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書/단편소설

8. 여름밤의 전쟁

시인김남식 2012. 7. 10. 10:57
8.  여름밤의 전쟁             솔새김남식


어느 날부터인지 혜진에게 서서히 찬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을 현우는 알고 있었다. 무슨 이유 인지는 모르지만 조금씩 태도가 변하는 것 같았고 만나면 웃움을 주던 것도 차차 없어지고 있었다. 늘 그랬듯이 그녀의 투정이겠지 하고 며칠을 기다렸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더구나 변하는 모습이 날이 갈수록 뚜렷하게 달라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 아는 척을 하면 냉정한 목소리는 현우에게 어두운 그림자를 만들어 주고 있어서 조급하였다.

집에 무슨 일 있어? 요즈음 통 말도 아니하고 고민이 있는것 같아!”

왜 신경써요

톡 쏘아 붙이는 혜진이 목소리에 현우는 기가 죽어 아무 말도 못하였다. 그리고 그녀의 눈치만 보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런 것들이 오래 될수록 서로의 벽은 두터워지고 있었다. 마음이 변하게 된 이유를 현우는 알 수가 없었다. 혜진을 만난 지난 몇년 동안 수차례의 이별 예고를 맞았다. 그때마다 슬기롭게 위기를 넘겼지만 지금은 달랐다.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늘 알면서도 망설였고 그때마다 그를 놓아 주지 않으려 갖은 방법을 동원 하였었다. 가는 사람을 붙잡는 것 처럼 자신이 초라해 진다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도데체 매번 무엇 때문에 부정하고 또 망서리고 있는지 현우가 바보 같았다. 시간이 지날 수록 모든 것이 더 어려워 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우선 혜진과 만나기로 약속을 하였다. 오랜만에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퇴근길에 가까운 식당에서 마주 앉았다.

그리고 된장찌개 두개를 시겼다. 오늘 따라 분위기가 심상치 않을 것 같아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을 피 했다. 도대체 어떤 이유인지 그에게서 변명을 듣고 싶었다. 그러나 혜진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않고 천정만 바라보고 있었다. 몇번을 다그쳐도 그는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분위기를 바꾸면 어떤 애기라도 하겠지 하고 저녁을 먹고 찻집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마찬가지 였다. 혜진의 묵비권 행사에 현우는 머리끝까지 화가 올라 있었다.

무슨 일인지 내게 말해 줄 수 있겠어? 도대체 이유가 뭐야 왜 말을 하지 않아!”

현우의 큰 목소리가 조용한 찻집을 험악하게 만들고 큰 소리에 사람들이 처다 보는 것 같았다. 그러나 마침 기다렸다는 듯이 혜진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더 이상 그와 대화를 계속 할 수가 없었다. 또 그를 이해해야 된다고 현우는 생각 하였다. 지나친 욕심이 혜진이 마음을 흔들리게 한 것인 지 아니지 하고 현우는 자신을 탓 하면서 아무 대답도 듣지 못한 채 찻집을 나와 각자의 길로 헤어졌다. 현우는 생각을 한다. 집에서 현우가 알지 못하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니면 결혼문제로 새로운 상대자가 그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아닌 것 같았다.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좋은 길을 택하라 일렀었다.

그러나 그것은 현우가 원했던 진실은 아니었다. 헤어지기 위해 연극을 미리 부터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이별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가혹한 일인지도 모른다. 서로의 냉전은 오랫동안 계속 되었다. 어쩌다 그와 만나서 아는 척하고 접근 하면 그는 왜 신경을 써요하는 무관심한 행동에 현우에겐 참을 수 없는 모멸감에 자신을 질책하고 있었다. 현우에게 돌아 오는 것이 득인지 실인지도 모르고 있는 바보 같았다. 예기치 않았던 혜진의 행동에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얽히는 것 같았다.



웬지 현우는 주위 사람들이 밉고 귀찮아 졌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와의 문제를 풀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가는 뻐스를 타려고 기다리던 혜진을 정류장에서 만났다. 현우를 보자 혜진은 깜짝 놀라는 표정 이였다. 어떤 말이라도 대답을 들어야 속이 시원 할 것 같았다. 차거운 겨울 얼음이 어느 봄날 제풀에 녹 듯이 그냥 스스로 풀어 지도록 현우는 내 버려 두지 않았다. 그를 멀리하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그것을 따지는 것 부터가 나쁜것 이라 하면서도 그런 것은 개의치 않았다.

혜진아, 저쪽에 가서 잠깐 애기 좀 하자.”

왠일이세요..”

정류장 한쪽 모퉁이, 희미한 가로등이 비춰 주는 곳으로 장소를 옮겼다.

여기서 못 만나는 줄 알았어?.”

일찍 들어가세요

왜 나를 멀리 하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은데,,,,,”

그런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아요

갑자기 두 사람에게 차거운 냉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렇지만 난 알고 싶어

이젠 모든 것이 싫어 졌어요. 이제 됐어요?”

그런 대답 어디 있어?”

그는 그냥 무조건 싫다는 대답으로 귀찮다는 듯이 긴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하였다. 그런 막연한 대답이 어디 있냐고 되 물었건만 그의 대답은 그냥 싫다는 것이었다.

왜요! 싫은 것도 싫다고 하지 뭐라고 해요

우리가 이러자고 한 것은 아니잖아 ?”

갑자기 현우는 화가 머리 끝 까지 올라 있었다.

착각하지 마세요

이러고 싶지 않은 것이 내맘이야. 우리 차분히 처음부터 이야기하자고 꼭 이렇게 해야 돼?”

알고 지낸 것이 지금은 후회가 돼요

그래 좋다 그렇타고, 이렇게 해야 속이 시원해?”

제가 어쨌게요

더구나 요즈음은 아무런 연락도 없어서 더욱 그래!”

“,,,,,,,,,,,,,”

뭐는 어떻고 설득력 있게 행동하면, 나도 이렇게 하지 않아! 이해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하지 않아?”

미안해요. 전 그러지 못해서

무엇인가 그의 결심이 단단하고 혜진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혜진이의 작은 마음이 돌아서 주기를 바랬지만 그러하지 못했다. 삼복더위가 가시도록 갑자기 차거운 냉기가 흐르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를 만나서 조용히 애기를 하면 잘 될 것이라고 생각 하였지만 이제는 생각이 달라지고 있었다한사람은 더 다가 서려하고 한사람은 달아 날려하고 있었다. 물론 다가서려하는 사람은 현우였고 달아 나려 하는 사람은 혜진이었다.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현우였다. 젖먹이 어린딸을 키우며 한때 실의에 차있던 그에게  다가선 사람이 바로 혜진이었다. 동정을 하고 베풀어준 호의가 두사람을 가까이하게 해주었다. 

 혜진은 현우를 받아드릴수가 있지만  그러기에는 정리해야 할 게 많았다.  두사람이 서로 좋아한다고 그리해도 설명하지못할 여러가지 어려운 점이 많았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기로에 서 있는 혜진에게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것을 모르고 다급하게 다가오는 현우를 정리 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니 하루에도 열두번식 혜진이 마음이 변덕을 하고 자신도 모르게 갈피를 하고 있었다. 현우가 미웠다. 그 반대에 서잇는 혜진  그러나 예전처럼 조금도 변하지 않고 토라진 혜진의 마음은 돌 같이 더 딱딱해지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이상한 듯이 처다 보면 지나가고 있었고 아무런 결말도 없는 언쟁은 계속 되었다. 이제 오랜 이야기가 진행되어 이미 현우는 정신을 잃어버릴 만큼 흥분해 있었다. 정신이 혼미상태에서 오랜 시간 실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거나 말거나 두 사람의 말은 큰소리로 거칠어 가고 있었다. 현우는 혜진을 얼르기도 하였지만 밤은 깊어가고 달래는 것도 이제 현우는 지첬 있었다. 어쩌면 혜진이의 마음도 같았다. 끝도 없는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풀리지 않는 두사람의 대화는 꼭꼭 잠겨 있었고 누구하나 양보하지 않았다. 현우의 체면은 이미 어디론지 사라젔다. 찌는 듯한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그 여름밤에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고 있을텐데 서로가 신경전으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계속 되었다. .

싫은 것도 이유가 있나요

그래도 무우짜르듯 그렇게 냉정하게 하는 것이 아냐?“

미안해요 아무것도 몰라서

너를 안게 후회스럽다

혜진의 입에서 나온 소리였다. 막말을 하며 빈정대는 혜진의 말에 현우는 할 말을 잃어 버렸다.

그럴 수 있어! 혜진이 니가 ?”

이런 사람인 줄 몰랐어요?”

그런 말에 한편 으로는 현우 자신이 초라해 보였다.

우리 이렇게 흥분하지 말고 차분히 애기하자 응?”

할 얘기 없어요.”

두사람 모두가 얼굴에서 땀이 흐르고 있었다. 현우는 화가 나자 혜진의 손목을 잡아 끌며 그럴 수가 있는냐고 혜진의 흥분을 막으려 하였다.

혜진아 우리 이런 것은 아니잖니? ”

현우는 혜진의 손목을 잡자 이상하게 생각한 혜진은 위기를 벗어 나려고 힘을 다해 손목을 뿌리첬다.

놔요!”


짜증스런 목소리가 밤하늘을 퍼저 나갔고 현우는 혜진이의 손목을 더욱 쎄게 꽉 쥐었다. 그리고 다툼의 목소리도 더 커젔다. 지나는 사람들도 구경난 것처럼 길을 가다 말고 처다 보고 있었다. 무슨 원수처럼 한 발자욱도 물러서지 않고 두사람의 싸움은 계속되었다. 그런데 이것이 아니 였는데 하며, 생각한 현우는 혜진의 손목을 놓아 주었다. 그러자 마침 있는 힘을 다해 현우 손에서 벗어나려던 것이 힘에 풀려서 혜진의 시계가 아스팔트 위에 두 동강났다. 그리고 핸드백은 길가 저 멀리 내 던지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었다. 조그만 것을 이해 못하는 사소한 시비가 그만 일을 그르치고 있었다.

꼭 이래야 돼요

하며 혜진은 큰소리로 울면서 이미 저 큰 길가로 나서고 있었다. 허탈해진 현우는 붙잡을 생각도 않았다. 택시를 타고 돌아가는 혜진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다. 올 것이 왔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괴로웠다. 온 몸으로 땀이 비 오듯 내리고 옷이 흠뻑 젖어 있었다.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혼자라는 생각에 마음은 이미 허공 속으로 내 던지고 있었다. 현우는 아스팔트위에 떨어진 시계를 줍고 핸드빽을 챙겼다, 그리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고 사랑에 굶주린 쓸쓸한 가난뱅이 같았다. 어느새 얼굴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정말 이런 것이 아닌 였는데 , 혜진아, 어쩌면 좋니 응! 나는...“

담배를 피우며 자신의 흥분을 가라 앉혔지만 도저히 흥분을 참을 수가 없어서 어떻게 할까 망설이고 있었다. 그는 정신없는 사람처럼 큰 길로 걸어 나가고 있었다. 그는 혜진네 집으로 가기 위해 무조건 택시를 탔다. 그리고 차에서 내려 망설임 없이 그녀의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녀의 집은 시내에서 좀 떨어진 외진 시골이었다. 시간은 밤 10시가 조금 지나고 있었다. 집이 큰길 옆이라 쉽게 식구들의 동정을 살필 수 있었다. 하늘을 처다 보니 여름밤의 별들의 유성을 까맣게 수를 놓고 있었다.

왜 그래 어떻게 된 거야?”

“,,,,,,,,,,,,,”

무슨 일 있었구나. 또 그 사람 만났지 ?”

 아니야

그런데 왜 이꼴야 도데체 어쩌려고 그래 응?”

현우와 혜진의 관계를 익히 알고 있는 언니였다. 언니는 서른이 넘은 노처녀로 대곡 초등학교 선생으로 아직 미혼이었다. 화난 표정으로 들어온 그녀를 언니가 묻고 있는 것 같았다. 두사람이 다투고 핸드백을 길바닥에 내 던지고 빈손으로 들어와서 언니에게 택시비를 얻어 지불 한 것 같았다. 그녀가 언니와 이야기 하는 것을 창문 밖에서 듣고 있던 현우는 집에 들어 갈 용기가 나질 않았다. 그냥 모른 채 돌아가야 하는지 아니면 들어가서 어떤 변명이라도 그에게 해 주어야 하는지 결론을 낼 수가 없었다. 화난 김에 이곳까지 왔지만 들어갔다가 창피 당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한참을 망설였다. 담배를 피워 물었다. 어떻게 달려 왔는지 아직도 등에서는 땀이 흐르고 있었다.

 너 어쩌자고 그래, 그렇게 이야기해도 몰라 이 숭맥아?”

그의 언니 목소리만 들릴 뿐 비교적 조용했다. 계속 밖에서 서성거리고 있을 수 만은 없었다.

 

여보세요! 실례합니다.”

 누구세요

 길가 쪽으로 나 있는 좁은 방문이 열리면서 그의 언니 모습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혜진씨 좀 만나고 싶어서 .,,,,”

 무슨 일이예요

 실은 핸드백을 놓고 그냥 돌아갔기 때문에 이걸 같고 왔어요. 좀 만날 수 있는지요?”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밤이 늦었는데, 내일 애기 하도록 하세요.”

만나고 싶지 않아요

 언니의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방에 누워있던 그녀의 목소리가 반쯤 열린 방안에서 들려왔다.

 미안해요 서로 오해가 있었는지 모르니 잠깐 애기 좀 했으면 해요

 하고 싶은 애기 없어요

 혜진은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았다. 현우의 입장은 자꾸 난처 해지기만 하였다.

 그럼 이곳까지 오셨으니 방에 들어 와서 이야기해요

언니는 밖으로 혜진을 내 보낼 수는 없다며 방으로 들어오라고 한다. 창피나 당하지 않을까 생각 하며 망설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라는 옛말에 따라 현우는 못 이기는 척하며 방으로 들어 갔다. 뜻밖의 불청객 손님이었다. 현우가 그녀의 방으로 들어서자 같이 있던 동생들이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아랫목에 누워 있던 그녀가 울었던 얼굴 모습으로 부시시 일어나 있었다. 한 쪽엔 피아노와 책상이 놓여저 있고 조그마한 책장과 장농이 깨끗하게 잘 정돈되어 있었다.

동생들이 안방으로 몰려가자 어른들은 누가 왔냐고 묻는 듯한 소리가 현우의 귀에 까지 들렸다. 그러자 얼른 알아 채린 듯한 언니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한 대답을 하였다.

우리 혜진이가 회사에서 무슨 잘못이라도 있었나요

아닙니다. 회사 일로 야단을 했더니 화가 났는지 핸드백을 놓고 퇴근하지 않았겠어요?”

미안합니다. 네가 뭘 잘못 했구나

그런 뜻은 아닙니다. 회사에서 예기치 않은 일이 가끔 생기곤 합니다. 이해를 해 주세요

그것은 현우의 변명이다. 그녀 언니는 이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모른 채 하였고 현우도 덩달아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조금 전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진 일 들을 그녀 언니에게 이야기는 할 수 없었다. 그것은 단지 현우와 혜진과 두 사람이 해결해야 될 일이였다. 다만 그녀 언니가 먼저 혜진과의 관계를 알고 있는 것처럼 더 이상 만나지 말라고 했다면 대화 분위기는 이상하게 되었을 것이다.

 

당신은 유부남인데 어쩌려고 그래요. 혜진이와의 교제를 끊어 주셨으면 합니다.' 라고 대화가 시작이 되었다면 더욱 어렵게 풀렸을 지도 모른다. 그럴 경우에 현우 입장은 난처했을 것이고 그에 따라 흥분한 현우는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지고 말았을 것 이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순리대로 풀어지고 있었다. 더구나 그의 언니는 두 사람의 관계를 전혀 모르고 있는 것 처럼 하고 있었다. 현우도 상당히 조심스레 언니와 애기를 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이야기가 마무리 될 무렵에 그의 언니가 잠시 밖으로 나갔다.

혜진아, 무조건 미안해

어쩌려고 여기까지 왔어요.”

혜진은 현우에게 미움이 가득찬 목소리로 핀찮을 한다. 미워만 할 수 없는 두 사람이기에 어떻게 설명을 할 수 없었다. 조금만 더 이해한다면 모든게 잘 풀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현우 머리를 스쳤다. 지나친 자기 욕심에 이해를 못하고 저지른 과욕이라고 생각했다.

잘 잘못을 따지기 전에 미안해 응?”

빨리 가세요. 어른들 알면 큰일이 나요. 여기가 어디라고 와요

혜진의 화는 얼굴은 풀어 질줄 모르고 있었다.

배고프다. 먹을 것 좀 없었을까

 참 넉살도 좋으셔, , , ,”

 화난 그녀를 달래 보려고 엉뚱한 말을 꺼낸 것이 현우를 비웃기나 하듯 빈정거리고 있었다.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어. 아마 내 정신이 아닌것 같다

늦기전에 어서가요. 11시에 막차가 있어요

아직도 화 풀어지지 않았어?” 이제 화를 좀 풀었으면 해

“......”

그는 대답도 않고 밖으로 나갔다. 빈방에 혼자 앉아 있는 현우 가슴엔 땀이 흠뻑 젖고 있었다. 어떻게 잘 되었으면 했다. 이윽고 언니가 과일과 음료가 갖고 나왔다. 불청객에 대한 예의라고 현우는 생각하였다.

 좀 드세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찾아온 것이 실례가 되지는 않았는지요?”

처음 보다는 언니와의 대화가 잘 되는 것 같이 느껴지고 분위기가 부드러운 느낌 이었다.

혜진씨 에겐 아무런 잘못이 없어요, 잘 좀 이야기 해주세요.” 그의 언니는 선생님답게 말씨도 깨끗하고 공손하였다.

오늘 정말 실례 많았어요. 제가 돌아간 후에 아무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해 주세요. 늦어서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불청객 현우는 그녀의 집을 나섰다. 어쩌면 모든 것을 거짓으로 이야기로 위기를 모면했다. 어떻게 이곳까지 왔으며 그녀의 언니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다. 조금 전의 모든 일들은 순간처럼 지나갔다. 마치 현우는 미궁 속으로 빠진 것 같았다. 멀리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막차가 갔는지도 모르니 지나가는 택시 잡아 타고 가세요.”

혜진이가 손에 쥐어 준 택시값을 현우는 손에 만지작 거렸다. 정말 그녀는 착한아이였다. 현우를 미워하면서도 그리 싫어하지않은 눈치였다. 받지안겠다던 차비를 그에게 쥐어준 혜진이었다.  그냥 고마웠다, 그럴수록 현우는 혜진에게 정말 미안했다.  그해여름밤은 무척이나 더웠다. 그래서 인지 긴장했던 시간이 지나서 인지 온 몸이 후덥지근한 하였다. 오늘 일로 해서 그녀와의 관계는 이렇게 끝나야 되는지 현우의 머리는 갑자기 복잡해지기 시작 하였다. 얼마를 걸었는지 저 멀리 시내 불빛이 시야에 들어오고 있었다. 도시를 벗어난 한적한 시골길 여름 밤 하늘의 별들은 오늘 따라 유난히도 빤짝이고 있었다. 현우의 무거운 발길은 기분이 찹찹하였다. 돌아오지 못 한 강을 건너간 것 같았다. 캄캄한 시골 길을 터벅터벅 걷고 있는 현우의 등에 선 땀이 쏟아지고 있었다.

 시내까지 가려면 아직도 한 시간은 걸어야 했다. 여름 말복이 지났지만 더위는 가시지 않았다. 초대 받지 않았는데 찻아 간것이 옳은 행동인지 생각을 해 본다. 시골 마을의 불빛이 멀어지면 시내는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윽고 강변 뚝 길에 올라섰다. 나그네는 뚜벅뚜벅 발길을 옮기고 있다. 몇 시간 을 걸어서 집에 돌아 왔는지 현우의 옷은 비에 흠뻑 젖어 있었다. 그 먼 길을 걸어오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사랑은 참으로 어려운 고뇌이다. 그녀를 만난 후 지금까지 처음으로 자신의 비애를 느끼고 있었다.

무엇을 얻으려고 자존심을 버려가며 쫒아 다니고 있는지 초라하게 느껴졌다. 온몸에서 땀이 비오 듯 쏟아지고 있었다여름이 아직 남아 있는데  오늘도 그는 번민 속에서 잠을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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