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서/야담설화

과부보삼

시인김남식 2011. 4. 15. 08:54
과부보쌈     김남식


 

옛날에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기회가 적었기에 서로 옷 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하였다

그럼 청상 과부들은 정말 어떻게 그 긴 세월에 외로히 밤을 지낼 수 있었을까?

지금처럼 남녀가 유별하고 여염집에서는 과부의 재혼은 허락지 않던 시절이었다

추야장장 긴 겨울밤을 독수공방 홀로 우찌 지냈을까
참지 못한 여인의 욕정은 어떻게 하였을까 그것이 궁금할 뿐이다


우리가 잘 아는 옛날 삼류영화에서 보듯이 마당쇠를 꼬셔서 뜨거운 하룻 밤을 지냈을까
“마님 ! ”
“그래 덕팔아 좀 더... 세게 눌러다오-;; ”
이런 말들이 마님 방에서 밤마다 흘러 나오는 그런 상상으로 우리의 궁금증을 해결 할 수 있을까

여기 그 실마리를 풀어 주는 옛 문헌이 하나 있다.

바로 유몽인의 '어우야담(於于野譚)' 에서는 다음과 같은 글을 싣고 있다.   

 
정덕년 집 외 방의 한 유생이 과거를 보러 한양에 올라와서

친구를 찾아 보고 돌아 가려 할 때는 이미 밤이 깊어 인경에 이르렀다

종가(鍾街  지금에 종로) 에 이르러니 장사 네명이 불쑥 몰려 나오더니

유생을 때려 땅바닥에 쓰러뜨린 후 가죽 주머니에 그의 몸을 주워 담고 묶었다.

이리저리 굴리길 대여섯번 하면서 얼을 빼더니 만약 소리를 지르면 당장에 박살 낸다고 겁을 주며 혼 냈다

이들은 가죽 주머니를 둘러메고 가는데 주머니속에 있는 유생은 어디메로 가는지 알 길이 없었다

길을 이리 굽고 저리 굽고 하더니 한 곳에 이르러 주머니를 열어 주기에 나와 보니

담벽이 우람스럽게 높고 마루가 둘러 있는 어느 방으로 넌즈시 넣어 주는 것이었다

 

그 방안은 꽃종이로 벽지를 하고 비단 이불 원앙 배게와 주안 상이 있었다.

모두가 그 화려함이 극에 이른듯 하여 그는 겁에 질려 어리둥절을 하고 있었는데

한 연소한 미녀가 사쁜히 들어 오는데 옷을 거의 입지 않고 있었다고 한다.

그 자태가 너무 고와 눈을 크게 뜨고 바라 보는데 그녀가 따라 주는 술 한잔을 마시니

어느새 자신에 아랫 도리가 묵직함을 느낀 유생은 참지를 못하고 그냥 여자에게 달려 들었다.

그러자 그녀도 기다렸다는 듯이 유생을 붙잡고 욕정을 충족하는데

여자의 성적 기교에 유생은 그만 혼미를 거듭하고 그렇게 대여섯번 달려 들기를 하고 나니

온몸이 완전히 녹초가 되어 유생이 쓰러지자 그녀는 조용히 옷을 입고 사라졌다

그리고 그 유생은 다시 가죽 주머니에 쌓여 처음 그가 납치 되었던 장소로 옮겨졌다




그 유생은 그녀의 몸을 잊지 못하여 과거를  볼 때 마다

비슷한 시간에 일부러 그 종가를 지나 갔지만 다시는 그를 납치하는 일은 없었다.

이처럼 과부가 개가를 하지 못하자 남자를 그리워 하는 마음에 아무 남자나 잡아 와서 하룻 밤을 지냈다는 것인데 

그집의 묘사를 봐서는 역시 이름있는 양반 대가집에서 자행되었던 모습으로 짐작이 간다



그리고 또 하나의 얘기는 이생(李生)라는 사람에 관련된 이야기인데

그가 하루는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뭔가 움직이는 것이 있어 나가 보니 서찰이 하나 떨어져 있었다고 한다

그 내용은 과부가 남자품이 그리운데 하룻밤 잘 수 있겠느냐
즉 나의 섹스파 트너가 되줄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였다

그는 고민을 하다가 이것은 선비의 정도(正道)가 아니라는 생각에 거절을 했는데

이에 충격을 받는 그 과부는 자결을 하고 말았다고 한다

이 얘기를 들은 동네 어른이 그를 크게 그를 나무라면서 야단을 치는데

"한강에 배 지나간다고 무슨 흔적이 남겠느냐"

잉~~ 많이 쓰던 말인데 애궁 이를 어쩌나!

그녀의 간절한 소원을 들어 주지 않은 너의 죄가 크다 며 몹시 혼을 내었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 조상은 엄격한 봉건제도하에서도 인간적인 부분은 놓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육욕에 넘치는 과부의 욕정을 하루 정도 해결해 주는 것은 하나의 큰 미덕으로 여겨 진다는 말이다.
역시 사람사는 사회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올씨다

현대 사회에서는 과연 어떻게 욕정을 참고 살고 있는 지도 아무도 모른다

만약 당신에게 단신은 어느 과부가 하룻밤 지낼 수 있겠느냐고 물어 온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게 왠 떡이냐 하고 발이 안 보이게 달려가야 하는가

아니면 이러시오면 아니되오 하고 거절을 하여야 하는 게 옳은가?

당신은 어찌 하려는지 답신을 주시는 분께 하룻밤을 지낼곳을 알려 드립니다.

정리 solsae k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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