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전래동화

명 판정

시인김남식 2012. 9. 4. 15:23

명 판관(名判官)

 

 

옛날 소송 사건을 잘 판가름하는 이름난 판관이 있었다.

무슨 일이고 그 앞에서 해결되지 않는 일이 없었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그는 척척 판결해서 억울한 일이 없도록 판가름  해주었다.

그래서 명판 관이란 이름이 널리 알려져 천하가 다 그를 알게 되었다.

한데 어느 날 이 명판 관에게도 어려운 문제가 들어왔었다.

허수룩하게 차리고 빈 지게를 진 옹기 장수가 찾아와서 신세 한탄을 하면서 호소했다.

 

"나는 이제까지 10여 년을 두고 옹기 장수를 해서 늙은 부모를 봉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장에 가서 새로 팔 옹기를 한 짐 사서 지게에 지고 오던 중 짐이 무거워 고갯길에서 지게를 받쳐 놓고 잠시 쉬는 사이에, 갑자기 회오리바람이 불어 지게가 쓰러지는 통에 옹기는 모두 개어지고 말았습니다. 이제 꼼짝없이 굶어 죽게 되었으며, 부모를 모실 길이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옹기 값을 변상해 주도록 조처해 주십시오."

 

이야기를 다 듣고 나니 사정은 매우 딱했으나, 명판관도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백성의 억울한 사정을 풀어 주는 것이 자기의 직책이며, 또 명판 관의 권위를 위해서도 어떻게 해서든지 이 일을 해결해 주어야 하겠는데 죄는 회오리바람한테 있는 것이어서 좀처럼 명안이 나오질 않아 명판과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참 생각 끝에 판관은 하인을 불렀다.

하인에게 곧 나루터에 가서 남쪽으로 가는 뱃사공과 북쪽으로 가는 뱃사공을 불러오도록 했다.

뱃사공은 영문도 모르고 하인에게 끌려들어 왔다.

판관은 먼저 북으로 가는 뱃사공에게 물었다.

"너는 무슨 바람이 불어야 하느냐?"

북으로 가는 뱃사공은,

"저희는 북으로 가니 남풍이 불어야 좋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다음 남으로 가는 뱃사공에게 물었다. "

너는 무슨 바람이 불어야 좋으냐?"

남으로 가는 뱃사공은,

"저는 남쪽으로 가니 북풍이 불어야 가기가 편합니다. 그러니 북풍이 불기를 바랍니다."

이 말을 듣자 판관은 크게 호령을 하였다.

"이 고약한 너희들이 남풍이 불어라, 북풍 불어라, 하며 서로 빌고 고사를 지내고 하니 남풍과 북풍이 한꺼번에 불어 회오리바람이 되고 그 회오리바람에 옹기 짐이 쓰러져서 저 옹기 장수가 생계를 잃게 되었으니 너희들이 옹기 값을 변상하도록 해라!"

라고 명령했다.

 

그래서 뱃사공들은 꼼짝없이 옹기 값을 물고 옹기 장수는 장사를 계속하게 되었으며, 판관도 더욱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책방 > 전래동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딸기와 뱀   (0) 2013.01.10
여우와 곰  (0) 2012.12.05
쥐생원 이야기  (0) 2012.08.11
거짓말 이야기   (0) 2012.08.07
황부잣집 며느리   (0) 2012.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