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환 (朴寅煥 1926년 – 1956년) 김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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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인제 출생하여 1933년 인제초등학교 입학하여 1936년 서울로 올라와 덕수초등학교를 1939년 마치고
경기중학교에 입학했으나 1941년 자퇴하고 1944년 황해도 재령의 명신중학교를 졸업했다.
같은해 평양의학전문학교에 입학했으나 해방이 되자 학업을 중단하고 서울로 올라와
종로3가 낙원동입구에서 '마리서사'라는 서점을 경영하면서 시인들과 교분을 넓혔다
그리고 1946년 '국제신보' 에 시 <거리>를 발표하여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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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부터 경향신문 기자로 활동했으며
1949년 김수영, 김경린, 양병식, 임호권과 함께 공동 시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발간,
1956년 3월 심장마비로 자택에서 31살에 숨을 거뒀다. 자살?
묘소는 망우리 공동묘지에 있으며 강원도 인제에 문학관이 있다
'박인환 시선집'(1955), '목마와 숙녀'(1976)
목마와 숙녀 박인환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 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 등대(燈臺)에 ……
불이 보이지 않아도
거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거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거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박인환 1955년 작품)
박인환의<목마와 숙녀>는 영국의 여류 소설가 버어지니아 울프의 죽음을 애도하는 만가 형식의 시다.
그러나 그 애도의 밑바닥에는 전후 박인환의 인생에 대한 허무와 회의가 짙게 깔려 있다.
박인환은 버어지니아 울프의 죽음을 통해 인생의 허무감을 제시하고 전쟁으로 인한 사랑과 인생
문학의 죽음이라는 현실에 비유적으로 관련시키고 있다.
버어지니아 울프가 절망적인 현대적 상황 때문에 인간에 대한 모든 가치와 신뢰를 상실하고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듯이 시인의 현실
역시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만큼 절망적이며
이는 전쟁으로 인한 가치상실을 의미한다
세월이 가면 박인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을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이름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시집 박인환 시선집 1956년)
<목마와 숙녀>와 함께 박인환의 대표적 작품으로,
샹송 스타일의 곡을 붙여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 시는 낭만적 시의 정수라 할 만하다.
31세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 박인환이 불안한 시대 의식과 위기감 허무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한 잔의 술과 이 같은 낭만적 시가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그를 우수 어린 시인으로 만든 것은 천부적으로 타고난 감상적 성품이라기 보다는
시대적 운명일 것이며
그에게 <세월이 가면>과 같은 시는 커다란 정신적 위안제가 되었을 것이다.
전쟁의 황폐한 분위기에서 시인은 따스한 인간애에 목이 말랐을 것이고
세월에 따라 흘러간 사랑이 그리웠을 것,
그 사람 이름이 잊혀지고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그 눈동자와 입술은 언제나 서늘한 가슴에 남아 있을 것 애뜻한 사랑 노래는
영원히 현대인들에게 신선한 감동과 가을비 같은 촉촉한 서정성을 전해 주며
길이 남아 있기에 충분할 것이다.
얼굴 박인환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되기 싫은 까닭이다.
기를꽂고 산들, 무얼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물빛 몸매를 감은
한 마리 외로운 학으로 산들 무얼하나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으로 인해
온 밤내 비가 내리고 이젠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르는데...
가슴에 돌단을 쌓고
손 흔들던 기억보다 간절한 것은
보고 싶다는, 보고 싶다는 단 한마디
먼지 나는 골목을 돌아서다가
언뜻 만나서 스쳐간 바람처럼
쉽게 헤어져버린 얼굴이 아닌 다음에야...
신기루의 이야기도 아니고
하늘을 돌아 떨어진 별의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