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추억 여행 솔새김남식 역전에 도착 하니 다행히 비는 그쳤다. 새벽에 출발하는 마산행 열차를 타기 위해 지루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광장의 침침한 가로등 불빛은 피서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떠들썩한 사람들 사이에 신문지를 깔고 그들과 같이 자리를 깔고 합석을 하였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도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 새벽에 출발하는 무궁화 열차에 오르자 두 사람의 마음은 이미 아랫 역에 가 있었다. 떠들썩하던 열차의 사람들도 이젠 잠에 취해 있지만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혜진아! 같이 가게 돼서 정말 고마워 그리고 좋다.” “아저씨 마음을 전 도대체 이해 못 하겠어요” “시간이 흐르면 다 알게 될거야. 어떤 것이 혜진을 위하는 것인지를,,,그리고 여행은 결코 헛데이 하고 싶지 않아,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그것도 아니고 ” “,,,,,,,,,,,,,,,,” “어떤 상황이 전개 된다 하여도 지금에 이 추억은 잊혀지지 않을거야 아마!” “집에선 친구들과 같이 가는 줄 알고 있어요” “식구들을 속였다는 것은 나쁜 일이지만, 그것은 혜진이가 선택한 것이고 혜진이 인생이니까” 사실 현우를 따라나선 혜진은 자신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 할 수 없었다. 현우를 좋아하고 만나는 것 그 모두가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신을 자책하고 꾸짖지만 어떤 마력의 힘이 혜진을 억누르는 것 같았다. “혜진아 모르겠어! 내가 왜 이렇게 다가서고 있는지를,,,,.” 현우는 혜진의 손을 꼭 잡았다. 희미한 열차의 불빛 속에서도 혜진의 눈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제가 이렇게 해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항상 미안해요 ” “또 그런 소리 !” “,,,,,,,,” 현우는 혜진의 입을 막았다. 헤진의 마음은 그것을 미안 해 하면서도 현우와 같이 있기를 원 했는지 모르는 일 이였다. 그것은 헤진도 현우를 싫어 하지는 않았다 혜진은 현우를 사랑하기 보다는 좋아하고 있었다. 그냥 평범하고 친절한 동네 구멍가게 아저씨처럼 혜진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열차는 여름 밤공기를 가로 질러 계속 남으로 달리고 있었다. 가끔씩 싱거운 사람들이 열차 안을 왔다 갔다 하며 분위기를 흐트리고 있었다. “혜진아 아무 생각 말고 내일을 위해 한숨 잠이나 자자 응?” “무슨 내일 이예요 오늘이지 ” “아참 그렇치” 내일을 기다리는 현우는 혜진을 끌어 않듯이 꼭 않았다. 진한 여자의 향기가 현우를 뭉클하게 하였다. 열차에서 보는 사람이 없었다면 그녀의 입술 위에 또 하나를 얹혀 놓고 싶었다. 그녀의 향기를 맡으면서 잠이 들었다. 열차는 새벽 4시쯤 마산에 도착 했다. 기차홈에 내려서니 열차에서 내린 피서객들로 가득 하였다. 역 광장은 새우잠을 자는 사람과 아침 손님을 부르는 경상도 사투리의 호객 목소리로 정신이 없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어딜 가실 계획 입니까? 최종 목적지가 어딥니까? 하며 초면인데도 서로 아는척하는 모습들은 정말 정겨웠다. 충무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로 향했다. 어둠이 막 걷히는 5시40분 출발하는 버스에 올랐을 때는 잠이 쏟아지고 있었다. 차가 출발하자 사람들은 세상모르게 잠을 자고 있었다. 고성 읍내에 들어서자 찌프렸던 날씨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마산에서 두시간 거리에 있는 충무까지의 거리가 뜻하지 않게 코카콜라를 실은 트럭이 빗길에 미끄러지는 교통사고를 만났다. 마산을 출발 한지 4시간이 지난 아침 9시에 충무에 도착했다. 다행히 비는 멈추고 따거운 여름 햇살이 내리고 있었다. 해금강을 가기위해 항구 터미널로 향했다. 어딜가나 모두 바쁜 사람들 이었다. 아직 피곤하고 잠이 덜 깬 모습 이었지만 해금강으로 떠나는 배에 올랐다. 바다 먼 곳 까지 바라 볼 수 있는 좌석에 두 사람은 앉았다. “혜진아 좋지 ?” “좋아요, 휴가는 아주 좋은 것 같아요 마음의 여유도 있고” “저 멀리 수평선 끝에 홀로 서 있는 거 보이지 응?” “누군데 ?” “누군지는 모르지만 빨리 오라고 손짓하고 있는데” 밝은 모습으로 현우에게 짓궂은 장난을 하고 있었다. 충무를 떠난지 한 시간 후에 비진도라는 섬에 도착했다. 거기에는 그리 크지 않은 해수욕장이 있었고 충무시내 사람들이 주로 찾는 조용한 곳으로 비교적 깨끗했다. 뒷 편으로 나 있는 방파제 길을 따라 벼랑 사잇 길로 이어지는 길은 추억을 만들기에는 좋은 곳 이었다. 엷게 낀 구름 사이로 가끔 해볕이 보이기도 하고 젊음의 여름은 더위와 함께 모두를 불러 들이고 있었다. 방파제에 부딪치는 파도를 바라 보니 모두가 현우것 같았다. 뜨거운 여름 햇살 아래에서도 그를 사랑하는 마음은 강열하게 쏟아지고 있었다. 비진도의 초라한 어촌은 피서객으로 가득했다. 비진도에서의 짧은 시간을 뒤로 하고 해금강으로 향했다. 섬과 섬 사이를 빠저 나와 풍랑과 거센 파도에 깍인 기암절벽의 해금강을 만나자, 그 짧은 순간을 놓칠 수가 없었다. 거제도는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으로 1971년 4월에 거제대교로 연결되어 섬 아닌 섬으로 되어 있는 관광지였다. 모래밭, 몽돌 해수욕장, 동백숲, 기암괴석등 섬이 갗출 수 있는 모든 것이 있는 곳으로 섬의 남쪽 끝 갈곶리에 있는 해금강은 언제나 관광객의 발 길이 머무는 곳이다.
피곤하고 지친 여행길에 식사가 변변치 못한 것이 원인이 되었는지 돌아오는 길에 혜진은 배 멀리를 하였다. 몹씨 아파하여 승무원에게 도움을 청 했지만 아픔은 가시지 않았다. 돌아오는 뱃길은 아픈 사람에겐 더욱 멀게 느껴졌다. 결국 그녀는 참지 못하고 토하고 말았고 얼굴이 창백해지고 있었다. 현우는 그가 빨리 괜찮았으면 했다. 사람들이 보거나 말거나 그를 앉고서 진정 시키려 애를 썼다. 얼마 후 충무에 도착 하였을 때는 그는 완전히 녹초가 돠었다. 옆에서 바라보는 현우도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빨리 괜찮았으면 하였다. 집에 돌아가자고 할까봐 걱정을 하며, 우선 그를 데리고 근처 다방으로 갔다. 몸이 편안 하도록 하고 시원한 보리차를 그에게 권했다. 보리차를 마신 혜진의 축 늘어진 모습에서 얼굴엔 진땀이 흐르고 있었다. 그를 바라보는 현우는 더욱 걱정이 되었다. 무슨 말이라도 시키려 하면 그는 벌컥 화를 내곤 하였다. “말시키지 마! 시이-, 아파 죽겠어!” 그러나 현우는 그래도 걱정에서 한마디 한다. “뭘 먹어야 기운 차리지? 어제 잠을 못자서 배 멀리 하는것 같아. 다른 데 아픈데 없지?” 대답도 없는 그를 붙잡고 현우는 자꾸 지껄인다. 멀리서 바라 보던 다방 아가씨는 그냥 한참 두면 나아진다고 하며 걱정 말라고 현우에게 이른다. 답답한 현우는 밖으로 혼자 나왔다. 해는 벌써 서산으로 기울여 가고 있었다. 8월의 여름은 여전히 후덥지근 하였다. 현우는 낯선 시내를 한참 돌아다니다 문득 약방이 눈에 띄여 약을 샀다. 다방에 돌아와 보니 혜진은 좀 낳은 듯 TV를 보고 있었다. “난 아파 죽겠는데 어디 갔다 와요?” “응, 약 좀 사왔어?” “약 사러 가는데 이렇게 오래 걸리면 아픈 사람 다 죽겠다” “미안해. 응? ” 다방에서 한시간 이상을 보내고 나서야 혜진은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그냥 다방에 계속 있겠다는 혜진을 간신히 달래서 다방을 나섰다. 기분도 바꿀 겸, 천천히 해저터널이 있는 곳 까지 걸었다. 길게 그림자가 내려진 충무 거리를 돌아 다녔더니 그제서야 그녀의 모습은 비로소 생기가 돌았다. 그러나 해는 이미 서산으로 넘어 가고 어둠이 밀려오고 있었다.
. 더 이상 갈 곳을 잃어 버린 두사람은 충무를 떠나기로 하였다. 시외 버스터미널로 발길을 옮겼다. 충무를 떠나기 위해 더위가 누그러진 오후 늦게 진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차창 밖으로 저녁 바람이 시원스럽게 해 주었다. 아파서 그 동안 먹지 못 했던 혜진은 저녁을 아주 맛있게 먹어 주어 그것이 고마웠다. 오색 불빛이 아른거린 진주의 여름밤은 아름다웠다. 그리고 남강에서 불어 오는 강바람은 시원하게 해 주었다. 밤길을 걷는 두사람은 잠시 행복에 젖어 있었다. 낯선 곳에서 또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아주 예쁘게 화장한 혜진의 모습에서 현우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 주고 있었다. 그와 긴 눈웃음으로 잠시 행복에 젖어 있던 현우는 그에게 말을 건냈다. “오늘 기분 어때? 좀 피곤하지?” “어제 미안했어요.” “뭐가 ?” “정말 미안해요. 속상하게 해서 ,,,,” “알면 됐어요! 근덴 난 누그던지 아프다고 하면 싫트라 !” “알았어요” 초라한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맞있게 먹었다. 그리고 촉석류로 향해 걸었다. 남강 기슭에 있는 촉석루는 박물관. 전망대, 논개사당 그리고 쉴 수 있는 여휴 공간이 있는 공원 이었다. 촉석루에서 밝은 혜진의 모습을 보고 있던 현우에게는 잠시 행복에 젖어 있었다. 촉석류 구경을 하고 진주를 출발하기 위해 터미널로 갔다. 거기에도 피서객들로 가득하였다. 사람들 모두가 얼굴에서 땀이 흠뻑 젖어 있는 데도 마냥 즐거운 모습 이었다. 까맣게 그을린 얼굴에서 여름은 정녕 젊음의 계절 이라는 것을 실감나게 하였다. 12시에 출발하여 남해 고속도로를 따라 남해대교 까지 오는 버스에서 혜진과 현우는 뒷좌석에 아주 편안히 앉았다. 손뼉을 치며 신나게 떠들며 노래를 하였다. 이번 여행 길에서 처음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천하를 얻은 것 처럼 떠들고 있는 두 사람을 앞좌석 사람들이 좋치 않은 모습으로 휠끔 처다 보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남해의 연육교 다리 위에서도 장난은 계속 되었다. 남해의 떠나 오후 늦게 순천에 도착하여 점심식사를 하고 여수로 향했다. 언제 이 순간들이 다가 올지 모르기 때문에 한자리에서 오래 머무를 수는 없었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잊혀 질 수 없는 추억의 길로 남겨 놓고 싶었다.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 이라는 것을 현우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순간 순간들이 아쉬움과 착각속에 있었다. 그와 거니는 지금의 이 거리는 모두 낯선 느낌이 전혀 없었다. 그것은 혜진과 현우의 두사람을 더욱 가까이 있게 해 주었다. 출발해서 다음 목적지, 그리고 다시 출발해서 또 다음 목적지를 옮길 때마다 두 사람은 떨어지지 않고 언제나 만원버스에서도 빈자리의 좌석이 두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쩜 그 빈자리가 현우의 마음을 알고 있듯이 혜진에겐 안정을 그리고 여행에 지친 두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여수에는 저녁때 도착하였다. 방파재 길을 따라 오동도에 도착하니 낚시꾼들이 섬 기슭으로 가득했다. 우선 유람선으로 오동도를 한바퀴 돌았다. 그리고 배에서 내려 오동도의 산책길을 따라 거닐었다. 어느덧 저녁노을이 바닷물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사방이 산으로 가려진 여수시는 일찍 해가 지는 것 같았다. 오동도에서 시내로 돌아 오는 방파제 길엔 기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혜진아 무슨 걱정이 있니?” “,,,,,,,,,,,,,,,,,” 조금전 까지만 해도 어두운 눈빛이 없던 혜진에게 걱정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냥 먼산을 바라보며 혼자서 걷고 있었다. 돌발적인 혜진의 모습에 현우에 기분은 나빠 질 수 밖에 없었다. “오늘은 여기서 쉬고, 내일 화엄사에 들렸다가 올라가자 응?” “,,,,,,,,,,,,,,,,,” “혜진아! 저녁 노을이 참 참 아름답다 그지?” “, , , , , , , , , ,” 혜진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걷고 있었다. “두려워 하지마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니까? 서툰 짓을 하지 않을거야. ”
오동도 방파제 길을 벗어나 좁은 해변가 도로를 지나니 여수 역전이 멀리 보였다. 즐거운 여행길에 흠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현우는 생각했다. 역전 앞에 이르는 거리에는 가로 등에 불빛이 하나 둘씩 들어오고 있었다. 역광장엔 여행에서 돌아가는 사람으로 가득했다. 시원한 바닷 바람이 우울한 현우의 마음을 훈풍에 돝을 달고 멀리 떠나고 있었다. 바다 음식을 싫어하는 그를 위해 이리저리 돌아 다녔지만 식당이 만만치 안았다. 겨우 찿아 들어간 곳에는 오십대의 중년부부가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한쪽 구석에 두 사람은 우두커니 그냥 앉아 있었다. 식당 종업원이 물과 메뉴판을 갔다주었다. 무엇을 먹을까 하고 메뉴판을 바라보고 있는 현우에게 저녁식사를 하던 중년부부가 묻지도 않은 말을 걸어왔다. “휴가는 재미 있었읍니까? ” “예? ” 아마 그들처럼 여름피서 나온 부부로 착각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자기들에 지금까지의 여행을 자랑하고 있었다. 더구나 여러 곳을 다녀 왔다고 하며 이야기 하고 싶지 않은 데도 자꾸 말을 시키고 있었다. “우리는 이제 야간 열차로 서울에 올라갑니다. 부디 즐거운 여행 되도록 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그들이 식당을 나서자 현우는 맥 빠진 사람처럼 뒷 모습을 멍하니 바라 보고 있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나오니 저녁바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고 있었다. “혜진아! 어쨌든 우리 기분을 풀자 응?” “알았어요” 다음날 아침 현우가 눈을 떴을 때는 혜진은 벌써 일어나 있었다. “언제 일어 났어 깨우지 않고 ?” “난 아파 죽겠는데, 자는 사람을 어떻게 깨워요 ?“ 혜진은 억지로 먹은 저녁밥이 채어서 잠을 못 잤다고 한다. 바늘로 따고 등도 두드려 주어도 배는 여전히 아프다고 어린 아이처럼 칭얼대고 있었다. 여러 방법으로 응급조치를 하였다. 아픈 것이 조금 진정하자 숙소를 나섰다. 아침 해는 이미 머리 위에 올라 와 있었고 오늘 따라 팔월의 햇살이 무척 따라 따갑게 내리 쬐고 있었다. “혜진아 늦장 부리면 오늘 집에 못 간다.” “안돼요. 오늘은 집에---, 아파 죽겠어요” ”골부리면 떼어 놓고 갈 거야” “싫어! 난 지금 아프다고” 시외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계속 아프다고 어린아이처럼 하고 있었다. 어찌나 그의 응석이 심했던지 택시기사까지 빙그레 웃어 주었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여 우선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들어갔다. 된장찌개를 시켰으나, 혜진은 수저를 조금 들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식당밖으로 나서려 하기에, 현우는 빈속에 차를 타면 멀미 한다고 꾸중을 하며 식사 하기를 권했다. “못 먹겠는데 어떻게 해요. 혼자 많이 먹어요” 그는 먹기 싫은 것을 어떻게 하냐고 하면서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현우는 그가 남긴 밥까지 몽탕 먹어 치웠다. 식사를 마치고 터미널로 혜진을 찾아 나섰다. 그가 버스표를 사가지고 기다리고 있는 줄 알았으나, 그가 보이자 않았다. 혹시나 하고 식당에 다시 가 보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이리저리 한참을 찾으러 다녔다. 그런데 뜻밖에도 막 돌아 나온 길목에 있는 미장원에 앉아 있는 혜진을 발견 할 수 있었다. “바보같이 미장원에 간다고 그러지. 얼마나 걱정 했는지 아냐?” 미장원 아주머니가 현우에게 앉으라고 자리를 권했다. “미안해요 머리 손질을 하고 싶어서” “혜진아 미장원 보다 급한 것은 병원이라구? 참!--- 아프지 않아 ?” “좀 괜찮은 것 같아. 걱정마! ” 배고픈 것 보다 예쁜 것이 더 필요 했던 혜진은 미장원을 찾았고, 그의 천진스런 밝은 웃음에 현우는 그런 것을 좋아 했는지 모른다. 아침의 휄슥했던 모습과는 달리 전혀 다른 보습으로 혜진은 변해 있었다. 좀 생기 있는 얼굴에 아무 일이 없을 것 같아 현우는 안심했다. “난! 아침밥 다 먹고 왔어.” “그래요? 아주 잘했어요 ” 결국 아침 배탈 소동 한바탕 한뒤 11시에 여수를 출발하여 구례 화엄사에 도착한 것은 오후 시간이었다. 지리산 화엄사에도 여름휴가를 떠나온 사람으로 가득했다. 화엄사의 경내를 한바퀴 돌아서 계곡이 흐르는 곳에 발을 담그고 잠시 돌아 온 길을 생각하며 회포에 시간을 보냈다. 젊음이 넘치는 해수욕장 못치 않게 산에도 사람들로 가득했다. 깊은 산속에서 들리는 매미소리, 산내음 그 모든 것 들이 여름휴가를 떠나오게 끔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계곡을 따라 아래로 내려왔다. “어디 다녀 오셨어요?” “이제 어디로 가실 계획입니까 ?” “나 배고파요” 어린아이 처럼 칭얼대는 혜진을 데리고 산채 식당으로 들어섰다. 다리도 아프고 좀 쉬면서 천천히 식사를 하려고 방으로 자리를 잡았다. 문 밖으로 보이는 산골짜기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이 한가로히 물레방아를 돌리고 있었다. 산채 정식은 정말로 맞이 있었고 혜진도 그것을 거뜬히 한 그릇을 비웠다. “어때 맛있지 혜진아 ?” “바닷가의 음식은 좀 그런 것 같아요 ”
.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후 4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전주에 도착하니 서울행 막차가 떠났다 하여 연무대를 경유해 집으로 가는 막차를 간신히 탈 수 있었다. 여름의 긴 여정이 이제 모두 끝나는 것이다. 며칠 이나마 같이 있던 그 짧은 시간을 뒤로 하고 또 헤어져야 한다. 조금만 더 하고 아니, 오랜 시간을 같이 있고 싶어하는 것은 혼자만의 욕심 이였다. 떠나오면 돌아 갈 길이 있는 것을 모르는 현우가 아니었다. 누구나 만나면 헤어져야 하고 시간은 언제나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아쉬움속에 인생을 늘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했다. 출발에서 부터 지금 이 시간까지의 모든 일이 현우의 머리속에 스쳤다. 마음의 요동을 억제하는 사이 버스는 터미널에 도착을 하였다.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 이였다. 지나친 욕심은 자칫 돌이 킬 수 없는 후회를 남기고 커다란 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현우는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을 허락 해 준 것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생각하며, 그를 언제나 편하게 해 주어야 한다고 다짐 해 본다. 터미널에서 그가 떠나자 현우는 어쩐지 찹찹하고 쓸쓸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없다는 것이 그를 쓸쓸하게 해 준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이렇게 힘 들고 어려운 것인지 그는 모르고 있었다. 항상 그와 같이 있었으면 하는 엉둥한 생각을 한다. 모든 것이 다 부질 없는 일이다. 그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왜 그리 하고 있는지 자신에 마음을 것 잡을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 오는 발길에는 외로움이 구름처럼 밀려 오고 있었다. 항상 무엇에 쫓기며 살아가고 있는것 처럼 불안한 느낌이였다. 친구들과 피서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집에서는 믿고 있었다. “집에는 아무 일 없었지?” “무슨 일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왜 그런 소리를 해!” “식구들에게 언제 관심이 있었나요” “미안해 언제 한번 틈내어 시골이나 한번 가자구” 저녁을 먹고 있는 현우 옆에서 아내는 투정을 하고 있었다.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 모른 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모든 것을 이해하고 기다리고 있는지 현우는 궁금하였다. 현우는 늘 미안해 하면서도 아내에게 잘 해 주지도 못하고 있었다. 아내에게서 얻지 못한 그 어느 것이 있기에 현우는 지금 방황하고 있었다. 잠을 자고 있는 아내 모습을 바라 보니 자신을 속이고 있는 것이 미안 하였다. 잠자리에 누우니 온몸에서 피로가 전신에 와 닿는데도 눈은 감기지 않고 머리속엔 잠념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밀려오고 있었다. 행복했던 며칠간의 여행은 추억 속에 묻히고 있는 것 같았다. 현우는 혜진이도 현우를 생각하며 잠 못 이루고 있을까 생각을 해 본다. 혜진과 장난치던 것들이 현우의 머리 속을 막 문득 스치고 지나갔다. 혜진이의 모습이 구름처럼 밀여 왔다 밀려가고 있었고 그녀의 목소리가 또렷이 들려왔다.
“넌? 내게 뭐 줄래? 환타, 아이스크림, 쪼코렛 또 뭐? 줄래 콘스낵, 새우깡 그런 것 말고 더 좋은 거 없어 ? 좋은거 뭐야? 있잖아, 네가 제일 중요 하다고 생각 하는거? 중요 하다고 생각 하는거 ? 응! 마음 줄께 네 마음? 응! 진짜로 언제까지 줄래 영원히 영원히 네 마음 변하면 알지 응! 또 뭐 줄래 그거면 됐잖아, 우리 노래하자 응? 우리 같이하자 응 ? 별처럼 아름답던 사랑이여 꽃처럼 아름답던 사랑이여 다시 한번 내 가슴에 돌아오라 사랑이여 내사랑, 아! 사랑은 타버린 불꽃 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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