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作業노트

겨울 찻집

시인김남식 2006. 11. 19. 13:51

 겨울 찻집   솔새김남식


얼마를 걸었을까

저녁 햇살이 산 그림자 드리울 때

내가 들어선 그 겨울 찻집

희미한 조명 아래

주인은 의자에 앉아서 졸고 있고

조개탄 난로에서

주전자 물이 팔팔 끓고 있었다.

 

잠시 몸을 녹이며 생각에 잠기는데

혼자입니까

주인의 물음에 미처 대답하지 못한 채

커피로 마음을 달래이며

추위를 희석시킨다

 

손끝으로 스며드는 차향의 전율은

언제나 변함이 없지만

그리운 사람은 찻잔 속에서 멀어진다

멀리 보이는 산 아래

매서운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 때마다

잔설들이 어디론가 날려간다

 

내내 쓸쓸함도 이겨내며

떠나간 사람은 이제 그리워 말자

세월 속에서 멀어지고 있으니

얼었던 강물이 풀리는 봄이 되면

다시 파릇한 새싹을 키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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