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와 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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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 일어난 일이다.
어느 고을에 성질이 매우 고약하고 사나운 원님 한 분이 부임하였다.
그런데 그의 밑에서 시중을 들고 있던 이방이라는 사람은 그와는 반대로 마음씨가 착하고 의리가 두터운 사람이었다.
억울한 일, 불의한 일은 그냥 보고만 넘기는 일이 없었다.
이방은 전임의 원님 때부터 시중을 들어온 사람이었다.
이런 방법이 새로 부임한 원님은 못마땅 했으나 부임 즉시 터무니 없는 이유로 파면을 시킬 수도 없었다.
그래 부임 후, 한 달쯤 지난 뒤 불가능에 가까운 주문을 시켜 이방을 곯려 주기로 했다.
"여보게 이방, 지금으로 부터 한달 이내에 뱀과 딸기를 구해 오도록 하게.
만일 구하지 못하면 큰 벌을 내릴 것이오, 구해 오면 큰 상을 내리리라."
때는 지금처럼 한참 추운 겨울이었다.
추운 겨울에 뱀과 딸기가 없을 줄을 뻔히 알면서도 마음씨 착한 이방일 뿐 아니라
감히 사또의 분부이기도 해서 다음 날부터 산으로 들로 뱀과 딸기를 찾아 나서기로 했다.
산천은 흰 눈에 덮여 뱀과 딸기를 찾을 길이 없었다.
그래도 이방은 열심히 뱀과 딸기를 찾아 헤매다가 그만 병이 나서 드러눕게 되었다.
이방이 병석에 눕게 되니 그의 아들들이 모여 어디가 편찮으시냐고 물었다.
이방은 자초지종을 모조리 이야기했다.
큰아들이 아버지 말을 다 듣더니 아버지 걱정 마시라고 하면서 새 옷을 입고 나갔다.
큰아들은 동헌으로 나갔다. 원님께 면회를 요청했다.
원님은 이방의 아1들이 왔다고 하니 뱀과 딸기를 가지고 왔나 싶어 들어오라고 했다.
큰아들은 원님 앞에 나아가 "아버지는 지금 구렁이에 물려 앓고 있사옵니다." 했다.
이 말을 들은 원님은 크게 노하여,
"이 놈, 이 추운 겨울에 어디에 구렁이가 있단 말이냐?" 하고 호통을 쳤다.
이 말을 들은 큰아들은, "그러면 이 겨울에 뱀은 어디 있으며 딸기는 어디 있사옵니까?" 하고
되물으니 원님은 아무 말도 못했다.
이렇게 하여 아들의 지혜 때문에 이방은 파면을 면할 수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