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살얼음 사랑 솔새김남식
시간은 또 두 사람을 붙잡아 주질 않았다. 언제 부터인지 그들은 다시 만날 수가 없었다. 그러자 현우의 마음은 또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비가 내리던 퇴근 길에 집에 가야 한다는 그를 기다렸다가 만나 서교까지로 왔다. 현우는 이렇게 또 조급하게 쫒기는 사랑을 해야만 했다. 하루를 안 보면 어디 멀리 떠난 것처럼 느껴졌다. 오늘은 활짝 웃는 그의 모습을 모처럼 만에 보았다. 사월 둘째 주 일요일 현우는 친구의 약속이 어긋나서 갑자기 혜진이 생각에, 혹시나 하고 예나에서 그녀 기다렸다. 약속을 하지 않고 우연히 만났을 때의 그 생각을 하고, 예나에 들어섰다. 그러나 그 곳에는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그의 체취를 생각하며 늘 오면 자리에 않던 곳에 앉았다. 그리고 금방 그가 들어 올 것 같은 생각에 출입구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현우의 모습은 측은해 보였다. 배고푼 아기가 엄마를 기다리는 모습과 같았다. 잠깐만 이라도 그가 우연히 다녀갔으면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였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다음에 만나면 무슨 심통을 부려서 오늘의 빈 가슴을 가득 채울 수 있을까 현우는 생각했다. 너무 집요하게 혜진을 생각하는 것이 숭맥 인지도 모르는 생각에 자리를 털고 일어서서 돌아서 왔다. 그 이튼 날 혜진의 전화를 받고 현우는 엊그제의 일은 까맣게 잊혀버렸다. 모든 일은 순리대로 하고 억지로 원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 라는 것을 또 느꼈다. 현우의 속에는 언제나 심술이 가득했다. 그는 어점 혜진에게 심술을 부려서 먹고사는 심술쟁이 같았다. 오월의 첫주에는 혜진이 친구들과 현우는 하루를 보냈다. 년초에 혜진이 생일날 만나고 오랜만 이였다. 늘 어디를 가도 셋이 돌아 다니는 친한 친구들로 가끔 그들 틈에 끼어서 커피도 마시고 때론 저녁도 먹으면서 좋은 그리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그 들과 친할 수가 있었다. 그들과 젊음을 같이하면서 벽장대소를 하면 현우의 마음은 어느새 이십대로 돌아가 곤 하였다. 그의 친구들과 자리를 같이 할 때는 주위 사람을 의식하지 않아 좋았 고 마음도 편했다.
그의 친구들은 처음 한 시간은 같이 있다가 그 다음은 먼저 자리를 나서기 때문에 나머지 시간은 혜진과 현우의 시간이 늘 기다리고 있었다. 친구들이 편하게 대해 주고 이해를 하기 때문에 그의 친구들을 현우는 무척 좋아했다. 그날 저녁 시내에서 혜진이 여동생을 우연히 만났다. 예견된 만남이 아니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안녕하세요? 언니한테 애기 많이 들었어요. ” 바람막이를 한다는 혜진이 동생과 인사를 대충 마치고 현우는 우두커니 옆에 서 있었다. 그들 사이에 더 이상 서 있을 수 없었기에 현우는 자리를 피했다. 현우는 그 자리를 떠나면서 혜진이 동생이 현우를 어떤 모습으로 바라보았는지 조금은 궁금하였다. 그것은 현우의 엉뚱한 생각이었다. 그녀는 가끔 자신의 이야기를 현우에게 거짓말 없이 할 때도 있었다. “집에서 선보라고 해요” “좋은 사람 있으면 만나야지” “선 본다는데 아무렇지 않아요?” “그럼 뭐라고 해, 선보지 말라고 하면 안 볼 거야?” “그래도 ” “난 혜진을 붙잡을 수 있는 힘이 하나도 없어” 그러나 현우는 사실 그 뜻은 아니었다. 그녀가 결혼 하지 않고 자기를 위해 그냥 있어 주기를 은근히 바랬다. 현우의 검은 속마음을 차마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다만 그가 오랫동안 자기 곁에 머물 수 있는 조건을 그에게 부여하는 것은 현우의 몫 이였다.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얼마 전에 선을 봤어요.” “그런데 왜 맘에 들어?” “두번 만났는데 메너도 없고 별로 맘에 들지도 않아” “혜진아 모두 다 맘에 드는 사람이 어디 있어, 남녀의 만남은 그리 쉬운게 아냐. 뭔가 활짝 열어봐, 먼저 정을 줘 보면 다 좋은 사람이지. 그러면 상대편도 달라 질 테니까” “아무튼 첫 인상이 싫어요” “이 바보!” “아직 인연이 아닌가 봐요 그리고 집에서 점 봤는데 저 한테 이상한 게 뭐가 씌여 있데요. 아마 지금 우리를 애기하는 것 같아요” 현우는 혜진에게 그냥 좋은 이야기만 해 주었다. 그냥 이대로 오래 있어 주기를 원 한다는 이야기는 차마 하지를 못했다. 잔인한 사월을 보내고 어느새 초여름으로 들어섰다. 요즈음은 그를 만나는 것으로 하루일과를 보내고 있었다. 모든 일은 순조롭게 돌아가고 그를 만나면 무언가 잘 되는 것 같았다 그래도 항상 아쉬움에 헤어지고 나면 빈 가슴을 채울 수 없어 가끔 소주를 마시며 그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떠날 것을 미리 알고 우리 깊이 사랑하지 않도록 하자’ 라는 싯귀가 생각났다. 정말 사랑이란 악마의 덧에 빠저 헤어나지 못한다면 그것은 어쩔 도리가 없는 것 같았다. 혜진이의 유혹에 빠저 사랑하고 있는지 아니면 정말로 현우가 그를 유혹하여 사람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깊이 사랑하는 것 만큼 이별은 두배라는 것을 모르는 현우는 아니였다. 오랜만에 두 사람은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제 수은주가 30도를 오르내리는 여름으로 다가왔다. 리듬없는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한계를 느끼며 모든 일이 간혹 짜증스러울 때가 있다. 모든 일이 쉽사리 풀릴 것 같았지만 언제나 반복적인 생활이었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혜진이의 모습이 문득 떠오르고 있었다. 아마 현우 곁에 혜진이 있고 그가 현우를 생각 해 주고 있다는 자신에 그런 생각을 한 것 같았다. 이 한 몸 빈손이 된다 하여도 혜진이 곁에 있다면 두려움이 없을 것 같았다. 아마 왕관도 버리고 사랑하는 여자를 따라 나선 오스트리아의 어느 임금처럼,,,,,,.
시간은 어느새 유월도 지나 칠월로 접어들었다. 며칠 전 부터 지루한 여름 장마가 시작 되었는지 며칠 채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불퀘지수도 연일 올라가고 있었지만 현우는 그런 것을 몰랐다. 그것은 항상 현우 곁에서 웃는 얼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환한 그의 웃음을 잃어 버리기에는 정말 아까운 시간이 연속 이었고 그 모든 일이 순식간에 지나면 못다한 사연들이 남아 있어 늘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리고 혜진에게 미안해 하는 것도 언제나 똑 같았다. 혜진이 현우를 사랑 해 준 것 만큼 그를 사랑 해 주리라는 것도 변함 없었다. 그러나 다가서면 그가 멀어지고 다시 다가서면 멀어 지는것 같아 항상 살얼음 디딘 초초한 사랑을 하고 있었다. 한 사람을 사랑하기 에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더 이상의 요구는 두 사람에게 부담 이었다. 뚜렷한 목적없이 시작 한 것은 아니지만 현우에게는 무작정 혜진이 필요했다. 여름 휴가를 같이 가고 싶다는 말을 해야 되겠는데 용기가 없었다. 이야기 할 기회가 주어지지 도 않았다. 몇번의 여행에서 얻어진 것 보다도 잃은것이 많다는 알고 있는 현우는 다시한번 그녀의 마음을 움직여 보고 싶었다. 그러나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는 있었지만 놓치고 말았다. 늘 만나면 그냥 혜어지고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현우에 뜻을 읽지 못하는 혜진이가 미웠다.. 어느덧 출발 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모처럼 다시 만나 무심천 밤 바람 길을 나섰다가 그와 이야기를 하였다. 처음에는 어떻게 설명을 할지를 몰랐고 말을 꺼내면 화를 내지 않을까 두려웠다. 무심천 길을 따라 서교를 올때 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를 못 하였다. 휴가를 며칠 남지 않았고 그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 였기에 현우는 마음이 조급했다. 오늘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다시 만날 시간이 없었다. 서교에 와서도 혜진은 현우의 눈치를 모르고 있었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일부러 그러는지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휴가를 같이 떠나자는 이야기는 뒤로 하고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고 헤어젔다. 현우는 혼자 휴가를 가자고 해 보지만 그럴 수 없다는 생각이 가로 막고 있었다. 다음날 예나에서 혜진이를 만났다 휴가철이라 그런지 예나에는 사람들이 없었다. “혜진아 여름휴가 동행 해 주지 않겠니?” “같이 가자고? 싫은, 딴 생각이 있어서 아녜요?” “그런 뜻을 절대 아니야. 예전에 계획을 하고 있었지만 어떻게 받아 드릴지 몰라서 사뭇 망서렸지 ?” “, , , , , , , ,” “그리고 덕분에 회사 일도 잘되고 있고. 아뭏튼 혜진이가 고마워서 그래 ,,,,,,,” 현우에겐 정말 오랜 고초가 끝났다. 회사에서 그를 다시 인정했고, 그리고 다음 달엔 보직이 결정되어 있었다. 고행을 같이 했던 동료들 중에서 그가 제일 먼저 회사에서 신임을 얻게 되어 무엇 보다도 기뻤다. 그것은 자신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지만, 보이지 않게 뒤에서 힘이 되어준 혜진의 역할이 그에게 자신감을 주었기 때문 이었다. 휴가에 대해 현우는 천천히 설명을 하였다. 그가 이해하고 승락 할 때까지 충분히 구체적으로 목적지와 필요한 이야기를 하였다. 그 날은 듣기만 하고 대답은 듣지 못하채 헤어젔다. 결국 휴가 출발 이틀 전에 그의 최종 결심을 들을 수가 있었다. 밤차로 마산을 경유하여 해금강, 그리고 진주를 거쳐서 남해대교와 여수 오동도, 그리고 구례 화엄사까지 긴 여정의 계획이 결정이 되었다. 누가 뭐라 하여도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줄거운 일이었다. 계속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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