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書/生活수필 74

결핵성 늑막염

결핵성 늑막염 김남식 일 하기도 좋고 편해서 오랫동안 있으려고 했으나 공장 사정이 좋지 않아 홍제동 공장을 나왔다. 다행히 몇몇 사람과 함께 신촌에 있는 경서전축으로 출근하기로 이미 정해져 있었다. 어느덧 신촌 공장으로 옮긴지 한 달이 넘었다. 전축에 걸터앉아 지나가는 여자들에게 말장난하는 재미로 시간 보내는 게 유일한 취미였다. 당시 공장들은 빈 공터에 베니어판으로 어설프게 건물을 지어서 사용하였다. 그래서 작업환경과 기숙생활이 너무도 빈약하였다. 특히 겨울철은 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고생을 해야 했다. 하루 종일 먼지 속에 있던 공장 내부가 기숙사가 되는 것이다. 연탄난로 위 베니어판은 고참(古參)들이 사용하고 시공(始工)들은 날바닥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추위를 이기며 잠을 자야했다. 떨어진 문틈으..

古書/生活수필 2005.12.27

골수염의 고통

골수염 김남식 초등학교 3학년 때 얼음판에서 넘어진 후 6년 동안 일 년에 두세 번씩 몸을 괴롭혔다. 그래서 항상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그해도 가뭄이 지독했다. 모내기를 해야 되는데 논에 물이 없었다. 비가 온지가 오래 되었다. 그래서 새벽부터 논에 물을 대는 게 큰일이었다. 모내기 한 논에 물이 마르고 있으니 아버지는 더욱 역정으로 식구들을 볶았다. 농사짓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가족의 일원으로써 그런 것들이 정서적으로 어린 시절을 불안하게 자라게 되었다. 그러니 몸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을 할 수 있는 분위가 아니었다. 만약에 그런 이야기를 했다면 가서 죽으라는 말이 분명히 나올 것을 모르는 내가 아니었다. 몸에 이상이 생기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지만 크게 걱정..

古書/生活수필 2004.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