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보고싶은소녀_1 솔새김남식
누구나 살아가면서 자신만이 고이 간직한 애틋함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젊은 날 가슴에 묻었던 사람일 것이다.
바쁘게 사느라 삶의 고락을 한시름 놓으려는 순간 잊은 가했는데 잊지 못하고 여러 날 그렸던 때가 있었다.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까까머리 중학시절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안재희 내게 처음으로 사랑을 알게 해 준 사람이었다
내가 그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중학교 다닐때이다
그녀는 건너 마을에 있는 내가 다니던 곡리 초등학교에 새로 부임한 교장 선생님의 딸이였다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에 교장선생이 새로 부임해 왔기에 그녀와 그녀 아버지에 대해서 전혀 아는게 없었다
교장이 새로 왔는데 딸만 넷이라고 부모님의 대화에서 얼핏 들었지만 별로 관심이 없었다
나는 그때 청주로 기차 통학을 하고 있었다
시골에 사는 모든 학생들은 거의 기차 통학을 하며 학교에 다녔으며 우리 마을에서도 20여명이 있었다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마을에서 4km 떨어진 읍내 역전까지 걸어 가서 통근 열차를 타고
학교가 있는 청주까지 통학을 했으며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통학을 하며 학교에 다녔었다
다행히 시내에 친척이 있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은 하숙을 하기도 했었지만 그 당시 하숙비는
시골에서 농사를 지어서 매달 쌀로 서너말씩 건네 주기도 했으면 일부 부유층은 돈으로 하숙비를 내기도 했다
기차를 타고 학교에 다니는 재미는 통학생만이 느낄 수 있는 즐겁고 재밋는 추억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통학 하는데 몸이 익숙지 않아서 힘 들었지만 나이를 먹고 학년이 올라 가면서
통학에 이력이 생기고 몸도 단련 되여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학교가 끝나고 통학 열차를 타기 위해서 서너 시간은 학교 도서관이나 또는 쓸데없이 시내를 배회하며
기다려야 했던 것이 지루했고 혹여 기차가 연착이 되는 날은 밤 12시가 되어야서 집에 오는 일도 허다했다
당시 열차 여건은 상당히 낙후 되여서 연착을 밥 먹듯이 했으며 열차는 버스처럼 작았으며 의자는 나무로 되었다
우리는 석탄을 싣고 내리는 화차위에 서서 열차를 타기도 했고 화물차 빈칸에 쭈그리고 앉아서 가기도 하였다
지금 생각하며 감회가 새로운 그 시절이였다
특히 연착하는 날은 극장을 배회하거나 또는 만화가게 빵집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갑자기 비가 내리는 날은 기차에서 내려서 비를 맞으며 십여리 길을 걸어서 집에 가는 일도 허다 했다
하나 밖에 없는 교복을 부엌 아궁이에 쪼그리고 앉아서 옷을 말려야 했으며 장마 철에는 마을앞 시냇물이
허리까지 차 오를 때면 머리에 가방을 올리고 옷은 모두 벗어서 팬티만 입은 채 냇물을 건넜던 추억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되고 있다
어느 덧 3학년이 되니까 학교 생활도 익숙해젔고 제법 어른티도 나기 시작 했으며 콧수염도 제법 까맣고
옆구리에 털이 나면서 이성에 눈이 뜨는 사춘기에 접어 들었다. 군대도 고참 병장이 되면 다른 곳에 한눈 팔듯이
3학년이 되면서 여학생에게 눈길을 주며 새로운 세계를 공상 하기도 하였다
그녀를 처음 만나던 날은 보리가 푸르게 피어나는 봄날 이였다
따스한 봄이 기지개를 펴고 화창한 봄 꽃들이 유희하는 5월초 바로 내일은 어린이날
일요일 연휴라서 마음에 여휴가 있었다
그녀는 C여중 1학년 나는 C중학 3학년이었다
잠시 쉬어 가려고 통학생들이 모여서 마을로 내려가는 산등성이 고갯 마루에서 쉬고 있었다
그런데 내 눈에 몸집이 아주 작은 여학생이 보였다
처음 보는 낯선 여학생이 내 앞을 지나는데 순간 스치는게 있었다
장난끼가 있는 나는 말 장난을 걸어 보고 싶었다
"저어 못 보던 학생인데 누구지?"
"응"
"이름이 뭐예요"
"안재희"
바로 뒤에서 누군가 내 말을 다른 사람이 막아서 대신 대답을 하였다.
그것은 한 마을에 사는 인숙이었다
알고 보니 그녀와는 친구였다
그래서 풀밭에 앉아서 쉽게 친숙하게 거리낌없이 이야기 할 수가 있었다
나란히 언덕에 앉아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오늘 극장에서 본 '엘시드'라는 영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엘시드는 에스파니아의 전설적인 영웅으로 십자군과 싸우면서 정의는 언제나 승리하고
사랑을 쟁취한다는 스토리로써 이 영화에서 주인공 찰톤 헤스톤이 쏘피아 로레에게
'아이러브 유'라는 명대사에서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단어를 내게 알려 주었던 영화였다
한편 엘시드는 우리나라 이순신 장군 처럼 스페인이 국민 영웅으로 추왕받는 인물이다
그녀의 키는 좀 작지만 단발머리에 갸름한 얼굴이 내 눈에는 예쁘고 곱상스럽게 보였다.
청주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으며 주말에만 아버지가 교장으로 있는 시골에 온다고 했다.
순수하고 깨끗한 모습의 그 소녀는 수줍은듯 묻는 말만 대답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와 좀더 친해지려고 풀싸움을 하자고 장난을 걸었다
잔디 풀씨를 뽑아서 서로 엇갈려 잡아 당기면 끊어 지는데 이긴 사람이 꿀밤을 때리는 시골에 사는
사람들만에 정겨운 놀이 문화이다
잔디풀을 뽐아서 얇게 문지르면 그냥 하는 것보다 질겨서 쉽게 귾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요령을 잘 아는 나와 잘 모르는 그녀는 매번 나에게 지고 있었다
그녀는 이마가 빨갛게 되는데도 싫지 않은 표정으로 재밋어 하고 있었다
인숙이는 미안한지 그만 하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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