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보고싶은 소녀_2 솔새김남식
나는 그녀와 좀더 친해지려고 풀싸움을 하자고 장난을 걸었다
잔디 풀씨를 뽑아서 서로 엇갈려 잡아 당기면 끊어 지는데 이긴 사람이 꿀밤을 때리는
시골에 사는 사람들만에 정겨운 놀이 문화이다
잔디풀을 뽐아서 얇게 문지르면 그냥 하는 것보다 질겨서 쉽게 귾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요령을 잘 아는 나와 그걸 잘 모르는 그녀는 매번 나에게 지고 있었다
그녀는 이마가 빨갛게 되는데도 싫지 않은 표정으로 재밋어 하고 있었다
인숙이가 미안한지 그만 하자고 한다
그렇게 그녀를 처음 만나고 집으로 오는 오월의 첫 만남에 그날은 기분이 참 좋았다.
다음날 그녀를 만나기 위해 나는 초등학교 교장사택을 가기위해 집을 나섰다.
사택은 우리 집에서 한참을 걸어서 좀 떨어진 마을에 있는 작은 동산 언덕 아래에 있다
나는 집근처를 가지 못하고 사택이 내려다 보이는 산등성이에 올라가서 탐색을 하였다
방에만 있는지 집마당에는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순간의 실수라도 허용치 않은 사냥꾼이 목포물을 주시하듯이 집을 뚜러지게 바라보았다
사춘기 소년은 그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여 산을 내려와 집주위를 맴돌았다
이름을 어떻게 부를 수가 없어서 집 앞을 왔다갔다 하며 그냥 서성이기도하고
또는 노래를 크게 부르기도 하고 누군가 자기를 찾는다는 휘파람 신호까지 보냈다
그래도 아무 소식이없자 괜히 내 이름을 생뚱맞게 목청을 높혀 크게 부르기도 하였다
집앞에서 기다렸지만 점심 때가 되도록 만나지도 못하고 그냥 돌아왔다
그날 이후 나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교장댁 이야기를 하면 솔깃해서 들어야 했고
또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나 물어 보고 하였다
어머니는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무엇 때문에 관심이 많냐고 핀찮을 주기도 했지만
내가 그녀에게 관심이 많은 것을 어머니는 전혀 알지를 못 했다
그 이후 그녀를 만나기 위해 토요일이면 기차역에서 으례히 기다렸고 일요일엔 항상
그녀 집앞에서 늘 서성이곤 했지만 그녀는 내가 기다린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가 토요일 기차에서 그녀를 만날 수가 있었다
다른 사람이 먼저 가고 난 뒤에 늦게 천천히 걸어 오면서 그녀에게 처음으로 내뜻을 전달했다
책이나 영화이야기 그리고 우리들 사춘기의 꿈 같은 이야기를 하며 십여리를 걸었다
마을로 들어 오는 신작로 양쪽으로 낮에 모내기 한 논에서는 벼싹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따스한 봄햇살이 겨우내 움추렸던 파란잎들에게 힘을 주듯이 그녀는 내게 그런 느낌이었다
더위가 막 시작되는 6월로 들어서고 이어서 여름 방학이 되자 우리는 조금 더 친해 질 수가 있었다
그때 나는 저녁때가 되면 소풀 먹이러 들판에 나 가는 일을 집에서 도맡아서 하였다.
가끔씩 그녀가 들길을 따라서 동행을 해줄 때도 있었고 그러면 그녀는 풀꽃을 따며
복슬강아지처럼 내 뒤를 졸졸 따라 다녔다
소풀 먹이러 나 가는 날에는 내 손엔 영어 단어장이 쥐여저 있었다
픽처, 그림, 피아이시티유알이 서로 문제를 내고 단어를 맞추는 복습하는 공부도 함께 하였다
뒷골에 있는 원두막으로 방학 숙제물을 가지고 놀러와서 함께 공부도 하였다
아버지가 이장일을 하고 있어서 그녀의 집에 심부름 가는 일은 내가 독점으로 맡았다
그녀의 아버지 교장은 이장 아들인 나를 공부 잘 하고 영득한 학생으로 후한 점수를 주었다
방학이 끝나자 그녀는 다시 청주에서 학교를 다녔다
일요일에 그녀가 집에 오는 날이면 나는 그녀 집에 갈 일이 없는데도 아버지를 졸라서
심부름을 다녀 오곤 했다. 그래서 여러번 저녁을 얻어 먹고 그녀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서기도 했다
우리집은 저녁엔 거의 죽 아니면 국수를 해 먹었지만 보리와 쌀이 반반 썩인 밥을 그녀의 집에서 먹었다
먹기싫어하는 국수나 죽이 아닌 밥을 얻어 먹는 것은 당시로써는 내겐 큰 횡재였다
그래서 일부러 넉살좋게 밥을 먹으려고 그집에 일을 도와주곤 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부터 조금씩 그녀를 생각하는 감정이 나도 모르게 변하고 있었다
안 보면 보고 싶고 그랬었다. 이제 사춘기의 시작인 것이다
아마 내가 이성으로 부터 일찍 눈을 뜨고 성숙했던 것 같았다
내가 그녀에 대한 생각으로 공부가 잘 안 되고 낙서장에는 온통 그녀에 이름과 그녀를 그린 그림이었다
일요일이면 노래를 부르며 집앞에서 서성이며 그가 나오기를 기다렸고
또는 그녀의 집에 돌을 던저서 내가 왔다고 신호를 보내는게 일요일이면 거의 하루 일과였다
그러나 그녀는 아버지 때문에 밖으로 잘 나오지 못 하였다.
어느 토요일인가 우리는 학교가 끝나고 통근열를 기다리지 말고 시골집 까지 걸어 가기로 약속했다
내가먼저 역전에 와서 그녀를 기다렸고 이후 그녀가 역전에도착을 했다
시골집까지 20여키로를 먼지이는 신작로 길을 6시간 이상 걸어야 하는 거리였다
7시 통근 열차를 타고 집에 오는 것 보다 한두시간 먼저 집에 오려고 통학생들이 그렇게 집까지 걸어 오곤 하였다
오늘도 사실은 혼자 집에 까지 걸어가기 싫어서 그녀를 꼬셔서 순전히 내가 꾸민 일이였다
우선 출발 할때 빵집에서 집에서 가져 온 도시락과 빵으로 점심을 먹었다
나는 여러번 걸어 다녔기에 그런대로 별 문제가 없었으나 그녀는 처음이라 다리가 아프다고 한다
간식은 준비하지 않은채 출발했는데 그녀는 발은 부르트고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옷은 먼지 투성이가 되었고 아이스케키를 딱 한번 사 먹었을 뿐 힘이 거의 소진된 상태까지 오게 되었다
아직 늦더위가 한참인 9월초 여학생이 그 먼길을 걷는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다
그런데 작은 읍내에 들어서자 면사무소에 다녀오던 그녀의 아버지를 뜻밖에 만나게 되었다
축 늘어진 그녀를 보곤 차를 타고 올 것이지 야단을 치며 자전거에 그녀를 태우고 먼저 집으로 갔다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일이 있은뒤 그녀가 일요일은 집에 내려 와도 만나기가 아주 어려웠다
난 그녀를 보기 위해서 일요일이면 집 앞에서 서성였고 그녀 식구들을 보면 숨어야 했다
얼마 지난뒤에 아버지에게 심한 꾸중을 받았다
아마 교장선생이 우리 아버지에게 그날일을 이야기한것 같다
집에까지 걸어 올려면 저만 걸어오지 곱게 자란 자신에 딸과 함께 왜 걸어 왔냐고 한다
그리고 다시 얼마후 주일 통근열차에서 그녀를 만났다
힘들고 어려웠지만 신작로 길을 걸어온게 재밋었고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라고 그녀가 이야기한다
그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먼길을 걸어 봤다고 한다
그리고 어머니가 몹씨 아프다는 이야기를 내게 들려 주는데 서울까지 가서 수술 했지만
별 효과가 없다고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이럴때 나는 뭐라해야 할지 몰라서 멎쩍게 망설이기만 하였다
그래도 내딴은 걱정이 되었는지 저녁에 집에 와서 엄마에게 교장댁 사모가 아프냐고 이야기하니
어떻게 그걸 알았냐고 내게 물어보며 그리고는 큰 일이라며 교장댁 걱정을 많이 하셨다.
나는 그녀 어머니의 병환에 대하여 자세히 알 수가 있었지만 내가 나중에 알았을 때는 자궁암인 것 같았다
정말보고싶은 그녀 안재희는 2남2녀의 맏딸이었다
그 이후 한 동안은 기차역에서 기다려도 그녀를 만나기가 여간 어려웠다
오십리길을 걸어왔던 시골길은 지금은 포장도로가 되어있고 고속도로와 연결이 되었다 . k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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