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제2 詩冊

꽃시장에서

시인김남식 2014. 4. 14. 15:34

꽃시장에서      솔새김남식

 

사내가 계집을 좋아하듯이

꽃을 좋아하지 않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꽃은 불안한 마음을 편하게 해주기에 누구나 좋아한다.

그리고 기분도 맑게 해준다. 

그런데 꺾어 온 꽃은 며칠 안 가서 시들고

그 시든 뒤의 모습은 보기가 싫다.

사람도 시들면 흉하다.

 

봄이 막 시작을 하면 어김없이 종로 꽃시장에 나간다.

모두가 화사하게 꽃을 파는 사람들이다.

꽃집에 아가씨는 예쁘다는 대중가요도 있지만

꽃을 파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사 가는 사람이 더  예쁠까

파는 사람이 더 착할까

집에서 기를 요량으로 꽃을 사러 나온 이들이 많다.

 

꽃을 파는 아주머니에게 꽃 이름을 물어 본다.

이것저것 구경 하다가 소담하게 생긴 것으로 한 두개를 산다.

그리고 꽃나무 심을 예쁜 화분도 사고

집에 와서는 신문지를 깔고

정성껏 분갈이하여 꽃을 베란다에 놓으면

그것으로 기분이 그냥 아주 좋다.

분갈이 했으니 인심좋게 그리고 후하게

물도 하나 가득 준다.

 

다음날 아침에도 물을 또 가득 준다.

칭얼대는 아기에게 우유병을 물리면 좋아하듯이

물을 주니까 꽃들이 웃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 맘도 즐거웠다.

또 그 다음 날도 화분에 물이 넘치도록 준다.

꽃이 배가 부른지 사올 때

다물었던 꽃봉오리가 모두 화사하게 피어났다.

 

그리고 한달 후 화분에 있던 꽃나무는

언제부터인지 잘 모르지만, 슬슬 말라가고 있다

아침마다 물을주며 그토록 공 들이고 

정성을 다했건만 꽃은 한달만에 고사(枯死)하고 말았다.

아이고 이를 어쩌나 글쎄

정에 겨워 사랑이 넘처서 그랬다나봐요

집나간 자식처럼 텅빈 베란다를 멍하니 바라 보다가

다시 꽃시장으로 나간다.

누가

바부팅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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