설이던 현우는 마지못해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겨우 열었다. 상냥한 혜진이 목소리가 귓전으로 따스하게 들려왔다. "지금 어디예요" "응! 퇴근 길" "그래요! 전화 기다렸어요. 보고 싶은데" "그랬어? 좀 바쁜 일이 있었지" "내일 주말인데 누구하고 약속은 없지" "네?" "아침에 강남터미널에서 기다릴 게 나 올수 있겠지?" "왜요" "그냥! 우리 그냥 아무데나 바람이나 쐬러 가지 않을래?" ",,,,,,,,." "어쩌면 멀리 갈지도 모르니까 알아서 잘 챙겨와" "알았어요." "될 수 있으면 9시전에 도착하도록 하고" "걱정 말아요. 저어 - 돌아다니지 말고 일찍 들어가세요." "응..알았어..." 그제 서야 현우는 전화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이제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현우는 약속이 있으면 어찌하나 걱정 했는데 혜진은 현우의 청을 들어 주어야 했다. 그녀도 그가 몹시 보고 싶었다. 현우는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서문동 주점골목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길목이란 주점에 들렸다 작은 냄비에서 순대국이 끓고 있었다. 물론 소주 한 병을 옆에 끼고 얼굴이 붉어지도록 혼자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주점을 나와 집으로 행하면서 혜진이 모습을 떠 올려본다. 아주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겨울여행을 다녀오고 싶었지만 말을 꺼내기가 힘들었다. 다음날 아침이 밝아왔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현우는 서울을 떠나고 싶었다.
강남 터미널 그 곳은 언제나 사람이 많이 오고 가는 만남과 작별이 있는 곳 모두들 어딜 그렇게 떠나는지 아침부터 분주하다. 어디를 가야겠다는 정확한 목적지는 없었다. 그냥 그녀를 만나서 생각기로 했다 현우는 한쪽 모퉁이에 서 있었다. 출구를 바라보며 문을 열고오고 나가는 사람들을 유심히 바라보며 하나하나 사람들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빨간 가방을 메고 그녀가 황급히 대합실로 들어오고 있었다. 반가움에 현우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어서 위치를 그녀에게 알렸다 "혜진아 여기야~ 여기!" "늦었지요? 미안해요" "아냐 됐어. 나왔으니까" "일찍 나오려 했는데 집에 갑자기 일이 생겼어요." 그들에게는 아직 남아있는 작은 무엇인가 있었기에 따스함에 두마음을 하나로 만들어주고 있었다. 지금까지 한 달 이상 연락이 없었다. 특별한 어떤 이유는 없었지만 얼마 전인가 작은 다툼으로 뜻하지 않은 오해와 고집 그리고 오기로 한 달을 서로 버티며 연락을 하지 않았다. 서로에 지존심이 그들을 더욱 외롭게 하였고 오해의 골이 깊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언제나 그것을 감싸고 있는 것은 현우였고 사랑을 구걸하는 것도 그였다. 여자가 사랑하는것보다 남자가 사랑을 구원하는 게 더 좋은 것이라 생각했다. 그들의 다툼이 어쩌면 보이지 않는 마력의 연속이 계속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한 달 만에 다시 만난 것이다 "아픈 데는 없었지" "네!" "무척 보고 싶었다." "......" 현우는 혜진의 손을 꼭 잡는다. 나이에 걸맞게 외로움을 타며 혜진이 앞에선 더 쓸쓸해 보였고 그는 보이지 않는 눈물을 가슴으로 훔치고 있었다. 버스표를 사기 위해 매표소로 걸어갔다. 어디를 가야할까? 뚜렷한 목적지는 없었다. 그냥 같이 있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자동매표소 앞에서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다시 매표 안내원이 있는 매표창구로 다가갔다. 그냥 왠지 울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아니 좀 멀어진 두 사람의 사이를 가까이 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로 했고 그러기에 그녀를 터미널까지 나오게 했지만 어디를 떠나야 할 지 갑자기 생각나지 않았다. 잠시 서성이던 현우는 행선지도 말하지 않은 채 매표소에 돈을 내 밀었다. "뒷자리로 2장 주세요." "어디 가는데." "그냥 좀 전에 팔았던 걸로 주세요." 매표양은 잠시 머뭇하더니 아무 대꾸도 하지 않은 채 표를 밖으로 내 민다. 표를 받아 들고 혜진이 있는 자리에 와서야 천안 가는 버스표라는 것을 현우는 그제야 알았다. "혜진아 우리 천안 가자" "거긴 왜" "그냥" 혜진은 더 이상 다른 말은 하지 않는다. 무언의 대답으로 그냥 그를 따라 가기로 한다. 자판기에서 커피를 뽐아 들고 한모금 마시면서 좀 기다렸다가 천안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곧 이어 차는 터미널을 빠저 나와 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아침 햇살이 따스하게 창가로 들어오고 있었다. "어제 늦잠 잤더니 조옴 피곤하네." "저도 집에 아빠 친구들이 오셔서 잠을 못 잤어요." "그랬어? 천안에 도착하면 깨워 줄께. 자! 응?" 한참을 가다가 옆을 바라보니 혜진이 어느새 잠이 들어 있었다. 현우는 자고 있는 혜진에게 커텐으로 햇볕을 막아 주었다. 천안에 도착하면 어디를 가야 할지 생각은 나지 않았다. 그냥 천안에 내려서 점심이나 먹고 다시 올라올까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오랜만에 만나서 무의미하게 보내고 싶지 않기에 어딘가 떠나기 위해 서울을 떠나지 않았던가. 차장가로 스치는 앙상한 겨울나무가 바람에 춤을 추고 있었다. 혜진에게 좀 더 가까이하고 싶었다. 흔들이는 그녀의 마음을 잡아놓고 싶다. 아니 얼어붙은 그녀의 마음을 사실은 돌려놓고 싶었다. 흔들리는 버스에서 눈을 감았다 떴다 하며 마음을 다스리고 있었다. 이윽고 차가 천안 시내로 접어들자 그녀를 깨웠다. "혜진아~ 다 왔어" "응?" "그냥 우리 대천 바다에 가자" "바다에!" 잠에서 일어난 혜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랜 표정이었다. "그럼 버스가 바닷가에 벌써 도착했단 거야." "아니, 여긴 천안이야" "근데 왜 이 차를 탔어. 난 한번으로 가는 줄 알았지" "천안역에서 대천가는 기차 타야 돼" "왜 그리 바보같이 그래, 한 번에 가는 걸로 해야지" "미안해"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 한다고 하는데 정말 걱정이야" 혜진이가 이쁜 장난스런 짓을 할 때는 마치 어린애처럼 현우에게 응석도 부리며 반발 비슷하게 하지만 현우는 그것이 싫지는 않았다. 그러나 자신이 기분이 않 좋거나 또는 두 사람의 분위기가 좀 심각하고 어색 할 때는 깍듯이 존댓말로 응수를 하곤 했었다. "꼭 목적지를 정하고 나 온 것은 아야." "그런데." "하지만 오면서 생각하니 그곳에 가면 그냥 좋을 것 같아" “씨이~” “겨울바다 좋잖아” 혜진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래 그곳에 가면 흐트러진 네 마음 꼭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현우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버스에서 내려 천안 역전에 도착하여 열차시간을 확인 해 보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더구나 좌석도 매진이고 입석뿐이었다. 주말이라 그런 것 같았다. 차표를 구입하여 다른 사람들과 함께 줄을 서서 대합실에서 기다렸다. 그리고 프렛트 홈으로 나와 기차에 오르니 서울서 부터 타고 내려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두 사람은 좀 기댈 수 있는 의자 뒤편에 서서 흔들리는 열차에 몸을 맡겼다. 차창 밖으로 군데군데 녹지 않는 흰 눈이 빠르게 스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가끔 서로 눈이 마주치면 그냥 싱긋이 웃기도 하고 멍하니 차창 밖을 바라보기도 하였다. 어떤 애기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많아서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 같이 있으므로 좋았고 처음으로 느껴 보는 이상한 감정이 현우를 그냥 흐뭇하게 해 주었다. 잠시 열차는 대천에 도착했다. 어느덧 짧은 겨울 저녁 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엷게 비추어진 햇살이 영하의 날씨가 더욱 추운 것 같았다. 두 사람이 역을 촘촘히 빠저 나와 현우가 앞장서 서 걸어 나오면 그녀가 그 뒤를 천천히 따라 나서고 있었다. 낯선 도시의 이방인처럼, 현우가 발길을 멈추면 뒤 따라오던 사람도 그 자리에서 멈추고, 다시 걸어가면 아무 말 없이 따라 왔다. 마치 어떤 거리감이 있는 것처럼 느꼈다. 저녁 햇살은 역 광장에 나서는 그들을 길게 그림자를 만들어 주었다. 우선 무엇을 먹어야 했기에 역전앞에 있는 좀 괜찮은 식당으로 들어섰다, 마침 손님이 없어서 좀 을씨년스러웠다. 밖으로 나가려 하다가 그냥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식사를 하고 있는 두 사람을 식당주인은 이상한 눈빛으로 처다 보고 있어 몹시 불쾌 하였다. 추위도 녹일 겸 식당에 오래 앉아 있으려 하였으나 식당주인 때문에 바로 식당을 나섰다. 그리고 바닷가로 가는 버스를 올랐다. 버스엔 몇 사람 타지 않았고 차는 떨떨 거리며 시골길을 달렸다. 창가에 기대여 졸고 있는 혜진을 조심스럽게 현우의 어께에 얼굴을 묻었다. 얼마 후 버스가 해변가 어항 마을에 내려놓았다. 수평선으로 지는 저녁 해는 쓸쓸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던 추억의 이 바다를 모두가 기억하고 있을까 생각하며 바닷가로 접어들었다. 문득 그 옛날에 즐겨 부르던 바닷가의 추억이란 노래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 겨울 파도는 성난 듯 밀려왔다 밀려가고 바람이 차갑게 불어오고 있었다. 겨울 바다를 거닐고 있으려니 마음은 무척 후련했다. 삶의 고뇌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도우며 사는 밝은 세상이 필요 하다는 그저 평범한 이야기를 하였다. 그녀가 열심히 듣고 있었지만 그런 이야기가 따분 했던지 현우에게 장난을 청하였다. 모래위에 이름을 쓰면 지우고 다시 쓰면 또 지우고 쓰다 가는 도망가고, 그러면 그 뒤를 따라 가는 정말 영화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즐거운 두 사람의 장난에 무슨 구경이라도 있는 것처럼 신기하듯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밝게 웃어 주는 모습에서 현우는 잠시 자아도취에 빠져 있었다. 어느덧 해는 바다 속으로 들어가고 서서히 황금빛 바다 노을이 검붉게 변하고 있었다. 어둠이 밀려오는 적막한 겨울바다를 버리고, 이제 사람들도 하나씩 이곳을 떠날 차비를 하고 있었다. "혜진아, 어때 겨울바다!" "참으로 좋은 것 같아요 ――― 모두에게 좋은 일만 있었으면 해요" 어둠이 밀려오는 백사장을 나와 두 사람은 바다가 보이는 찻집에 마주 앉았다. 찻집은 바다가 잘 보이는 언덕위에 있었다. 커피가 나오자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내 마음을 모르는 것 같아 너무 속상 할 때가 있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그녀는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어떻게 표현 할 수없는 그런 것들이 있었다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어떻게 말로 표현 할 수없는 그런 것들이 있었다. “널 어떡하면 좋을까” “그냥 내버려 두세요” 얼마 후 추위를 녹인 두 사람은 찻집을 나섰다. 밖으로 나오니 바닷바람이 차게 불어 왔고 찻집 앞으로 가로등이 길게 비추고 있었다. 시내로 나오는 버스 안에서 혜진은 집에 가야 된다면 자꾸만 보채고 있었다. "대천가면 서울 가는 기차 있을까요?" 걱정스런 얼굴로 현우를 처다 보며 물어본다. "응? 글쎄 나도 잘 모르겠고, 역에 한번 가보면 알겠지" 퉁명스런 현우의 대답 이였다. 집에 가자고 자꾸 조르는 혜진을 어떻게 달래야 할지 걱정을 한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시내로 나오는 버스는 텅 비여 있었다. 뻐스가 시내로 접어들자 현우가 혜진이 손을 잡는다. 시내에 나오니 인적이 없는 거리에는 적막감이 돌았고 사방으로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역전 앞에 내리자 그와 같이 버스 터미널로 발길을 돌렷다. "왜 역전으로 안가고 이쪽으로 가요?" 현우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터미널에 도착하니 대합실은 텅 비어 있었다. 터미널 벽에 걸린 시계가 7시를 월신 지나서고 있었다. 한쪽에 있는 난로는 더 이상 여행객이 없음을 아는지 까맣게 꺼져 있었다. 그리고 허름한 천정에 매달린 형광등도 수명이 다 되었는지 불빛은 희미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쓸쓸함과 적막이 깃든 대합실 이였다. 아침에 서울서 내려와 잠시 머물렀던 이곳을 떠나기 위해서 현우는 난로 가에 쪼그리고 앉아서 매표구 쪽을 바라 보고 있었다. "혜진아 우리 부여에 가자? 응!" 현우는 그녀의 손을 다시 꽉 잡았다. "거긴 왜요?" "그냥 " "그냥이 어디 있어요? 목적이 있어야지" 걱정해하는 혜진이 얼굴을 보자 현우는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집에, 내일 가는 거야?" 그리고 그녀의 손을 다시 한 번 꽉 잡는다. 그녀의 한참 바라보던 현우는 어떤 결심을 한 듯 매표소로 향했다. "부여! 두 장 주세요" "40분 막차예요" 매표소 아가씨는 퉁명스런 말과 함께 표를 내밀었다. 표를 받아 돌아 온 현우는 그것을 그녀에게 내 밀었다. 걱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체념하고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버스에 오르자 사람들이 많지 않았고 차가운 냉기가 차안의 추위를 더 해주고 있었다. 매점에서 사온 빵과 우유를 입에 넣으면서 집에 가야 한다는 말은 계속하고 있었다. 버스는 출발해서 어둠속을 달리고 있었다. 혜진은 차창 밖을 바라보며 얼굴엔 우수가 가득해 있었다. 벌어진 창틈으로 찬바람이 들어왔고 달릴수록 차안은 몹시 추웠다. 운전기사는 히터가 고장 나서 미안하다는 말만 할뿐 버스는 고속으로 어둠속을 달린다. 혜진에게 장난을 청 했지만 반기는 기색이 없다. 차창 밖으로 눈발이 조금씩 날리고 있었다. 현우는 남자인 자기가 너무 욕심만 채우고 것이 아니가 생각을 했다. 미안한 마음에 팔을 뻗어 살며시 혜진을 않아 주었다. 그녀는 싫지 않은 듯 현우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여 눈을 감고 있었다. "혜진아, 어쩜 널 좋아하게 될는지도 몰라" ",,,,,,,,,," ",,,,,그것이 내 지나친 과욕일까?" ",,,,,,,,." "니가 싫어하든 말든 그냥 네가 좋아" 혜진은 아무 대답 없이 현우 어께에 기대여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나 어쩌면 이런 말들이 현실성 없는 이야기로 들렸는지 모른다, 현우가 또 몇 마디 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 그녀 에겐 어떤 달콤한 이야기도 들리지가 않았을 것이다. 집에 오늘 가야한다는 생각과 그리고 집에 못 들어간다면 어떻게 변명을 해야 하는지 걱정이었다. 그런 생각을 잠기다가 흔들리는 차속에서 스스로 그냥 잠이 들었다. 따스한 그녀의 체온이 얼어붙은 현우 마음을 녹여주었는지 그도 역시 잠이 들어 있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따스한 체온이 코끝을 찡하게 해주었다. 이제 두 사람은 어딘가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어디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결정 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버스가 부여에 도착한 시간은 밤 9시가 지나서였다. 차에서 내리니 겨울바람은 차갑게 불고 있었다. 길은 며칠 전 내린 눈으로 얼어붙어 미끄러웠다. 우선 터미널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알지도 못하는 낯선 길을 걷고 있었다. 밤이 늦어서 거리는 지나는 사람도 없었다. 선뜻 어딜 가야 할지 잘 모르겠다. 두 사람 모두에게 부여는 아주 낯선 도시였다. "혜진아! 배고프지" "아네요. 아까 버스 탈 때 우유랑 빵 먹었잖아요." "그래도 배고프지" 추위가 오늘따라 더 매섭게 느껴진다. 잘 알지도 못하는 밤길을 더 이상 계속 걸을 수는 없었다. 어딘가에 숙소를 정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저녁을 먹고 숙소를 정해야 할지 아니면 숙소를 정하고 식사를 해야 할지 현우는 망설이고 있었다. 그들은 낯설고 서먹한 하룻밤을 이곳에서 오늘 보내야 한다. 아직 이런 일이 처음인 두 사람에겐 낯선 일이기에 그렇다고 그런 걸 모르는 그들이 아니었기에 어쩌면 그런 것들이 바보처럼 느껴지기도 하였다. 붙잡을 수없는 자신의 방황으로 현우는 그녀를 데리고 여기까지 도망 왔다. 그녀를 이해하고 사랑으로 감싸주는 마음이 무엇보다 필요했다. 누가 뭐라고 하든 현우 생각은 아주 맑고 깨끗하였다. 무작정 걷던 두 사람은 길모퉁이에서 바로 멈춘 곳은 빨간 네온이 빤짝거리는 곳이었다. "여기 가 볼까?" 좋든 싫든 오늘은 이곳에서 하루 밤을 보내야 한다. 멈짖 거리면 혹시 이상할까 봐서 당당하게 들어섰다. 언제나 그런 곳에 가면 모두가 그랬듯이 주인은 방이 하나 밖에 없다고 했다 아마 있어도 다른 손님을 받기위해 그리하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혜진은 무언가 결심한 듯 주인을 바라보더니 현우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방하나래도 좋으니 그냥 얻으라는 눈치의 싸인 이였다 간단한 절차를 마치고 키를 받았다 그리고 저녁을 먹기 위해 모델을 다시 나왔다. "괜찮겠어?" "뭘요?" "방이 하나라는데" "..........." 그녀는 아무 말이 없었다. 멀지 않은 곳에 마침 식당이 있어서 들어서니 이미 파장인 것 같았다 식사를 주문했다. "혜진아 집에 연락 해야지" 현우는 혜진 에게 집에 전화하라고 이르곤 다른 식탁으로 옮겨서 놓여있던 신문을 집어 들었다.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신문을 그냥 뒤적이며 그녀가 전화하는 모습을 몰래 훔쳐보고 있다. 아마 친구들과 놀다가 너무 늦어서 내일 들어가겠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못 들은체하며 한쪽 탁자에서 현우는 신문을 보고 있었다. 전화를 끝낸 혜진은 아까 보다는 얼굴이 무척 밝아 보였다. 이젠 집에 갈 수가 없으니 모든 것을 체념한 것 같았다. "혜진아, 미안해. 정말" "그냥 아무 말 마세요," 혜진의 하얀 손이 어느새 현우의 입을 가로막고 있었다. "집에 괜찮겠어?" "제가 알아서 할게요." "오늘 이러려고 그런 게 아니었어." "저도 잘 알아요." "미안해." "우리 걱정 말고 식사나 맛있게 해요. 점심도 잘 먹지 못 했잖아요" 불안해하던 혜진이 얼굴이 밝아 보이자 현우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저녁을 먹고 두 사람은 정답게 손을 잡고 식당을 나서 모델로 돌아왔다. 방에 들어서니 낯선 자리가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것을 체념한 듯 혜진은 오히려 현우에게 그냥 괜찮다고 하며 그를 안심시키려 했다. "혜진아!" "네?" "미안해! 정말야" "알아요. 얘기하지 않아도" "날 믿고 있지.." "그래요. 지금 저도 제 마음을 저도 알 수가 없어요." "그래. 고마워" 그들은 그런 사람들처럼 샤워를 하는 등 요란을 떨지는 않았다. 간단히 세수하고 현우는 방바닥에 혜진은 침대에 누웠다. 사랑은 아주 가까운 곳에서 기다리고 또 온다는 것을, 그리고 찾을 수 있다는 것을 현우는 느끼고 있었다. 동정이 때로는 사랑이 될 수가 있고 사랑이 미움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현우는 그냥 마음속으로 혜진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다만 사랑은 서로 좋아하는 것만으로 사랑이 될 수 없다는 거 그리고 그런 것이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현우는 그녀에게 그 어느 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아니 너무 착하고 아름다운 그녀에게 무엇을 요구 할 수가 없었다. 그를 믿고 따라온 그녀에게 무엇을 요구 한다는 것은 또 하나 어떤 죄를 짓고 있는 거 같았다. 헤진도 현우의 그런 마음을 읽었기 때문에 떳떳하게 낯선 곳에서 하룻밤을 처음으로 보낼 수 있었다. 서로를 불신하고 서로 이해하고 믿음을 보이는 것이 그녀를 오래도록 머물게 할 수 있다는 현우 생각이었다. 혜진은 침대에서 잠을 자고 현우는 바닥에서 경계의 눈치도 없이 편안히 서로 잠을 잘 수 있었다. 혜진이의 두려움은 벌써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다음날 날이 밝았다.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웃는 얼굴로 서로 인사하며 아침을 맞이했다. 잠시 요란을 떨며 옷을 입고 있는 그녀를 등 뒤에서 현우는 가볍게 않아 주었다. "아이! 간지러워요" 하는 혜진이의 천진스런 웃음소리가 현우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현우는 잠시 행복한 엷은 미소를 지으며,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너를 바라 볼 수 있다면...." 라는 노래를 현우가 흥얼거리고 있었다. "혜진아" "네" "넌 언제 보아도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거 같다?" 천사 같은 그녀에게 어떤 말이라도 그에게 해주고 싶었다. "우리 빨리 어디라도 가요?" 혜진은 어떤 말 대신 빨리 나 가자고 조른다. 처음으로 들어온 낯선 이곳은 그리 오래 있을 곳은 아니었다. 부여의 관광지 부소산을 가기로 하고 밖으로 나왔다. 영하의 2월 날씨는 아직은 쌀쌀했다. 아침 햇살이 밝게 두 사람을 등 뒤에서 길게 비추고 있었다. 부소산으로 오르는 길은 눈이 발아래까지 쌓여 있었다. 아침이라 그런지 산에 오르는 사람도 없었다. 정상에 오르니 부여읍이 한눈에 들어 왔다. "야호!" 부소산의 새벽 아침공기가 메아리로 되돌아 들려왔다. 백제 말기 삼천궁녀가 몸을 던졌다는 낙화암을 지나 미끄러운 계단 길을 따라 고란사 까지 내려 왔다. "우리 여기서 기도해요" 혜진이가 현우를 잡아끈다. 고란사의 작은 법당 앞에서 그녀가 시키는 대로 하고 있었다. "혜진인, 어떤 소원을 빌었어?" "그냥 올엔 모두가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도 했어요." "그래! 모두 잘 될 거야. 그치?" 고란사를 내려 와 작은 숲길을 따라 백마강까지 내려왔다. 강바닥은 꽁꽁 얼어 있었다. 밤새 또 눈이 내렸는지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이 아침 햇살에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하얀 솜처럼 뽀얗게 멀리까지 펼쳐 있는 흰 눈은 비단같이 고왔다. 두 사람은 백마강의 하얀 눈길을 거닐고 있었다. 잠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 눈사람을 만들며 법석이다 겨울 낚시꾼들이 강위에서 얼음낚시를 하고 있었다. "아저씨 고기 많이 잡았어요." 그녀가 강태공들에게 말을 건 낸다. "아가씬! 어디서 왔어요." 강태공 아저씨가 혜진에게 물어 본다 "서울서요 - 근데 아저씨 이게 뭐예요" "응! 그거 빙어야" "빙어?" "응, 겨울에 별미로 먹는 물고기야" 현우가 대신 대답을 해 준다 그리고 손을 잡아끌며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강바람이 좀 추운 거 같아요." "그러지" 현우는 눈뭉치를 던지며 눈싸움을 청했고 그러면 그것을 받아 던지며 망아지처럼 꽁무니를 따라 다녔고 그리고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강바닥에 "사랑해"라고 발로 현우가 눈 글씨를 썼고 그러면 혜진은 그걸 지워 버리곤 했다 "아니" 라고 답 글을 달아 주었다. 그러면 현우는 다시 쓰고 그러면 또 다시 지우곤 그렇게 재미있는 시간을 꽁꽁 얼어붙은 백마강위에서 마치 러브스토리의 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겨울 강태공들이 한가로이 얼음낚시 하는 모습은 무척 아름다워 보였다. 부소산을 내려와 조그만 다방에서 커피를 마셨다. 그들은 찻집을 나와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천천히 발길을 옮겼다. 이제 짧은 여정을 마치고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부여를 출발했다. 오랜만에 외출한 그들은 돌아오는 길에 얼마나 피곤했던지 서울에 도착할 때 까지 버스에서 뒤엉켜 잠이 들었다. 생각지도 않았던 외출외박을 그녀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현우는 그것이 궁금했다. 터미널에 도착하자 그녀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고 있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이야기를 친구에게 전화하는 것을 현우는 알고 있었다. 어제 저녁에 전화 할 때, 친구 집에서 자고 오겠다고 집으로 전화하는 것을 현우는 알았기에 그 막음을 하는 것 같았다. 곤란하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면 그 친구가 늘 바람막이를 해주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의 전화는 오래 계속 되었다. "글쎄 나도 모르겠어." ",,,,,,,." "그에게 내가 잠시 필요 할 것 같아서." ",,,,,,,,,,,,,,." "걱정 마. 알아서 할께" 상대방 전화 목소리는 들을 수는 없었지만 이쪽에서 이야기하는 소리는 또렷이 들려왔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고 돌아와서는 밝은 모습이었다. 집에선 아무 연락이 없었다고 하며 걱정 말라는 이야기를 현우에게 전해주고 있었다. 잠시 아쉬운 마음은 바람처럼 날리고 있었다. 그가 떠난 빈자리에는 쓸쓸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택시에 그녀를 태워 보내고 현우는 터미널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 식당 벽에 걸린 텔레비전을 바라 보다 문득 현우는 그에게 다가서고 있는 자신을 내심 걱정하고 있었다. 그리하면 안 된다고 하면서도 현우의 뇌리에는 그녀의 모습이 머리속을 스치고 있었다. 혜진에게 다가서고 있는 자기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수가 없었다. 그날 밤은 새벽이 지나서도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잠을 뒤척이는 현우를 그녀는 알고 있을까.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어떻게 말로 표현 할 수없는 그런 것들이 있었다. “널 어떡하면 좋을까” “그냥 내버려 두세요” 얼마 후 추위를 녹인 두 사람은 찻집을 나섰다. 밖으로 나오니 바닷바람이 차게 불어 왔고 찻집 앞으로 가로등이 길게 비추고 있었다. 시내로 나오는 버스 안에서 혜진은 집에 가야 된다면 자꾸만 보채고 있었다. "대천가면 서울 가는 기차 있을까요?" 걱정스런 얼굴로 현우를 처다 보며 물어본다. "응? 글쎄 나도 잘 모르겠고, 역에 한번 가보면 알겠지" 퉁명스런 현우의 대답 이였다. 집에 가자고 자꾸 조르는 혜진을 어떻게 달래야 할지 걱정을 한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시내로 나오는 버스는 텅 비여 있었다. 뻐스가 시내로 접어들자 현우가 혜진이 손을 잡는다. 시내에 나오니 인적이 없는 거리에는 적막감이 돌았고 사방으로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역전 앞에 내리자 그와 같이 버스 터미널로 발길을 돌렷다. "왜 역전으로 안가고 이쪽으로 가요?" 현우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터미널에 도착하니 대합실은 텅 비어 있었다. 터미널 벽에 걸린 시계가 7시를 월신 지나서고 있었다. 한쪽에 있는 난로는 더 이상 여행객이 없음을 아는지 까맣게 꺼져 있었다. 그리고 허름한 천정에 매달린 형광등도 수명이 다 되었는지 불빛은 희미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쓸쓸함과 적막이 깃든 대합실 이였다. 아침에 서울서 내려와 잠시 머물렀던 이곳을 떠나기 위해서 현우는 난로 가에 쪼그리고 앉아서 매표구 쪽을 바라 보고 있었다. "혜진아 우리 부여에 가자? 응!" 현우는 그녀의 손을 다시 꽉 잡았다. "거긴 왜요?" "그냥 " "그냥이 어디 있어요? 목적이 있어야지" 걱정해하는 혜진이 얼굴을 보자 현우는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집에, 내일 가는 거야?" 그리고 그녀의 손을 다시 한 번 꽉 잡는다. 그녀의 한참 바라보던 현우는 어떤 결심을 한 듯 매표소로 향했다. "부여! 두 장 주세요" "40분 막차예요" 매표소 아가씨는 퉁명스런 말과 함께 표를 내밀었다. 표를 받아 돌아 온 현우는 그것을 그녀에게 내 밀었다. 걱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체념하고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버스에 오르자 사람들이 많지 않았고 차가운 냉기가 차안의 추위를 더 해주고 있었다. 매점에서 사온 빵과 우유를 입에 넣으면서 집에 가야 한다는 말은 계속하고 있었다. 버스는 출발해서 어둠속을 달리고 있었다. 혜진은 차창 밖을 바라보며 얼굴엔 우수가 가득해 있었다. 벌어진 창틈으로 찬바람이 들어왔고 달릴수록 차안은 몹시 추웠다. 운전기사는 히터가 고장 나서 미안하다는 말만 할뿐 버스는 고속으로 어둠속을 달린다. 혜진에게 장난을 청 했지만 반기는 기색이 없다. 차창 밖으로 눈발이 조금씩 날리고 있었다. 현우는 남자인 자기가 너무 욕심만 채우고 것이 아니가 생각을 했다. 미안한 마음에 팔을 뻗어 살며시 혜진을 않아 주었다. 그녀는 싫지 않은 듯 현우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여 눈을 감고 있었다. "혜진아, 어쩜 널 좋아하게 될는지도 몰라" ",,,,,,,,,," ",,,,,그것이 내 지나친 과욕일까?" ",,,,,,,,." "니가 싫어하든 말든 그냥 네가 좋아" 혜진은 아무 대답 없이 현우 어께에 기대여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나 어쩌면 이런 말들이 현실성 없는 이야기로 들렸는지 모른다, 현우가 또 몇 마디 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 그녀 에겐 어떤 달콤한 이야기도 들리지가 않았을 것이다. 집에 오늘 가야한다는 생각과 그리고 집에 못 들어간다면 어떻게 변명을 해야 하는지 걱정이었다. 그런 생각을 잠기다가 흔들리는 차속에서 스스로 그냥 잠이 들었다. 따스한 그녀의 체온이 얼어붙은 현우 마음을 녹여주었는지 그도 역시 잠이 들어 있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따스한 체온이 코끝을 찡하게 해주었다. 이제 두 사람은 어딘가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어디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결정 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버스가 부여에 도착한 시간은 밤 9시가 지나서였다. 차에서 내리니 겨울바람은 차갑게 불고 있었다. 길은 며칠 전 내린 눈으로 얼어붙어 미끄러웠다. 우선 터미널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알지도 못하는 낯선 길을 걷고 있었다. 밤이 늦어서 거리는 지나는 사람도 없었다. 선뜻 어딜 가야 할지 잘 모르겠다. 두 사람 모두에게 부여는 아주 낯선 도시였다. "혜진아! 배고프지" "아네요. 아까 버스 탈 때 우유랑 빵 먹었잖아요." "그래도 배고프지" 추위가 오늘따라 더 매섭게 느껴진다. 잘 알지도 못하는 밤길을 더 이상 계속 걸을 수는 없었다. 어딘가에 숙소를 정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저녁을 먹고 숙소를 정해야 할지 아니면 숙소를 정하고 식사를 해야 할지 현우는 망설이고 있었다. 그들은 낯설고 서먹한 하룻밤을 이곳에서 오늘 보내야 한다. 아직 이런 일이 처음인 두 사람에겐 낯선 일이기에 그렇다고 그런 걸 모르는 그들이 아니었기에 어쩌면 그런 것들이 바보처럼 느껴지기도 하였다. 붙잡을 수없는 자신의 방황으로 현우는 그녀를 데리고 여기까지 도망 왔다. 그녀를 이해하고 사랑으로 감싸주는 마음이 무엇보다 필요했다. 누가 뭐라고 하든 현우 생각은 아주 맑고 깨끗하였다. 무작정 걷던 두 사람은 길모퉁이에서 바로 멈춘 곳은 빨간 네온이 빤짝거리는 곳이었다. "여기 가 볼까?" 좋든 싫든 오늘은 이곳에서 하루 밤을 보내야 한다. 멈짖 거리면 혹시 이상할까 봐서 당당하게 들어섰다. 언제나 그런 곳에 가면 모두가 그랬듯이 주인은 방이 하나 밖에 없다고 했다 아마 있어도 다른 손님을 받기위해 그리하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혜진은 무언가 결심한 듯 주인을 바라보더니 현우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방하나래도 좋으니 그냥 얻으라는 눈치의 싸인 이였다 간단한 절차를 마치고 키를 받았다 그리고 저녁을 먹기 위해 모델을 다시 나왔다. "괜찮겠어?" "뭘요?" "방이 하나라는데" "..........." 그녀는 아무 말이 없었다. 멀지 않은 곳에 마침 식당이 있어서 들어서니 이미 파장인 것 같았다 식사를 주문했다. "혜진아 집에 연락 해야지" 현우는 혜진 에게 집에 전화하라고 이르곤 다른 식탁으로 옮겨서 놓여있던 신문을 집어 들었다.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신문을 그냥 뒤적이며 그녀가 전화하는 모습을 몰래 훔쳐보고 있다. 아마 친구들과 놀다가 너무 늦어서 내일 들어가겠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못 들은체하며 한쪽 탁자에서 현우는 신문을 보고 있었다. 전화를 끝낸 혜진은 아까 보다는 얼굴이 무척 밝아 보였다. 이젠 집에 갈 수가 없으니 모든 것을 체념한 것 같았다. "혜진아, 미안해. 정말" "그냥 아무 말 마세요," 혜진의 하얀 손이 어느새 현우의 입을 가로막고 있었다. "집에 괜찮겠어?" "제가 알아서 할게요." "오늘 이러려고 그런 게 아니었어." "저도 잘 알아요." "미안해." "우리 걱정 말고 식사나 맛있게 해요. 점심도 잘 먹지 못 했잖아요" 불안해하던 혜진이 얼굴이 밝아 보이자 현우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저녁을 먹고 두 사람은 정답게 손을 잡고 식당을 나서 모델로 돌아왔다. 방에 들어서니 낯선 자리가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것을 체념한 듯 혜진은 오히려 현우에게 그냥 괜찮다고 하며 그를 안심시키려 했다. "혜진아!" "네?" "미안해! 정말야" "알아요. 얘기하지 않아도" "날 믿고 있지.." "그래요. 지금 저도 제 마음을 저도 알 수가 없어요." "그래. 고마워" 그들은 그런 사람들처럼 샤워를 하는 등 요란을 떨지는 않았다. 간단히 세수하고 현우는 방바닥에 혜진은 침대에 누웠다. 사랑은 아주 가까운 곳에서 기다리고 또 온다는 것을, 그리고 찾을 수 있다는 것을 현우는 느끼고 있었다. 동정이 때로는 사랑이 될 수가 있고 사랑이 미움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현우는 그냥 마음속으로 혜진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다만 사랑은 서로 좋아하는 것만으로 사랑이 될 수 없다는 거 그리고 그런 것이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현우는 그녀에게 그 어느 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아니 너무 착하고 아름다운 그녀에게 무엇을 요구 할 수가 없었다.
그를 믿고 따라온 그녀에게 무엇을 요구 한다는 것은 또 하나 어떤 죄를 짓고 있는 거 같았다. 헤진도 현우의 그런 마음을 읽었기 때문에 떳떳하게 낯선 곳에서 하룻밤을 처음으로 보낼 수 있었다. 서로를 불신하고 서로 이해하고 믿음을 보이는 것이 그녀를 오래도록 머물게 할 수 있다는 현우 생각이었다. 혜진은 침대에서 잠을 자고 현우는 바닥에서 경계의 눈치도 없이 편안히 서로 잠을 잘 수 있었다. 혜진이의 두려움은 벌써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다음날 날이 밝았다.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웃는 얼굴로 서로 인사하며 아침을 맞이했다. 잠시 요란을 떨며 옷을 입고 있는 그녀를 등 뒤에서 현우는 가볍게 않아 주었다. "아이! 간지러워요" 하는 혜진이의 천진스런 웃음소리가 현우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현우는 잠시 행복한 엷은 미소를 지으며,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너를 바라 볼 수 있다면...." 라는 노래를 현우가 흥얼거리고 있었다. "혜진아" "네" "넌 언제 보아도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거 같다?" 천사 같은 그녀에게 어떤 말이라도 그에게 해주고 싶었다. "우리 빨리 어디라도 가요?" 혜진은 어떤 말 대신 빨리 나 가자고 조른다. 처음으로 들어온 낯선 이곳은 그리 오래 있을 곳은 아니었다. 부여의 관광지 부소산을 가기로 하고 밖으로 나왔다. 영하의 2월 날씨는 아직은 쌀쌀했다. 아침 햇살이 밝게 두 사람을 등 뒤에서 길게 비추고 있었다. 부소산으로 오르는 길은 눈이 발아래까지 쌓여 있었다. 아침이라 그런지 산에 오르는 사람도 없었다. 정상에 오르니 부여읍이 한눈에 들어 왔다. "야호!" 부소산의 새벽 아침공기가 메아리로 되돌아 들려왔다. 백제 말기 삼천궁녀가 몸을 던졌다는 낙화암을 지나 미끄러운 계단 길을 따라 고란사 까지 내려 왔다. "우리 여기서 기도해요" 혜진이가 현우를 잡아끈다. 고란사의 작은 법당 앞에서 그녀가 시키는 대로 하고 있었다. "혜진인, 어떤 소원을 빌었어?" "그냥 올엔 모두가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도 했어요." "그래! 모두 잘 될 거야. 그치?" 고란사를 내려 와 작은 숲길을 따라 백마강까지 내려왔다. 강바닥은 꽁꽁 얼어 있었다. 밤새 또 눈이 내렸는지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이 아침 햇살에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하얀 솜처럼 뽀얗게 멀리까지 펼쳐 있는 흰 눈은 비단같이 고왔다. 두 사람은 백마강의 하얀 눈길을 거닐고 있었다. 잠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 눈사람을 만들며 법석이다 겨울 낚시꾼들이 강위에서 얼음낚시를 하고 있었다. "아저씨 고기 많이 잡았어요." 그녀가 강태공들에게 말을 건 낸다. "아가씬! 어디서 왔어요." 강태공 아저씨가 혜진에게 물어 본다 "서울서요 - 근데 아저씨 이게 뭐예요" "응! 그거 빙어야" "빙어?" "응, 겨울에 별미로 먹는 물고기야" 현우가 대신 대답을 해 준다 그리고 손을 잡아끌며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강바람이 좀 추운 거 같아요." "그러지" 현우는 눈뭉치를 던지며 눈싸움을 청했고 그러면 그것을 받아 던지며 망아지처럼 꽁무니를 따라 다녔고 그리고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강바닥에 "사랑해"라고 발로 현우가 눈 글씨를 썼고 그러면 혜진은 그걸 지워 버리곤 했다 "아니" 라고 답 글을 달아 주었다. 그러면 현우는 다시 쓰고 그러면 또 다시 지우곤 그렇게 재미있는 시간을 꽁꽁 얼어붙은 백마강위에서 마치 러브스토리의 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겨울 강태공들이 한가로이 얼음낚시 하는 모습은 무척 아름다워 보였다. 부소산을 내려와 조그만 다방에서 커피를 마셨다. 그들은 찻집을 나와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천천히 발길을 옮겼다. 이제 짧은 여정을 마치고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부여를 출발했다. 오랜만에 외출한 그들은 돌아오는 길에 얼마나 피곤했던지 서울에 도착할 때 까지 버스에서 뒤엉켜 잠이 들었다. 생각지도 않았던 외출외박을 그녀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현우는 그것이 궁금했다. 터미널에 도착하자 그녀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고 있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이야기를 친구에게 전화하는 것을 현우는 알고 있었다. 어제 저녁에 전화 할 때, 친구 집에서 자고 오겠다고 집으로 전화하는 것을 현우는 알았기에 그 막음을 하는 것 같았다. 곤란하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면 그 친구가 늘 바람막이를 해주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의 전화는 오래 계속 되었다. "글쎄 나도 모르겠어." ",,,,,,,." "그에게 내가 잠시 필요 할 것 같아서." ",,,,,,,,,,,,,,." "걱정 마. 알아서 할께" 상대방 전화 목소리는 들을 수는 없었지만 이쪽에서 이야기하는 소리는 또렷이 들려왔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고 돌아와서는 밝은 모습이었다. 집에선 아무 연락이 없었다고 하며 걱정 말라는 이야기를 현우에게 전해주고 있었다. 잠시 아쉬운 마음은 바람처럼 날리고 있었다. 그가 떠난 빈자리에는 쓸쓸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택시에 그녀를 태워 보내고 현우는 터미널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 식당 벽에 걸린 텔레비전을 바라 보다 문득 현우는 그에게 다가서고 있는 자신을 내심 걱정하고 있었다. 그리하면 안 된다고 하면서도 현우의 뇌리에는 그녀의 모습이 머리속을 스치고 있었다. 혜진에게 다가서고 있는 자기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수가 없었다. 그날 밤은 새벽이 지나서도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잠을 뒤척이는 현우를 그녀는 알고 있을까. - 계속 - |
'古書 > 단편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말보고싶은소녀J_12 (0) | 2013.02.02 |
---|---|
정말보고싶은소녀_13 (0) | 2013.01.30 |
정말보고싶은그소녀_14 (0) | 2013.01.23 |
정말보고싶은소녀_15 (0) | 2013.01.16 |
정말보고싶은 소녀_16 (0) | 2012.1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