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作業노트

그해 겨울이야기

시인김남식 2006. 12. 29. 12:47

그해 겨울이야기  김남식

책상에 앉아 졸고 있는 내게

아버진 잔 일을 곧 잘 시키곤 했다
날씨가 추워지면 어김없이 부르는 아버지
일을 해야 먹고 살수 있다고

잔소리 하시는 아버지의 삶에 철학

내 키와 비슷한 지게를 지고
묵묵히 사립문을 나선다
갈참나무 숲이 우거진 산둥성이
지게를 내려놓고 시작한다
고목으로 볼품없이 쓰러젔거나

부러진 나무가지는 톱으로 자르고 
등생이를 찾아 다니며 도끼로 조아린다
어떤 놈은 내 이마를 때리고
어떤 놈은 멀리 달아 나기도 한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송 맺히고

가끔씩 지나가는 바람에

귀가 시립고 손이 차겁다

작은 체구는 땀으로 젖는다
땔감을 지게에 가득지고
햇살이 차겁게 느껴지는 저녁때 쯤 
 산에서 내려온다

집에 돌아와서 보면
안방에 있는 작은 밥상 위에는
까무자한 보자기가 덥혀 있다
점심은 고구마와 김치 한그릇 
매일 먹어야하는 그것이 싫었다
뒷문을 열고 맨발로 부억에 나가 본다
까만 솥을 열어보니

아버지가 아침에 남긴 찬밥 한덩이
먹을까 말까하고 망서린다

이 밥은 우리식구 저녁이다
밥 한덩이에 김치를 썰어 넣고
수제비를 넣으면 바로 잔찌죽
밥을 먹으면 저녁은 국수로 바뀐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건 국수
돌아서면 배고픔 보다도
국수를 먹으면 뒤끝이 안 좋았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다가 

그냥 솥뚜껑을 닫는다

먼지가 뽀얀게 내리앉은 찬장을

열어 보아도 먹을 게 없다
고구마를 입에 넣는다
잘못 먹었다가 잘 체하는
음식

입안이 뻐뻣하여

먹던 것을 놓고 밖으로 나간다.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뒷동산으로 올라간다
집집마다 뭘 하는지

저녁 연기가 누렇게 피어 오른다
햇볕이 잘 들어 온
바람막이

나뭇더미에 쪼그리고 앉아 

 얼른 방학이 끝나길 기다린다

Note;
아득한 옛이야기 같지만 우리들 이야기입니다
고향은 마음에 거울이고 어린시절 추억은 살아 가는데 많은 교훈을 주기도 합니다
그 시절에 이야기는 오랜세월이 지났어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2006.12.29 solsae.k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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