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書/生活수필

도시락

시인김남식 2006. 4. 22. 16:38

도시락 


 

 

초등학교 5학년 때 부터 오후 수업이 생기면서 처음으로
도시락을 싸서 학교에 등교하게 되었다.
당시, 달리 먹을 것이 없던 때라 밥은 항상 꿀맛이었고
특히 위장 상태는 항상 먹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요즘처럼 배불러서 더 이상 먹지 못하는 불행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약 4센티미터 두께의 직사각형 알루미늄 도시락은
알루미늄 재질로 만들어져 있어서 늘 지저분한게 흘러나와 있었고
도시락에 밥을 채운후 그밥위에 반찬통을 꾸욱 눌러서 담도록 되어 있다
반찬이 흐르기도 하지만 창피함이라곤 거의 없었던 시절이였다
4교시를 마치면 점심을 먹을수 있었는데 엄청난 활동량에 비해서
칼로리 섭취량이 한정된 가난한 시절인지라 도시락은 게눈 감추듯이
금방 바닥이 났고 그 아쉬움은 일종의 슬픔이었다.
그당시에는 웬만한 부잣집 아이들 몇남기곤 거의 보리밥이다
창피해서 안싸오는 아이도 있었지만 아니 먹을게 없었다고나 할까

당번이 큰주전자에 물을 떠오면 책상을 돌아가며 도시락에 물을 붓는다
보리밥은 물에 말아서 먹어야 제맛이 난다
그리고 고추나 오이 또는 무우나 오아 짱아치가 주반찬이다
콧등에 송글거리는 땀, “하아~ 하아~ ”가쁜 숨을 내쉬며
고추장 도시락을 먹던 추억도 있다.
그래서 도시락의 진미는 역시 고추장이다
밥위에 고추장을 듬뿍 놓고 뚜껑을 덮은채 아래위로 흔들면 고추장 비빔밥이 되었다
그때 먹어본 맛은 정말 지금 아이들과는 비교 할 수없는 맛이다
그리고 반찬통을 들어내면 그 밑에는 농축된 밥덩이가 가득있다
하도 배가 고파서 오마니가 꾸욱 눌러서 더싼 밥이다 
마치 새로운 도시락을 처음으로 먹기 시작하는 자세로 하나씩 집어 먹는다
방과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면 언제나 책가방속에서 달그락 거렸던
그 직사각형 알루미늄 도시락을 생각하면 추억의 웃음과 함께 코끝이 찡하다.

그리고 중학교에 가서야 쌀과 보리가 반반썩인 도시락을 먹을수가 있었다
반찬은 짱아치.콩조림(염소똥이라했다) 어떤날은 두부장조림이나 감자조림이였다
도회지로 학교에 나가보니 부자 아이들은 김이나 계란후라이 반찬도 있었고
오뎅무침과 간간히 생선구이나 쇠고기 장조림도 보였다
그래도 나눠 먹는사람도 있었지만 어떤 넘은 몰래 책상속에 감추어서
혼자서 먹는넘이 있었서 때론 한바탕 싸움을 치루기도 하였다 
어떤아이는 점심때면 몰래 교실을 빠져나가서 자리를 비우기도 했다
다른 친구들이 도시락 한통 다 까먹고도 매점에서 크림빵으로 주전부리를
하는동안 꼬르륵 거리는 배를 수돗물로 달래야 했던 아이들도 있었다
철없던 그시절 온갖 양념으로 누더기가 된 도시락 안의 풍경도 재밌었다
김칫 국물로 얼룩진 책들, 달그락 거리던 빈도시락 소리가 아련히
그리워지는건 지금에 생활이 나아젔기 때문일것이다
아뭏튼 4월이되니 그리운 직사각형 알루미늄 도시락이 생각이난다
그시절이 정녕 그립기만해서는 아니될 아름다운 추억이다
다시 돌아가고픈 정겨웠던 시절이다

학교에서 강냉이 가루와 빵을 급식하던 그 시절

계란 말이등 반찬은 생각지도 못했다

가을 소풍길의 먹는 맛난 도시락은 생활이 나지면서 요즈음 외식 문화로 없어지고 있다 

2006.04.29 / 솔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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