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제3 試冊

노숙자

시인김남식 2006. 7. 11. 08:32

노숙자        김남식


서울역 지하도 끝자락에 그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그는 이곳에서

희망을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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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짙은 희뿌연 불빛 아래

술에 취한 듯 쭈그리고 앉아

한 손을 들고 구걸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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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과 의욕은 송두리째 사라지고

빗자루처럼 거친 머릿결 위로

싸늘한 바람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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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방황의 늪은

삶의 채찍이 끊어진 목구멍에서

하루하루 원망이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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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기상은 이미 사라진 채

초라한 그의 얼굴에는

오늘도 외로움만 수북이 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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