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편지 김남식
밤새 여러번 편지를 써서
다음날 골목길이나 버스 정류장
아니면 하교 길에서 주려고 애쓰다가
끝내 전해 주지 못하고는
가슴 아파하던 때가 있었다
언제 지나갈지도 모르는 길목에서
무작정 기다리다 지각을 했고
어쩌다 골목길에서 만나 이야길 건낼때면
꼭 훼방꾼이 있었다
몇번을 쓰다 지우고 또 찢어 버리며
온갖 미사어구를 다 동원해서
책상에 앉아 편지를 쓰면
부모님은 내가 공부하는 줄 알았다
어느덧 푸릇한 그 세월이 지금은
한참을 지나왔다
그 시절로 다시 돌아 갈 수 있다면
청춘을 불살라 멎진 연애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