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내리는 날 김남식
비가 내리는 날에는 아주 한적한 시골길을 혼자서 걷고 싶다
목적지도 없이 바지가랭이로 진흙탕 물이 티겨도 좋다
기억석에서 아련한 추억속으로 멀어지는 그 모든 것들
세월은 그렇게 나를 여기에 갖다 놓았다
저 만치 비켜가 버린 아련한 조각들이
이별의 고통을 잊으려고
얼마나 소리없이 울며 발버둥쳤던가
아름다웠던 그 사람
기억 저편 우울한 풍경속으로 떠나보낸
젊은날 나의 소중했던 사람들
그래서 비가 오는 날이면 가슴이 더 아리다
인연이 아니라하여 돌아서야만 했던 사람들
인생은 흐르는 강물 같아 다가오는 시간의 흐름속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결국은 섞이지를 못하고 제각기
흘러만 가는 강물과 같은 인연들을 내 어지하랴!
못내 아쉬워했던 지난 기억들
얼마나 긴 시간들을 가슴 아파했고
내가 아닌 나를 미워했던가
잔정에 마음 주지말라 그랬거늘
그런데도 바부가 되었다
그래서 비오는 날에는
어디론가 혼자서 무작정 떠나고 싶다
자동차에 기름을 가득넣고
아픈 기억들을 다 잊을때 까지 달리고싶다
고속도로보다는 안전 운행에 더많이 신경을 써야하는
일반도로 달려야 한다
가고오는 떠나는 차량들 물결속에서
또 다른 인연을 만들기 위해서 어딘가를 저렇게 가고 있다
한시간 두시간 그렇게 달리서
내 아픈 기억들이 내리는 빗 속에 씻겨 가길 바란다
이제는 사랑도 미움도
세월속으로 묻혀서 떠나 보내고 초연한 마음으로
내리는 빗방울의 산뜻한 기운으로
맨가슴을 느끼고 싶다
그런데 웬지 가슴이 가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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