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 마누라 솔새김남식
평소에도 건망증이 심하던 우리 마누라이다.
어느 날인가 모처럼 시골에 일이 있어서 내려가는 길 고속도로 입구에 차가 막 접어들자
아내가 잔뜩 겁이 난 얼굴로 이야기 한다.
"여보, 아까 와이셔츠 다리던 다리미를 그냥 놓고 온 것 같아"
“뭐이어?”
화가 나서 한마디 냅다 욱하는 소리를 질렀지만 소용이 없었다.
여차여차 어쨌든 이미 일은 저질러졌고 정신을 가다듬고 급하게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그럼 집에 도로 가야 쓰겠지. 우리 집에 불나는 건 좋은데 다른 집으로 옮기면 우리가 다 물어줘야 하는 거야."
"..............."
아이들이 모두 나간 뒤에 집을 나왔으니 할 수 없이 톨게이트 입구에서 회 차하여 다시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숨 가쁘게 집으로 달려와 보니 방안에는 콘센트에서 다리미가 안전하게 빠져 있었다.
아뿔싸 건망증이 심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다시 화를 낼 수도 없고 허겁지겁
달려 온 것을 생각하면 정말 기가 막혔다. 어째든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우리는 다시 출발하여 시골로 내려갔다.
그러나 언제부터 인지는 몰라도 까스렌지 불 끄는 것, 전등불 끄는 것,
은행 자동화기기에 카드나 통장을 놓고 그냥 집으로 오는 것부터 시작해서 외출 할 때면 어디에 두었는지
모른다고 옷장을 다 쑤셔 놓는 그런 행동들을 몇 번씩 반복하기에 이른다.
병원에 가 보았지만 뚜렷한 병명도 없기에 옆에서 챙겨 주거나 또는 잊지 않도록 메모 습관을 가지도록
일러 주어야 한다고 한다.
폐경기 여자들에게만 잠시 동안 스쳐가는 우울증과 동시에 찾아오는 건망증이라고 한다.
잘 관리만 하면 서서히 없어지지만 잘못하면 정말 치매까지도 이른다는 경고성 이야기를 의사가 들려준다.
조금은 겁이 났다.
아직은 젊은 나이에 정말 치매까지 이르면 안 되기에 철저히 관리하기로 하고 매번 확인하며 관찰을 시작하였다.
그러던 엊그제 일요일 드디어 또 다시 일을 저질렀다.
청주 결혼식에 가려고 중부 고속도로를 한참 달리고 있는데 또 다리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다.
못 들은 척 운전을 계속하며 차는 달려 가는데 한 걱정을 하고 있는 아내를 보다 못해 길가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여보 일루 나와 봐"
아내를 데리고 뒤 차 트렁크로 가서 활짝 문을 열어 보였다.
"이 잉?"
그런데 거기에는 전기 다리미가 자동차 트렁크 안에 얌전하게 벌떡 누워 있었다.
아내는 미안한지 피식 웃기만 한다.
이일을 어이할꼬! 아내의 이 건망증을 언제까지 기다리고 치료해야 할까요?
이제부터 건망증 마누라를 내가 챙겨야 하기에 다리미를 콘센트 에서 아예 뽑아
차 트렁크에 실었던 것이다.
아무튼 건망증 마누라 때문에 짜증나는 하루가 되지는 마시고 남편이 마음을 넓게 하여
사랑하는 아내를 지켜 줍시다.
복잡한 사회의 경쟁 속에서 살아가자면 머리 아픈 일도 있고 속상한 일도 있지만 그래도 웃고 지내야 한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우린 밝게 웃으며 그날도 하루가 행복하게 저물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