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書/生活수필

불륜부부

시인김남식 2010. 10. 18. 09:09

불륜부부

식당에간 남자와 여자가 비싼 음식을 주문하면
그 두사람은 불륜의 관계요
싼것을 시켜먹으면 부부지간 이랍니다.
식사하는 내내 서로 마주보고 정답게 이야기를
계속하면 그들은 불륜이요,
고개를 숙인채 아무 말없이 시킨 밥만 먹으면 부부사이입니다.
식사를 마친뒤 남자가 돈을 내면 불륜
여자가 지불하면 부부입니다.

식당을 나와 멋진 코스로 드라이브를 하면 불륜,
자동차가 곧장 집으로 향하면 부부입니다.
차안에서 연실 웃어가며 무엇인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면 불륜,
그저 무표정하게 차창밖만 바라보고 앉아 있다가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말 한마디 없이 그냥 내리면
그들은 영락없이 부부랍니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있는 무뚝뚝 하기만한
전형적인 한국인의 부부 모습을 잘 보여주는 우스개소리입니다

이제 가을이 아주 많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일요일 오후 오랜만에 그녀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경기도 양평에 있는 용문산 국민관광단지로 함께
늦가을 나들이를 갔었습니다.
나는 돌아다니는 걸 매우 좋아하고 그녀는 따라 다니는걸 좋아합니다
하남시 카페촌을 지나서 남한강 줄기를 따라 내려가는 환상적인
경강국도 강변 드라이코스에서 무뚝뚝한 그녀도 사뭇 웃음을
내 쏟으며 마냥 즐거워했습니다
차창으로 스치는 가을산들이 하나둘 옷을 벗기 시작했는지
빨간 단풍들이 누렇게 퇴색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운전하면서 한손은 나도 모르게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았습니다    
그녀는 사과를 깍아서 내 입어 넣어주고

빨간 단감도 깍아서 내입에 넣어주고 정말 그녀가 있기에
나는 잠시 행복하고 즐거웠음니다
다행히 차가 밀리지 않아서 한시간 남짓해서 용문산에 도착을 했습니다
으산한 날씨탓인지 주차장에는 별도 차들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바로옆에 노신사 두분이 우리차 옆에 함께 주차를 하고
동시에 차문을 나섯습니다
첫눈에 하도 그 모습이 너무 정겨워서 멍하니 바라 보다가 나는 물었습니다
"혹시 형제분 이세요 아니면 친구 분이세요?"
머리가 백발이된 노인은 내 말을 잘못 알아들었는지
"혹시 주차를 잘못 했습니까?"
"아닙니다. 두분 모습이 하도 정겨워서 그렇습니다"
"네...감사합니다. 죽마고우 친구예요"

"어르신! 건강하셔서 두분의 우정 오래도록 하세요"
나는 노신사분과 몇마디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길을 걸으며 나는 그녀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도 저 나이쯤에 저런 정감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을까하고..
내려 오는길 저 분들을 다시 만나게 되면 꼭 막깔리 한잔을 해야겟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랫더니 그녀는 대뜸 '그러세요 제가 한턱 쏠께요'
그래서 나는 그녀가 정말 사랑스러웠습니다
걷기 싫다는 그녀를 간신히 꼬셔서 용문사 은행나무 있는 곳까지 올라왔습니다
신라 경순왕(경주김씨의 시조)이 고려에 나라를 팔아먹자
슬픔을 이기지 못한 아들 마의태자가 금강산 가는 길에 심었다는
수령 1000년이 넘은 은행나무가 영양 주사를 맞고 있었으며
바닥에는 온통 노란 은행들이 가득 했지만 줍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녀가 내게 코멘트합니다
"사람도 100년을 넘게 산다면 세상은 온통 귀신들이 가득하겟지요"
" 그렇겠지?"

.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용문사로 오르는 길 양쪽에는 아름다운 부처님의 귀감가는 말씀의
좋은 글들이 액자로 만들어져서 나무에 걸려 있었습니다  
절에서 은은히 들려오는 좋은 말들이 스피커를 타고 내귀까지 전달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숙연해지고 가을이 깊어 갈수록 지나온 한해가 생각 났습니다
좋은 일은 없었지만 나쁜 일도 없었다고....

내려 오는길 우리는 좀 괜찮은 한식당으로 들어갔습니다
여러 형태의 사람들이 둘러 앉아서 맞있게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가족끼리도 있고 연인도 있고 등산 온 사람들도 있고  
또 우리처럼 불륜관계인 사람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나는 아는 사람에게 혹시 들킬까봐서 구석진 곳으로 자리를 했습니다

식사는 제일 비싼걸로 주문했습니다
이렇게 비싼걸 주문한건 이번이 처음 이였습니다
왜냐면 그녀를 만나면 늘 오천원짜리 이상은 시키지를 않았습니다
내가 빈털털이 돈이 없는걸 그녀는 너무 잘 알고 있기에 늘 그랬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고마웠습니다
나쁜 여자들은 만날때마다 남친에게 바가지를 쒸운다는데
그런것을 발견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녀가 정말 고마웠습니다

산들 바람이 부는 들마루에서 먹는 만추의 늘가을  
점심맛을 정말 꿀맛이였습니다.
약속이나 한듯이 하나 둘씩 떨어지는 산야의 낙엽들 모습도 꿰 정겨웠고 ...
그녀는 내속을 잘 알기에 약속이나 한듯이 동동주도 덤으로 시켜주더라고요
詩 한수도 생각 나더군요

인생은 구름이며
바람 이여라
잘난 청춘도
못난 청춘도
그냥 스쳐가는
바람앞에
머물지 못하며

못난 인생도
잘난 인생도
별 수 없이
흘러가는

저 ~
구름과 같으니
스처가는 인연일지라도
소중히 생각하라

.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녀는 나의 시 한수에 눈을 지긋시 감고 사색에 잠시 잠기더군요

내 졸작시에 감동을 받은 것 같았어요 
한잔 두잔 석잔의 술잔이 이래저래 들어가 기분이 차암 묘하더 차에         
그만 나는 그녀의 손을 슬며시 또 잡고 말했습니다
사랑한다고......
그녀는 눈물을 보이더군요
집에 있는 사모님은 어찌하려고 사랑한다는 그런 소리를 함부로 하냐고
내 입을 얼른 막았습니다
집에서 바가지 긁는 아내 보다도 몇배의 애교가 있었읍니다
(아~~그래서 남자들이 다 이러는구나..)
그래서 우리는 완전한 불륜이였습니다,

내일 산수갑산을 가더라도 웬지 기분이 차암 좋았습니다
사방이 벽으로 둘러친 요상한 짓하는 그 곳으로 문득 가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둘다 모두가 술을 먹었으니 집에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내 친김에 노래방까지 같이 가기로 했습니다
돼지 목따는 소리였지만 정겨운 노래가 참 맞깔나게 불렀습니다

남자들이 잘 부르는 '누이'라는 노래를 난 부르고

그녀는 '만남'이라는 노래를 부르더이다.

만남이란 노래는 바로 우리의 인연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참 좋았지요
그래서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기에 부르스와 디스코도 추고
그리고 달콤한 kiss.....
(죄송합니다. 이건 말하면 집에가서 요강들고 있어야 합니다)

가을해는 차암 너무 짧았습니다
노래방에서 나오니 어두워지고 내 차만 덩그러니 주차장에 남아 있었습니다  
정말 잠시 마나 우리에겐 즐거운 시간이였습니다
행복해 하는그녀를 보니 나도 즐거웠습니다
몰래 사랑을 해야하는 책임도 무거웠고 또한 크고
그리고 항상 들키지않게 해야한다는 부담까지 갖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것이 처음으로 그녀에게 느껴본 이상한 감정인것 같았습니다
집으로 오늘 길 경강국도는 차가 무척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피곤했던지 졸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말을 시키면 잠을 깰까봐 못 본척 운전만 열심히 했습니다
내 한손에는 벌써 그녀의 손이 어느새 와 있었습니다
양평에서 서울까지 한시간 거리가 두시간 더 결렸습니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주고 돌아가려 했지만 졸고 있는 그녀 때문에
피곤해서 귀찮지만 내가 좀 수고하면 되겠지하는 생각으로
그녀를 집에까지 데려다 주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녀가 있기에 잠시 행복한 시간이였기에 그 정도는    
충분히 남자로써 베풀어야 할 예의라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한강변 양쪽으로는 많은 차들이 즐비했고 서울에 밤은 오색 불빛으로 가득했습니다
늦은 시간에 그녀의 집에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나는 차에서 내려 얼른 반대쪽으로 돌아가서 차문을 열면서 인사 했습니다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라고
그리고
"다음에 또 한번만 기회를 주십시요" 라고 데이트 선약을 넌즈시 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차에서 내려 내게 한마디 쏘아 붙입니다
"차좀 똑바로 대고 들어와~ 차선을 넘어 주차해서 다시 내려가지 말고...."
" 알았어 이잉~~"

"차를 수십년 운전 했어도 제대로 주자를 못하니 ......"  
우리에 불륜의 사랑은 여기에서 끝입니다
왜냐면 그녀는 무서운 호랑이로 다시 집으로 돌아 왔거든요
그래도 나는 좋습니다
우리는 하루만 불륜부부 하기로 했거든요    

여러분에 사랑은 아무 사고없이 어떻게 주말 잘 보내셨는지 알고 싶네요
시간있으신 분은 양평에 있는 용문산 국민관광지에 한번 가 보세요
오는 길에 두물머리와 정약용 생가도 구경하시고 만추의 늦 가을에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겁니다

늘 가을사랑 만큼이나 행복을 입에 달고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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