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書/生活수필

털장갑과 털조끼

시인김남식 2016. 12. 14. 12:09

털장갑과 털조끼 솔새김남식


겨울에는 뭐니뭐니해도 털장갑과 털 목도리 그리고 털조끼가 있어야 따뜻하게 지낼 수가 있다
동네 어귀에 보면 털옷을 짤 수 있는 재료를 파는 수예점들이 겨울에는 으례히 많았던 시절이 있었다.
산업화 혁명이후 일본에서 요꼬라는 기계가 들어 오면서 털세타 털장갑 그리고
털조끼들이 공장에서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그 의미가 퇴색 되었다 .
그렇지만 기계로 만든 물건 보다는 수공으로 만든 정성과 사랑 그리고 고마움이 또 어디 있으랴마는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으로 부터 털옷을 선물로 받는다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지금은 착하고 고운 마음들이 많이 사라진지가 오래 되었지만 그 옛날 한올한올 정성을 

담아낸 것을 받았을 경우 그 기분은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혹시 누군가에게 선물한 적이 있었는지요


우리네 살림이 힘들고 어려웠던 그 시절 벌서 한시간 넘게 엄마를 조르고 있었다

그런 내게 눈길 한번 주지않자 울먹이며 마구 지껄였다.
˝씨.......딴 애들은 장갑도 있고 눈 올때 신는 장화도 있는데 난 장갑이 없어서 눈싸움도 못하고 있어"
이렇게 투정하며 자랐던 세대가 바로 지금의 우리들이다
특히 누나가 있는 아이들은 으례히 장갑이 있었다
괜히 엄마를 속상하게 만든게 미안해서 며칠을 아무 말도 하지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갈 준비하는 내게 빨간색 벙어리 장갑을 건네 주었다
그것을 받아 들고는 엄마하며 눈물이 그냥 피잉 돌았다
장갑 손등에는 하얀 털실에 작은 꽃 모양까지 수 놓아져 있었기에
고개를 푹 숙인채 눈물 흘리던 그 추억들이 겨울내내 무척 따듯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어느덧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진출하여 여자를 알게 되었다
그녀는 내게 선물로 털조끼를 떠 준다면서 큰 가방에 그걸 넣고서 출근하는 것을 어느날 보았다
만원 뻐스 안에서도 회사 점심 시간에서도 그녀의 쉬지도 않고 열심히 손을 놀렸다
겨울이 가기전, 아니 크리스마스 이전에 꼭 입혀주겠노라 약속을 했다
너무 빨리 하느라 손 목도 아프다고도 했다
누군가를 위해서 털조끼 뜨는 모습은 여자라서 너무도 아름다웠다
그때 그 모습은 정말 너무 이뻤다 정말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알짜 사랑이었다
쉬는시간에 맹숭맹숭 아무 것도 않은 사람을 보면 '응~ 제는 아직 애인 없구나' 라고
그렇게 지례 짐작 했던 그 시절의 겨울이 있었다

그리고 어느날 사무실 책상위에는 작은 쇼핑백 하나가 놓여저 있다
"이거 입으면서 내 생각 많이 해야 돼 알았지?"
 털옷 안 쪽에 보면 꽃 리본으로 접은 하얀 쪽지 메모지가 들어 있었다
그래서 멎쩍게 머리를 긁었던 아련한 옛 추억이 생각 난다


그녀로 부터 받은 밤색 털조끼 하얀 와이셔츠 위에 받처 입으면 아주 제격 이었다
제일 비싼 앙고라 털실이라고 그녀가 힘주어 말한다.
그 당시 털조끼는 여자가 남자에게 으례히 겨울이면 선물하는 마음의 정표였다

그리고 쌀쌀한 겨울 어느날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내려가고 있었다
퇴근하고 전세방 집에 돌아 와서 보면 따뜻한 연탄불 아랫목이 있는 그것
내 저녁밥이 식지말라고 담요롤 둘둘 말아서 바로 이불속에 있었다
그렇게 오손도손 행복했던 시절이 우리들에게도 있었다
어떤 사랑도 계산하지 않던 참 순수했던 시절 바로 얼마 전의 일이었다

저녁을 먹고 연탄불을 갈고서 방에 들어 온 아내는 바구니를 내민다
아내와 함께 손목에 걸고 털실을 감으며 그녀의 마음을 떠 본다
"응~ 이거 뭐 할려고해? 내껀 있잔아..."
아내는 웃으며 넌지시 말을 한다





˝올 겨울은 많이 춥대, 어머님께 따뜻한 털스웨터 하나 짜드리려구요˝
그 말을 듣고 어찌나 고마웠던지 아내의 손목을 덥썩 잡았다.

그리고는
"응! 이왕이면 장모님꺼도 같이 하나 해 드려?"
그렇게 전세방에서 따뜻한 연탄불 아랫목이 있는 사랑이 최고로서
참 행복했던 시절이 정말 우리에게도 있었다
정말 사랑도 계산하지 않은 참 순수했던 시절이 바로 얼마전의 일이었다

따스한 사랑 애잔한 가족 사랑을 느껴 보았는지요?
그런 추억 하나 쯤은 이 겨울에 기억해도 좋을 것 같네요
사랑도 인스턴트시대라서 쉽게 오고 쉽게 가는 요즈음
고운 마음으로 작은 행복을 나누어 보세요

선물줄 사람이 없어서 고민이라서 내게 준다면 너무 고마워서 밤새 눈물 펑펑 흘릴꺼예요
따스하고 애잔한 가족의 사랑 추억하나 쯤은 이 겨울에 기억해도 좋을 것 같다
sols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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