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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 - 국화 옆에서

시인김남식 2016. 11. 2. 10:58

서정주(徐廷柱 1915 ∼ 2000) 


전라북도 고창 출신, 본관은 달성(達城), 호는 미당(未堂)

탁월한 시적 자질과 왕성한 창작 활동으로 토속적 불교적 내용을 주제로 漢詩를 많이 쓴 

이른바 생명파 시인으로 국민적 대표적인 시인중 한명이지만

일제 강점기 창씨 개명을 하고 태평양 전쟁 참여 독려글 게재로 친일명단 수록됨


이후 군부 독재와 유신독재 치하에서의 처신등으로 시인으로서의 자질과 문학적 명성과는 별도로

그 역사적 평가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1936년 경성 중앙불교 전문학교를 중퇴하고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벽" 당선으로 문단에 등단했다.

1936년 김광균·김동리·오장환 등과 함께 잡지 "시인부락" 창간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고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다고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서늘한 그리움만 남긴 미당 서정주시인

문학관과 생가는 고창 선운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잘 정비되어 있다.


서정주 시인의 고향이자 영면지인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 마을에 2001년 세워진 기념관은

폐교를 이용하여 만든 곳으로 넉넉한 자리로 자유롭게 전시되어 있다.

자그만하고 소담한 모습으로 내방객을 맞는 학교 운동장인듯 앞잔디 광장이 펼쳐져 있어 시원스럽다.



제1전시실에 들어서자 미당의 흉상과 방명록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기다리고 

2층에는 미당의 집필실이 복원되어 있고 3층에는 문서와 편지류 등의 유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4층에는 발간 시집과 함께 친일작품 7점이 걸려있다

미당의 시적인 업적을 기리기 위한 전시관에는 친일적인 시와 전두환정권을 찬양하는 詩 등

부끄러운 글까지 함께 전시 한 것으로 보아 아마 평가에 대해서는 독자에게 맡긴 듯한 객관적인 기획으로 보였다


 

5층에는 파이프·중절모·지팡이·훈장 등의 유품이 전시되어 있다.

6층에 오르니 시야가 확 트이며 정면에 질마재 마을 너머로 변산반도의 울퉁불퉁한 소요산 자락이 드넓게 펼쳐진다.



멀리 곰소만 갯벌을 메워 만든 드넓은 평야가 시원스럽고 미당의 묘소가 자리하고 있는 돋음볕 마을이 멀지 않다.

가까이 한 눈에 들어오는 미당의 생가가 오붓하다.

.




국화 옆에서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위해
봄부터 솥작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위해
천둥은 먹구름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든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앞에서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닢이 필라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네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었나보다

 

푸르른 날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귀촉도(歸蜀途)


눈물 아롱 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리.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리.


신이나 삼어 줄걸, 슬은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 하늘
구비 구비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기다림


내 기다림은 끝났다.
내 기다리던 마지막 사람이
이 대추 굽이를 넘어간 뒤
인젠 내게는 기다릴 사람이 없으니.


지나간 小滿의 때와 맑은 가을날들을
내 이승의 꿈잎사귀, 보람의 열매였던
이 대추나무를
인제는 저승 쪽으로 들이밀꺼나.
내 기다림은 끝났다.


학(鶴)


天年 맺힌 시름을
출렁이는 물살도 없이
고운 강물이 흐르듯
鶴이 나른다.

天年을 보던 눈이
天年을 파다거리던 날개가
또한번 天涯에 맞부딪노나


山덩어리 같아야 할 忿怒가
草木도 울려야할 서름이
저리도 조용히 흐르는구나.

보라, 옥빛, 꼭두선이,
보라, 옥빛, 꼭두선이,
누이의 수틀을 보듯
세상은 보자.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동천(冬天)


내 마음 속 우리님의 고은 눈섭을
즈문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옴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경력  

1943년 징병적령기의 아들을 둔 조선의 춘추 어머니에게
1944년 인문사 입사 『국민문학』 [국민시가] 편집
1946년 조선청년 문학가협회 시분과 회장
1966년 대한민국 예술원 회장 대한민국 예술원상 수상
1977년 문인협회 이사장
2000년 금관문화훈장 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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