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향기 詩솔새김남식 봄이 끝나려는 어느 날인가 부터 슬며시 아카시아 꽃이 온 산야를 덮어 버리면 가슴 속까지 하늘하늘 파고드는 은은한 향기가 다가 온다. 꽃 이파리가 바람에 흔들릴 때 마다 내 눈과 마음 까지도 모두 덮어 버리고 향기로운 냄새가 신록에 묻혀 코끝으로 들려온다. 부는 바람 속으로 부서지는 아카시아의 향기에 아련한 추억이 그리움처럼 밀려와 가슴속에 머물면 잠시 눈을 감아본다 유년시절의 추억을 다 꺼내지도 못한 채 연록 잎사귀의 그늘에 숨어서 꽃잎이 다 질 때까지 지독한 초여름의 열병을 앓고 있겠지 그 시절 그때를 그리워하며
試作 note 아카시아 꽃이 피는 계절이 돌아 오면 한 마을에 살았던 경순이라는 아이가 생각이 난다 내가 향우회 반장을 하고 있을때 그녀는 2학년 이었다 마을일에 항상 솔선해서 나를 도왔기에 예뻐해 주었고 그래서 공부도 가르처 주었다 소를 몰고 들로 나갈 때면 조잘거리며 따라 다녔다 또 풀 베러 가면 내가 베어 놓은 풀을 망태기에 담아주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어느 날인가 고향 가는 길 버스정류장에서 정말 우연히 그녀를 만났다. 초등학교 졸업후 15년만이었다 그녀는 우암동에서 장띠의상실을 하고 있었다. 그때 나는 결혼을 했고 그녀는 아직 미혼이었다. 양장점까지 그녀를 따라 갔다 우린 커피를 마시며 옛날 이야기를 재밋게 하다가 결혼했다는 것을 안 그녀의 눈빛이 갑자기 수그러졌다
결국 서먹하게 마무리하고 의상실을 나왔다 그리고 고향에 갈 때마다 몇번을 더 만났지만 의미가 없었다 한참 그녀를 잊고 바쁘게 지내던 어느날인가 나는 생뚱맞게 의상실을 찾아 갔지만 주인이 바귄 상태였다 그리고 이후 그녀의 소식을 알 수가 없다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 봤지만 소식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45년이 흘러간 지금 현재까지....
소 몰고 꼴망태 메고 내 뒤를 따라 오던 그 아이는 자그마한 입술 초롱한 눈망울로 꽃잎을 따서 내 입에 하나 자기 입에도 하나 그렇게 아카시아 꽃잎을 먹었다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 갈 수는 없지만 5월 아카시아의 꽃들이 하얀 눈 꽃처럼 날리면 그녀도 어디선가 꽃향기 맡으며 옛 생각을 하고 있을까 여러분도 잠시 옛 추억에 젖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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