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전래동화

부스럼쟁이와 코흘리개 그리고 눈병앓이

시인김남식 2013. 2. 20. 09:28

 

부스럼쟁이와 코흘리개 그리고 눈병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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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마을에 언제나 머리 부스럼을 앓고 있는 사람과 눈병을 앓는 사람과

늘 코를 훌쩍이는 코흘리개가 살았습니다.

부스럼쟁이는 늘 머리를 긁적이는 게 일쑤이고, 눈병을 앓는 사람은 모여드는 파리 떼를

쫓느라 정신을 못 차리고, 또 코흘리개는 항상 코를 훌쩍이며 소매 끝으로 코를 문질러 댔습니다.

 

그런데 이 세 사람은 자신들의 허물을 잊은 채 늘 상대편의 흉허물을 헐뜯기가 일쑤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세 사람은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그래서 서로 한참 상대편들의 흉을 보다가 내기를 했습니다.

 "그럼 우리 셋 중에서 누가 오래 견디나 보자."

다시 말하면 부스럼 장이는 머리를 긁지 않고, 눈병을 앓는 사람은 파리를 쫓지 않고,

코흘리개는 코를 닦아내지 않으면서 얼마나 오래 견뎌내나 내기를 건 것이었습니다.

 

한참 시간이 흐르자 서로가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부스럼장이는 머리 속이 근질근질, 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쇠파리까지 새까맣게 모여들어 죽을상이고,

코흘리개의 코에서는 콧물이 흘러내려 닦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서로는 몸을 비틀어 괴로움을 참으면서 서로가 가관인 몰골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끝내 참을 수 없게 되자 부스럼 장이가 묘안을 생각해 내었습니다.

그리고 말을 걸었습니다.

 "내가 어제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갔었는데 사슴 한 마리가 숲 속에서 뛰어 나오질 않아?

 그 사슴 머리에는 여기에도 뿔이 나고, 저기에도 뿔이 났었어."

주먹으로 뿔이 난 곳을 가리키는 척하며 가려운 데를 긁었습니다.

 

이것을 보고 있던 코흘리개도 한 꾀를 생각해 냈다.

 "그 사슴이 말씀야, 내 앞을 지나쳐 도망가는데 마침 포수가 사냥을 나왔어. 그 포수는

그 사슴을 잡으려고 활을 꼬는데 이렇게 하지 않어?"

하며 활을 늘이는 척 하며 슬쩍 소매로 코를 닦아냈다.

 

두 사람이 꾀를 부려 그들의 괴로움을 면하는 것을 보고, 눈병을 앓는 사람도 생각에 잠겼다.

드디어 한 꾀를 생각해낸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자네들의 이야기는 모두 그럴 듯 하지만 사실은 뒷산에서 사슴을 본 사람은 하나도 없었어.

나는 절대로 자네들 말을 믿지 않는단 말일세."

하면서 고개를 살레살레 흔들고, 손을 휘저으며 모여든 파리 떼를 쫓아버렸다.

 

이렇게 해서 서로 괴로운 고비를 넘긴 그 세 사람은 그 후부터는

서로의 흉허물을 잡지 않고, 의좋게 잘 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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