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書/生活수필

며느리는 이래도 됩니까?

시인김남식 2006. 9. 12. 15:17

며느리는 이래도 됩니까?  

 


초여름의 날씨가 벌써 시작이다
며칠전의 일입니다  
해걸음 무렵 서울역앞 뻐스 정류장에서.....
사람들은 왜그렇게 바쁜지 우왕좌왕 설레이고 있었다.
신림동에서 볼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였다.
차들이 뒤엉켜 10분 20분이 되어도 제자리에 서 있었다.
남대문옆에 잔디공원을 새로 설치하고 서는 더 그런거 같았다.
집에 돌아가는 것도 왜 이리 힘이 드는지
불쌍한 서울 사람들의 삶이 이런 것인가 잠시 생각을 해본다

그런데 어떤 백발이된 할머니 한분이 차에 오른다.
북가좌동 가느냐고 운전기사에게 물어본다.
그 할머니는 다른 사람의 안내를 받아
뻐스를 타면서 다시 한번 확인을 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두개의 보따리 때문에 허리가 더욱
구부정한 자세로 차에 오르고 있다.
차에 오르자 비틀비틀....
마침 앞에 앉아있던 어떤이가 급히 자리를 양보한다
여차여차해서 아들집에 오는 길이라고 묻지도 않은 말을 한다.

할머니의 인생 만큼이나 얼굴엔 잔주름이 가득했다
할머니는 자리에 앉아서도 못 믿어웠던지  
북가좌동 대림시장에 가느냐고 운전기사에게 다시 묻고 또 묻는다.
노인혼자 차에 타면 안전사고 때문에 기사들이 좀 싫어하는 눈치였다
운전기사는 내리는 곳을 일러 주겠다고 했지만 할머니는 까막눈 길치였다
그래도 할머니는 못 미더웠던지 자리를 양보한 아저씨에게
전화 번호를 적은 종이 쪽지를 내민다
서울역에서 아들집에 전화했지만 시끄러워 못 알아 들었다고 한다.
그 아저씨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서 그리고
대림시장에서 내려서 전화하면 마중을 나온다고 전한다.
그러자 기사는 알았다고 했고 그리고 운전기사는 할머니에게 이른다
"할머니 뻐스에서 내려서 지나가는 사람한테 부탁하세요" 라고....
할머니는 이제야 안심한듯한 모양이다

그러자 몇몇 승객들이 너도나도 한마디씩 한다.
"그참. 노인네가 또 어디가서 전화를 해.. 나와서 기다려야지"
"그 사람덜 참 대단하네......아참 그 전화좀 다시 하시요"
모두가 그리 말을한다.
그러나 전화를 걸었던 그사람은 전화를 하지 않는다.
그 쪽에서 전화 목소리가 달갑지않게 들렸던 모양이였다.
자세한 사연은 모르지만 할머니가 시골에서 기차를 타고
올라 왔는데 왜 마중을 나가지 않았을까 생각 해본다
내 친정어머니...
내 시어머니...
서로 차별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웬지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아마 장사를 하는데 자릴 비울 수 없는것 같았다
얼마나 사는게 바쁘길레 서울역으로 마중을 아니 했을까.
할머니는 서울역에 내려서 버스 정류장까지 찾아 오도록 지나가는
사람들을 얼마나 귀찮게 했을까...
마음이 그냥 아프다.

내겐 부모님이 아주 오래전에 돌아가셧다.
문득 그 생각이 떠 오른다.
내가 좀 집에 늦으면 돼겠지하고는 할머니에게 다가갔다.
걱정 말라고.....
내가 내리는 곳에서 같이 내리면 된다고 그리하였다.
할머니는 고맙다고...  
나는 내 목적지를 훨씬 벗어나서 할머니와 같이 대림시장앞에서 내렸다.
아들 내외가 시장에서 맏벌이 하는것 같았다.
오늘이 염감님 제사라고 한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서울에 살기에 올라왔던 할머니이다
차에 내려서 두어발짝 가니까 ....
할머니의 며느리인 여자가 마중을 나오고 있었다.
어떤 장사를 하는지는 몰라도 큰 주머니의 앞치마를 차고 있었다
그 여잔 보따리를 받아 들더니 할머니에게 무어라 한다.
"오시지 말라고 하니가 왜 오셧느냐"
"........."
"날씨도 더운데 시골에 계시라니까....'"
좀 툴툴거리는 목소리였다
할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채 그 여자의 꽁무니를 동당 걸음으로 따라간다.
나에게 고맙다는 인사는 하지 않은채.....
멀리 사라지는 고부간의 뒷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길을 건너서 나는 집으로 가는 뻐스에 올랐다.
그 여자가 시 어머니되고 또 다른 여자가 그녀의 며느리가 되는건데
좀더 따듯하게 해주면 어떨까 생각을 해보았다.
여자는 딸이되고 며느리가 되고 시어머니가 되는건데 왜 그렇까?

아니 할머니가 부자였다면 어떠 했을까....
고부간의 사랑 나누기가 참으로 힘든 세상인 것 같았다.
그러나 삶이 힘들때 마다 부모님 사랑이 더욱 그리운 것인데 왜 모를까
아마 살아 가는게 고달파서 시어머니에게 화풀이 하는게 아닐까?
그랫을까?
그건 아니라고 나는 억지로 생각한다
그날 저녁 염감님 제사는 잘 모셧는지 궁금하다  
날씨도 더운데 염감님 제사를 모시러 서울 아들네 집까지
잘 다녀 가셧는지 내 어머니처럼 안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우리 어머니도 청주에서 서울에 올라 오시면 전화 번호를 적은 쪽지를 내밀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공중 전화를 걸어 달라고 부탁 하셧다
우리 어머니도 오늘 만난 이 할머니처럼 까막 눈이라서 전화를 걸지 못 하였다
세월은 또 나를 그렇게 슬프게 만들었다

이제는 '시어머니 친정 어머니'
구별 하지 말고 모두에게 잘 하도록 합시다.
친정옴마 이야기는 많이 하여도
자기 서방의 엄마 시어머니 이야기는 하나도 아니 하더이다
우리 그러지는 맙시다 k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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