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차이
평소 친분이 두터운 사회 친구격인 한동네에 사는 사람이 얼마 전 모친상을 당했다.
아흔넷에 고인이 되셨으니 曼壽에도 아들은 서운함이 있다고 내게 전한다.
위로 누님이 두 분이 계시고 독자로 어느덧 나이가 칠순을 넘겼다.
늦장가를 든 탓에 자녀가 아직 어려서 큰 딸이 이제 올해 대학 졸업반이다.
와이프는 이제 막 오십 고개를 넘었다.
두 사람은 무려 18년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연애 결혼에 성공한
당시에는 참 보기 드문 커플이었다.
모두가 부러워 할 정도로 아내가 미인이었고 더구나 명문대를 졸업한 고급 인력이다.
이 형님은 건설 회사를 다녔는데 잦은 해외 근무로 인해서 결혼 나이를 그만 넘겨 버렸다.
독자로써 부모의 성화에 귀국 했을 때는 나이가 서른이 훌쩍 넘어섰고
부모의 잔소리가 귀찮아서 그는 지방 근무를 자청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의 아내가 바로 하숙집의 딸 이라고 한다.
아내가 여고 졸업 할 때 부터 두 사람은 10여년 연애를 했다고 하는데.
이상하게도 중매가 들어오면 깨지기를 여러 번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시련을 동정으로 서로가 의지하며 연애 끝에 결혼을 했다고 한다.
나이 차이 때문에 여자 집에서 반대가 심했지만 그 어려움을 견디고 결혼 했던 것이다.
아마 어느 시점부터 두 사람은 나이를 벗어나서 인연의 필이 통하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
나는 조문을 마치고 늦은 밤 집에 가겠다고 인사하러 갔더니
이 형님이 하는 말
"좀 전 아내의 직장 동료들이 다녀갔는데 상주인 나한테 뭐랬는지 알아"
"며느님 근무하는 회사에서 왔습니다. 이러더라고 내 참~"
"황당 했겠어요."
"좀 무안했지만 난 이렇게 말했네. 잘 모르셨군요. 며느리가 아니고 제 큰 딸년 입니다라고."
"그러게 형님! 머리에 물 좀 들여요."
달빛아래 희끗한 머리카락이 백설처럼 더욱 환하다.
나이 차이는 젊었을 때는 서로 구분하기 어렵지만 나이가 들어 가면서 어딘가 표시가 나게 되어있다.
"그래야겠지"
"형수한테 잘해 주세요."
저만치 문 앞에서 며느리도 아니고 딸년도 아닌 형수가 손을 흔들며 배웅하고 있었다.
나랑 나이를 따져 봐도 내게도 한참 아래의 여동생이었다.
그렇지만 사랑엔 국경도 나이 차이도 없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지금은 남녀의 나이 차이가 천차만별이지만 옛날에는 그리한 결혼이 흔치를 않았다.
그래서 사랑은 아주 가까운 곳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믿었다