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와 떡
옛날 한 집안에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 그리고 어린애 다섯 식구가 살았다
어느 날 어머니는 산너머 마을로 길쌈을 하러 갔다.
날이 저물었는데도 어머니는 오시질 않아 이이들은 문을 걸어 닫고 엄마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니가 길 삼을 하러 간 마을은 12고개를 넘어가야 했다.
길쌈을 다하고 그 삯으로 떡을 받아서 머리에 이고 오는데 한 고개를 올라가니까 호랑이가 웅크리고 앉아서,
"할멈, 할멈, 그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그래서 떡을 한 개 집어 주고 또 한 고개를 올라가니까 또 호랑이가,
"할멈, 할멈, 그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그래서 또 한 개를 집어주고 또 한 고개를 올라가니 또 호랑이가 나와서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그래서 이제 떡이 한 개밖에 남지 않았다.
다시 고개를 넘어가니까 호랑이가 또 나와서 그것을 주고 다시 고개를 올라가니까 호랑이가,
"할멈, 팔 하나 떼어 주면 안 잡아먹지."
그래서 팔을 하나 떼어 주고 또 한 고개를 올라가니 호랑이가 나와 팔 하나를 또 떼었다.
또한 고개를 올라가니 호랑이가 나와서 다리 하나를 떼어 주고 또 한 고개를 넘어가니 호랑이가 나와
나머지 다리를 마저 떼어 주었다.
그래서 다음의 고개에 있던 호랑이는 이 할머니를 잡아먹고 그 옷을 갈아입고, 그 할머니네 집으로 갔다.
"애들아, 애들아, 문열어 다오."
하니까 애들이 나와,
"우리 엄마 목소리가 아닌데?"
그러니까 호랑이는,
"고개 너머 갔다가 감기가 들어서 그렇다."
고 했다. 애들이,
"그럼 손을 내밀어 보세요."
해서 호랑이가 손을 내밀어 보였다.
애들이 그것을 보고,
"털이 있는 걸 보니 우리 어머니 손이 아닌데."
그런데도 이 호랑이는 길쌈을 해서 그러니 어서 문을 열라고 했다.
애들이 문을 열어 주었다. 호랑이는 방에 들어와서 어린애를 안고 어린 애 손을 오도독 오도독 깨물어 먹으니,
딴 애들이 그 소리를 듣고 "엄마 무엇 먹우?"
하고 물었다.
"뒷집에서 콩 볶음 준 것 먹는다."
고 했다. 이 애들은 그 때야 자기 어머니가 아닌 줄 알고 무서웠다. 계집애가 꾀를 냈다.
"엄마 똥 마려."
"요강에 가서 누렴."
"아버지가 들어오셔서 꾸중하시게."
"그럼 마루에 나가 누렴."
"아버지가 들어오시다 밟으시게."
"그럼 이 새끼줄 매고 마당에 나가 누렴."
그래서 결국 새끼줄을 몸에다 동여매고 한 끝을 호랑이한테 주어 아들과 딸은 마당에 나와
똥을 누는 것처럼 하다가 도망쳤다.
새끼줄을 절구통에 붙들어 매놓고 빠져나가 우물가에 있는 버드나무 위로 올라갔다.
호랑이는 기다리다가 새끼줄을 잡아당겨 보니 끌리지가 않았다.
이상해서 나와 보니 어린애들은 간 곳 없고 새끼 끝은 절구통에 매어 있었다.
호랑이는 이곳 저곳을 찾아다니다가 우물가까지 갔다.
우물 속을 들여다보니 그 속에 애들이 있었다.
이것을 보고 호랑이는 그 속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이것을 본 아이들이 깔깔대고 웃었다.
호랑이가 웃음소리에 나무 꼭대기를 쳐다보니 그 위에 애들이 올라가 있었다.
호랑이는 나무 위로 올라가려고 애를 썼으나 올라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얘들아, 너희들 어떻게 올라갔니?"
애들은,
"뒷집에 가서 참기름을 얻어다 바르고 올라왔지."
하고 대답하니 호랑이는 뒷집에 가서 참기름을 얻어다 바르고 올라가려 하니 미끄러워서 도무지 올라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또 애들에게,
"어떻게 올라갔니?"
하고 물었다.
"뒷집에 가서 도끼를 얻어다 찍으면서 올라왔지."
했다.
그래 호랑이는 도끼를 얻어다 찍으면서 나무 위까지 거의 다 올라갔다.
아이들은 무서워서 하늘을 바라보고,
"하느님, 하느님 저희들을 살려 주시려거든 새 동아줄을 내려주시고, 저희들을 죽이시려거든 썩은 동아줄을 내려주십시오."
했더니 새 동아줄이 내려와서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
호랑이도,
"하느님, 하느님, 나를 살려주시려거든 새 동아줄을 주시고, 나를 죽이시려거든 썩은 동아줄을 내려 주십쇼."
하니 새 동아줄 같은 것이 내려와서 좋다구나 하고 타고 올라갔다.
그런데 이 동아줄은 썩은 헌 동아줄이기 때문에 반쯤 올라가다 동아줄이 끊어져서 수수밭에 떨어져 죽었다.
그래서 수숫대에 피가 묻어 빨개졌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하늘에 올라가서 처음엔 남자 아이는 해가 되고 여자 애는 달이 됐다.
그런데 여자 애는 밤에 다니기가 무섭다고 해서 서로 바꿔 여자는 해가 되고
남자는 달이 됐다고 한다.
호랑이 사진은 서울대공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