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김남식
서울역 지하도 끝자락에 그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그는 이곳에서
희망을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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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짙은 희뿌연 불빛 아래
술에 취한 듯 쭈그리고 앉아
한 손을 들고 구걸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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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과 의욕은 송두리째 사라지고
빗자루처럼 거친 머릿결 위로
싸늘한 바람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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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방황의 늪은
삶의 채찍이 끊어진 목구멍에서
하루하루 원망이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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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기상은 이미 사라진 채
초라한 그의 얼굴에는
오늘도 외로움만 수북이 쌓여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