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제2 詩冊

고대산에서

시인김남식 2015. 9. 13. 10:18

고대산에서   솔새김남식 




몸이 지루함을 느낄때 쯤에는  

허기진 뱃속을 채우려고 

주말이면 산꾼들은

산속을 헤메이며 자연과 대화를 한다.

오늘 목적지는 고대산이다.

종로 3가에서 전철을 타고 수도권을 벗어나자

황금 들판위로 코스모스가 바람에 춤을 추고 있다     

2시간후 신탄리 역에서 내린다

 

함흥 원산을 지나 청진까지 달리던 경원선 철길은 

신탄리역에서 멈추고 더 이상 나가지를 못한다.

종착역이라는 팻말이 분단의 아품을 말해 주듯이

앞으로 달리고 싶은 철마는

이념의 철조망을 뚫지 못하고 그대로 멈춰있다.

저마다 군대 시절의 향수에 젖어

옛 기억들을 찾으려고 두리번 거리는 모습은

마치 소풍 나온 어린 아이들처럼  

사람들이 떠들며 역 마당을 빠저 나온다.


 


불과 몇십리 거리에서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최전방 

고대산 역시 등산객이 갈수 있는 최북단의 산이다

서로 어쩌지도 못하고 시간을 붙잡아 놓은 채

포성이 멎은지 60년을 지나

어느덧 한세기를 향해 세월은 달리고 있는데 

해결하지 못한 숙제로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다.

 

936년에 왕건에 의해

고려가 통일 될때 까지 후삼국은

분립 상태가 약 50년간 지속 되었지만

지금의 후양국 남과 북은

1945년 이후 70년을 지나고 있다


 


서둘러 배낭을 여미고 고대산을 오른다

6.25 때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방호벽이 군데 군데 남아  

긴 세월을 말 하듯이 풀 숲에 가리운 채

집 떠난 병사를 기다리고 있다

실향민에겐 북의 소식이라도 전해 들을 수 있는 

정상에 올라서면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휴전선이 보일듯 하다 

 

저 멀리 북동쪽 철원평야는 궁예가 옛 고려를 세운 터전이었고

그리고 내 시야로 보이는 저 산들은

한국 전쟁때 수많은 병사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피의 백마고지이다.

.


유해를 발견 했다고 알려주는 표시판

영령들에 넋일까 바위 틈에서 자란 이름 모를 야생화

그리고 능선 길목에 피여있는 초목을 바라 보니

전쟁터에서 숨저간 영령들이 문득 생각나

가슴이 뭉쿨 하다

 

고대산은 오늘도 자신의 과거는 숨긴채

지나온 전쟁에 흔적을 남겨 놓고 장승처럼 꿋꿋이 서 있다.

아 ! 북녁 하늘이여

내 조국이여!

분단된 조국에 아파하고 나라가 있음에 감사하며

서서히 해저녘에 발길을 내린다. 

어서 저 끝머리 북쪽 어디라도 갈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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