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간이야기 솔새김남식
매일 매일 생활하면서 가장 편안한 공간을 꼽으라면
아마 화장실일 것이다.
어느 누구도 그 공간에선 옷을 벗는다는 점에서
가식이 없는 공간이고 자연 속의 한 개체로서
먹은 것을 배출하기에 몸뚱아리가 균형을 유지할 수 있어
마음이 평온해지기 마련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흔히 먹고 있는 놈은 개도 안 때린다고 하지만
그 보다 싸고 있는 놈은 더욱 건드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화장실은 벽이 대리석으로 되어 있다.
대리석에는 무늬가 제멋대로 나 있어
인공적인 형태 속이나마 자연미가 물씬 풍긴다.
평온해진 마음 상태에서
무늬를 우두커니 쳐다 보며 때로는
예쁜 여인의 옆 얼굴을 연상하고
때로는 힘센 근육남의 모습을 연상하기도 하며
그림 도구가 있다면 내 생각대로
그림을 그려 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어린 시절 화장실엘 가면
으례 그려져 있던 야한 그림이며
‘아무개 바보’ 라고 쓴 낙서가 생각난다.
선생님들께 꾸지람을 들으며
낙서 지우느라 낙서한 친구들을 원망하기도 했댔지만
지금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낙서를 하던
그 아이의 마음 상태는 부럽기 한이 없다.
자신의 스트레스를 해소 할수 있고,
자신의 생각대로
못 살게 구는 친구를 제압할 수 있고
자신의 소질을 은연중에
화장실에서나마 발휘할 수 있는 공간에서의
자유 행동이다.
그렇게라서라도 분풀이 복수를 해야 할 때가
옛날에는 있었다.
지금도 시골 버스 터미널 공중화장실에 가면
낙서할 자리가 있지만
어느덧 문화가 발달 되면서 낙서를 할
자리가 없어졌다.
아니,
이제는 젊잖은 글씨가 그 자리에 앉아서
사람들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